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1

by 이소냐

소년은 자신이 글을 쓴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했다. 그에게 글이란 오직 말이나 행동으로써 남을 감동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수단이었다. 실제로 그의 말 언어는 수많은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그의 친구-였던- 아이들도 그의 말에 수없이 오해를 반복하다 결국 그를 버렸으며, 그의 직장동료들도 더 이상 그에게 꼭 필요한 말 이외엔 말을 걸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마저도 - 그는 그의 어머니를 무척 사랑했다 - 그를 '알 수 없는 아이'라고 명명했으니 그가 얼마나 자신을 제대로 전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선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어쨌든, 그는 자신이 글을 쓴다는 사실을 무척이나 숨기고 싶어 했고, 실제로 아주 오랜 기간 동안 그는 글을 읽지도 쓰지도 않으며 보냈다.


그러던 그가 글을 다시 쓰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서였다. 그에게 드디어 '글을 쓰지 않는 자를 위한 가난'이 찾아온 것이다. 이 지독한 병은 수없이 글을 읽고 쓰다가 단숨에 이를 멈춘 사람에게 나타난다. 이 사람이 가진 것은 거대한 '글'의 도로와 새된 '말'의 도로뿐이다. 읽은 것이 많아 수없이 쌓인 전언들은 글쓰기를 포기한 탓에 알량하기 짝이 업는 '말'의 도로로 찔끔찔끔 전해지게 된다. 그러다 보면 그의 존재감은 그의 의견만큼이나 유령처럼 존재감을 잃게 된다. 사회는 그를 잊고,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그의 주머니에 적어도 살아갈 만큼의 돈을 넣어주는 일 또한 잊는다. 소년은 그렇게 '글을 쓰지 않는 자의 가난'에 막 닥뜨린 것이다.


그 가난을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소년의 어머니였다. 다행히도 그녀에게는 아직 소년의 존재감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아들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들이 분명 착한 아이일 것이며, 사람들이 그를 오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 믿음이 소년을 착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소년도 알고 있었다. 어쨌거나, 어머니가 그의 가난을 눈치챘을 때, 그녀는 무척 마음이 바빠졌으며 그를 구출하고자 마음먹었다. 그녀는 이 도시에서 홀로 아이를 키워낸 강한 여성이었으므로 그의 몫까지 벌어 먹이고 입혔다. 그러나 그녀도 그 가난의 원인을 눈치챌 만큼 무언가를 읽고 써재낀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여전히 영문을 몰랐고 소년은 계속해서 부끄러웠다.


소년은 어머니의 땀방울에서 자신의 병을 깨달았다. '글을 쓰지 않는 자를 위한 가난'은 오직 글을 씀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는 것 또한 깨달았다. 그는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그가 전하고 싶었던 것들은 이미 곳간에서 썩은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그의 '글'길은 더 이상 길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회한에 뒤덮여 있었다. 대체 어머니는 무슨 까닭으로 나에게 이 병을 깨닫게 했는가. 그는 온전히 배고픔으로 굶어 죽기만을 바라던 때가 그리워졌다. 어머니는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그의 절망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가 소년을 이해할 수 있더라도, 과연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병을 깨닫게 한 어머니에 대한 분노로, 또는 시작에 대한 막막함으로 소년은 사흘을 굶어냈다. 그는 새벽에 거리로 나섰다.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그의 존재감은 아주 무력했다. 그는 영혼처럼 투명해져서 산길을 올랐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일출을 보는 것임을 알고 열심히 걸었지만 해는 속절없이 떠올랐다. 그는 화가 잔뜩 나서 정상을 밟았다. 저 멀리 산등성이로부터 세상이 밝았다. 그는 분노에 발을 쿵쿵 굴렀다. 하늘마저 그의 의견 따위엔 관심이 없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그때, 투명해진 소년의 어깨를 햇살이 비추었다. 순간 그는 자신이 태양의 색으로 변했다고 생각했다. 바람이 불자 곧 그는 바람의 향기를 맡았다. 빛과 향기에 숲이 어렴풋이 눈을 뜨고 있었다. 멀리 도시가 눈을 뜨고 쿵쿵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비록 가난은 텅텅 비었으나 그 자리에 소년은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소년은 번개를 맞은 듯 입을 벌리고 가만히 도시를 쳐다보다가 쏜살같이 산을 내려갔다. 어머니가 아침을 준비하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고 소년은 아주 오랜만에 큰 허기를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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