[K-리더맘 No.10] 나의 대나무 숲,진짜 내 편!

팀장과 틈장 사이, 그 빈틈을 채워준 인생 선배들에게

by Sunshine

팀장과 틈장 사이, 그 빈틈을 채워준 인생 선배들에게 (with Confidant)

나이가 든다는 건, 생각보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일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르고, 지켜야 할 가치관이 달라졌기에, 서로의 상황에 대해 온전히 공감하거나 섣불리 조언하는 일이 얼마나 조심스러운지 알게 된 탓이다.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매일 얼굴을 맞대는 동료에게도 차마 꺼내 놓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마음속에 켜켜이 쌓여갈 때쯤 알게 되었다.

이해관계로 얽히지 않으면서도, 나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믿을 수 있는 조언을 해줄 사람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박소령 님의 책 <실패를 통과하는 일>에서는 그런 존재를 'Confidant(컨피던트)'라고 정의한다.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 믿음직한 사람, 혹은 절친한 친구. 감사하게도 나에게는 그런 Confidant가 있다.

나와 아이를 키우며(지금은 그 분들의 아이는 장성한 청년들이 되었다!) 치열한 회사 생활을 훌륭하게 해내고 계신 인생 선배들. 모두 나와 함께 일해본 경험이 있어 나의 '일 근육'과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분들이다. 무엇보다 내가 닮고 싶은 모습으로 멋지게 살아가고 있는 나의 든든한 '언니'들이다.


멈춰본 사람이기에 말할 수 있는 "달려라"

한 분은 전 직장의 HR 상무님이셨다.

최종 면접장에 배석하셨던 그날부터 유독 따뜻한 눈빛으로 나를 대해 주셨던 분이다.

입사 후에도 내가 잘 적응하고 있는지 늘 살뜰히 챙겨주셨고, 덕분에 나는 12년을 다닌 첫 회사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도 빠르게 뿌리내릴 수 있었다.


그분의 감사함은 내가 그 회사를 떠나오는 시점부터 더욱 빛났다.

내가 그 회사를 떠나 지금 회사로 이직을 결정하고 공식 발표를 했을 때, 더 높은 연봉과 조건을 위해 글로벌 본사의 승인까지 받아가며 나를 붙잡아 주셨고, 그 후로도 나의 더 좋은 자리를 위해 헤드헌터에게 나의 강점을 강력하게 어필해 주시고 좋은 자리에 갈만한사람이라며 진심어린 말씀을 전하시는 분이기도 했다.


얼마 전,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속 "김부장"을 보며 묘한 괴로움에 빠진 적이 있다.

치열하게 살던 주인공이 결국 세차장에서 평온을 찾는 결말을 보며,

"직장인의 끝은 결국 내려놓음이어야만 하는 걸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답답한 마음에 그분을 찾아갔을 때, 선배님은 단호하게 말했다.

"너는 아직 마음을 비울 때가 아니야. 조금 더 욕심내서 정점을 찍어봐."

사실 그 분의 이 조언이 뻔한 위로가 아닌 '확신'으로 다가온 이유가 있다.

그 분은 실제로 번아웃이 찾아왔을 때, 남편분과 함께 동반 퇴사를 감행하고 아이 손을 잡고 1년여간 세계 여행을 떠나셨던 분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두려워하는 그 '공백기'를 인생의 밀도를 채우는 시간으로 바꾸셨고, 보란 듯이 복귀해 지금은 글로벌 기업의 상무로 활약하고 계신다.


멈춰야 할 때와 달려야 할 때를 온몸으로 겪어낸 분이기에,

"지금은 멈출 때가 아니다"

라는 그분의 진단은 나에게 그 어떤 말보다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휴대폰이 울렸다.

"네가 필요하다고 연락하면, 나는 언제든 1순위로 나갈게."

그 짧은 메시지 하나가 20년차 워킹맘이라는 무게에 짓눌려 있던 내 어깨를 가만히 감싸 안았다.


엄마의 열정이 최고의 가정교육임을 증명하는 사람

또 다른 한 분은 태양 같은 사람이다.

나보다 열 살이나 많지만, 일을 대하는 태도나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청춘보다 더 뜨겁다.


우리는 두 번의 회사를 함께 다녔다.

한창 나는 전공과 관련된 일을 회사에서도 하고 있었는데, 내가 새로운 업무에 도전하고 싶어 고군분투할 때, "전문가가 왜 굳이 다른 일을 하려 해? 회사도 네 전공이 필요해서 뽑은 건데."

라며 모두가 만류했지만, 유일하게 내 손을 잡아준 팀장이 바로 그 선배였다.

"우리같이 다른 일을 해본 사람이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해야 더 큰 시너지가 나는 거야"

라며 내 기질을 있는 그대로 긍정해 주셨다.


무엇보다 그분은 워킹맘으로서 내가 가고 싶은 길을 먼저 걸어간 롤모델이다.

소위 말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학벌을 가진 엘리트시지만, 아이들에게는 "공부해라" 라는 압박도, 학원도 아이들 스스로가 다니고 싶은 곳을 선택해서 딱 그 곳만 다니게 하셨다고 한다.


대신 엄마가 얼마나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사는지, 일터에서 얼마나 즐겁게 몰입하는지를 온몸으로 보여주셨다.

엄마의 등을 보고 자란 덕분일까.

두 자녀 모두 사교육에 찌들지 않고도 훌륭하게 명문대에 진학해 잘 자라주었다.


"야, 더 이상 참지 마. 우리 같은 사람은 하고 싶은 일 하고 사는 게 최고야!"

환하게 웃으며 건네는 그분의 말속에는, '일하는 엄마의 죄책감' 따위는 가질 필요 없다는 단단한 증명이 담겨 있었다.

20대 때 사진 속 그 환한 미소 그대로, 지금도 여전히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빛나고 있는 사람.

그분의 에너지는 잠시 꺼져가던 나의 열정에 다시 불을 지펴주곤 했다.


팀장과 틈장 사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람'

나는 팀장이지만, 동시에 수많은 역할 사이의 틈바구니에서 흔들리는 '틈장'이기도 하다.

겉으로는 단단해 보이는 팀장의 껍질을 쓰고 있지만-아니 정확히는 단단해 보여야만 하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확신이 필요하고, 때로는 어떻게야 할지 모를 누군가와 상의하고 싶은 여린 마음이 숨어 있다.

지난 20년, 그 위태로운 빈틈을 채워준 것은 대단한 성과나 연봉이 아니었다.

나의 부족함을 지적하기보다 "너는 충분하다"고 말해준 언니들, 내 삶의 방식으로도 충분히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인생 선배들이었다.



먼저 걸어간 이들이 남긴 발자국이라는 이정표

돌이켜보면 그 언니들은 지금 내가 살아내는 이 환경보다 훨씬 더 열악하고, 시스템조차 제대로 받쳐주지 않던 시절을 온몸으로 뚫고 나온 분들이다.

남들이 가지 않으려 했던 거친 비포장도로를 묵묵히 먼저 밟으며, 풀을 베고 길을 냈던 개척자들.

혼자라면 막막하고 두려웠을 그 길 위에서, 앞서 걷는 그들의 뒷모습은 그 자체로 완벽한 이정표였다.

"이쪽으로 와도 돼, 이 길은 안전해."

라고 말해주는 그들의 확신이 있었기에, 나는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다시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일어설 수 있었다.

그들이 건넨 확신이 나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큰 힘이었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든든한 '언니'가 되기를

오늘, 2025년의 끝자락에서 이 글을 남기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내가 선배들에게 받았던 그 단단한 위로와 힘을, 이제는 내 뒤를 따라오는 후배들에게 흘려보내고 싶어서다.

팀장과 틈장 사이, 그 어딘가에서 흔들리며 외로워하고 있을 당신에게 나 또한 기꺼이 곁을 내어주는 든든한 '비빌 언덕'이 되고 싶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빈틈을 채워주며, 부디 우리가 함께 오래도록 이 길을 걸을 수 있기를 바란다.


2025년의 마지막 날,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 곁에는 마음 놓고 징징댈 수 있는 'Confidant'가 있는가?

혹시 혼자서 모든 짐을 짊어지려 애쓰고 있다면, 부디 주변을 둘러보기를.

팀장과 틈장 사이, 그 빈틈을 메워줄 당신만의 언니들이 분명 그곳에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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