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들은 ‘혜택’이 아니라 ‘구조’를 보고 판단한다
유저들은 ‘혜택’이 아니라 ‘구조’를 보고 판단한다
우리가 해외송금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커머스를 붙였을 때, 내부 기대는 꽤 컸다. 고객층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라는 점이 특히 그랬다. 송금은 결국 한국에서의 생활과 맞닿아 있고, 그 일상에 필요한 구매가 앱 안으로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더 자주 쓰이지 않을까. 해외송금 앱이 생활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까지 있었다. 그래서 혜택도 붙였다. 쿠폰, 특가, 무료배송 같은 것들. 말 그대로 퍼주는 설계였다.
그런데 결과는 단순했다. 유저는 움직이지 않았다. 클릭하지 않았고, 장바구니에 담지 않았고, 담아도 결제까지 가지 않았다. 더 아픈 건 커머스가 실패했을 뿐 아니라, 서비스가 뭘 하고 싶은지조차 흐려졌다는 점이었다.
커머스는 원래 ‘구경’이 시작점이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구경이 너무 늦게 시작됐다. 쇼핑 영역에 들어가도 바로 사고 싶어지는 화면이 나오지 않았고, 혜택을 강조했지만 왜 지금 나한테 주는 혜택인지 설명이 없었다. 상품이 나쁘지 않아도 배송이나 환불, 고객지원에 대한 신뢰가 화면에서 먼저 보이지 않았다. 이 순간 유저 머릿속에는 질문이 생긴다. “이거 진짜 되는 거 맞아?”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커머스는 끝난다.
우리는 쿠폰을 주면 유저가 움직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유저는 쿠폰을 선물로 보지 않는다. 의심의 시작으로 본다. “나중에 뭐 조건 붙는 거 아냐?”, “결제하다가 귀찮아질 것 같은데”, “문제 생기면 어디에 물어봐야 하지.” 특히 혜택이 클수록 반응은 더 나빴다. 너무 좋아 보이면 오히려 더 수상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커머스에서 중요한 건 진심이 아니라 납득이었다. 유저는 의도를 읽지 않는다. 구조만 본다.
돌아보면 이번 커머스의 실패는 상품 문제가 아니었다. 가격이 말이 안 됐던 것도 아니다. 문제는 유저가 이 커머스를 ‘우리 서비스의 일부’로 믿을 이유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돈이 오가는 영역이라 유저가 이미 긴장한 상태로 들어온다. 특히 해외송금은 더 예민하다. 실수하면 손해가 나고, 과정이 꼬이면 누구 책임인지도 애매해진다. 그런 상태에서 쇼핑을 시키려면 신뢰 설계가 훨씬 더 강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커머스를 기능 하나 추가하듯 붙였다. 유저 입장에서는 핵심 기능은 진짜인데 커머스는 갑자기 끼어든 광고 같고, 혜택은 너무 달아서 수상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지는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안 산 게 아니라, 안 믿은 거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퍼주는 게 답은 아니었다. 오히려 아주 작은 ‘교환’ 구조가 필요했다. 왜 너인지 설명된 첫 구매 혜택, 언제 어디서 어떻게 쓰는지 한 줄로 고정된 쿠폰, 약관이 아니라 화면에서 먼저 보이는 배송·환불·고객지원 안내. 무료보다 보장이 먼저 나왔어야 했다. 유저가 느끼는 건 혜택이 아니라 리스크다. 리스크가 줄어들어야 혜택이 의미를 갖는다.
유저는 생각보다 오래 고민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화면을 보는 순간 이미 판단은 끝나 있다. 혜택이 보여도 ‘눌러볼까’까지 가지 않는다. ‘굳이?’에서 멈춘다. 이건 무관심이 아니다. 빠른 회피다.
쿠폰을 안 누른 이유는 공짜가 싫어서가 아니다. 귀찮아서도 아니다. 그건 이미 한 번쯤 겪어본 구조이기 때문이다. 클릭하면 다음 단계가 있고, 다음 단계에는 또 조건이 있고, 그 과정 어딘가에서 시간이 들거나 신경을 써야 한다는 걸 유저는 안다. 그래서 아예 시작하지 않는다. 안 믿어서가 아니라, 믿을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다.
유저 입장에서 공짜는 더 이상 호의가 아니다. 신호다. 이 서비스가 지금 뭔가를 급하게 팔고 있다는 신호, 리스크를 대신 혜택으로 덮고 있다는 신호. 그래서 판단은 빠르다. 공짜를 자세히 읽지 않는다. 구조를 훑고, 위험을 계산하고, 그냥 넘긴다.
우리는 유저가 설명만 보면 이해할 거라 생각했지만, 유저는 설명을 읽을 단계까지 가지 않았다. 이미 화면에서 판단이 끝났기 때문이다.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혜택은 의미가 없다. 공짜는 설득이 아니라, 의심을 시작시키는 버튼에 가깝다.
이 지점에서 보면, 이번 실패는 갑작스러운 사고가 아니었다. 이미 예고돼 있었고, 우리는 그 신호를 다르게 해석했다. 유저가 반응하지 않는 이유를 아직 안 익숙해서, 혜택이 부족해서라고 돌렸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앞단에서 이미 탈락하고 있었다. 신뢰를 검증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 상태였다.
다만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다. 이번 실패는 끝이 아니라 첫 시도의 결과에 가깝다. 지금은 그 실패를 기준으로 구조를 다시 고치고 있다. 타겟을 다시 보고, 시장을 다시 나누고, 이 서비스 안에서 커머스가 어디까지 자연스러울 수 있는지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고 있다.
처음에는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고객을 기준으로 움직였다면, 지금은 모르는 고객을 전제로 생각하고 있다. 더 이상 모든 유저를 설득하려 하지 않고, 이 구조가 정말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지부터 다시 찾고 있다. 기능을 늘리는 대신 역할을 줄이고, 혜택을 키우는 대신 신뢰가 먼저 보이게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
이번에는 서두르지 않으려 한다. 빨리 성공하는 것보다, 다시 실패하더라도 왜 실패했는지를 정확히 남기는 쪽을 택했다. 그래서 다음 도전은 이전보다 조용할 것이다.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유저가 판단을 끝내기 전에 말을 걸지는 않을 생각이다. 믿을 수 있는 구조를 먼저 깔고, 그 다음에야 다시 커머스를 올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