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1

by 이소냐

나이를 먹으며 좋아했던 것들이 재구성되는 것을 느낀다.


지나치게 바빴던 지난 주를 지나 친구들과 술을 진탕 마셨던 토요일, 그리고 내내 뻗어있던 일요일. 그리고 지금 수요일까지. 최대한 유지하려던 나의 항상성이 살짝 무너졌음을 느낀다. 창의적인 생각 같은 건 나지도 않고, 어제까지 가장 큰 관심사는 로쟈가 해주는 맛있는 음식의 메뉴를 정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지난 주에는 일도 바쁘고, 여러가지 나쁜 일도 있었다.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여성이 짓이겨지는 일이 몇번이나 일어났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이런 일에 대해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서 오프라인에선 한번도 이 사건들을 이야기 하지 못했다. 2차 가해를 '내가' 당할까 두려워 하고 있는 모양인지.


어쨌든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균형을 잡기 어려운 시기다. 지난주 지지난주, 요가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식단을 유지하지 않았더라면 오늘 회사를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 지금 여기 있다.


오늘은 저녁에 요가를 가고 파프리카를 하나 먹을 것이다. 내일은 집의 린넨 옷들을 모두 반듯하게 풀먹여 다리고, 셔츠에 떨어진 단추를 채워야지. 그리고 두부조림을 내 능력껏 최대한 맛있게 만들 것이다. 주말에 너와 함께 밥 먹으려고.


p.s. 네가 곁에 있는 것이- 나의 일상에 색을 더한다. 맛있는 음식, 따듯한 차, 네가 없다면 켜지 않았을 전등색 조명, 음악, 비 온 다음 날의 산책. 이번 주 네가 없었다면 쉽게 안으로 파고들고 영영 우울했을 수도 있겠다. 고마워. 힘들고 못된 마음을 참느라 내내 놀려대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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