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이야기 - 10 만나서 반가운, 처음 보는 길과 사람들
마다가스카르 일상과 여행 사이
그림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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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 반가운, 처음 보는 길과 사람들
마다에서 지내고 시간이 조금 지나고 서서히 불편하고 아쉬운 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매일 하늘이 그림같이 아름답지만, 그림을 볼 수 있는 갤러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간혹 호텔 로비에서나 프랑스 문화원에서 하는 전시가 있지만 더 기회가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아쉬운 대로 수가 조금 더 많은 서점에서 책 구경을 하며 마음을 달래곤 한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시내 중심부가 아닌, 수도지만 중심부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살던 나는 주변에 갈 만한 카페가 없다. 시내에도 스타벅스나 코스타 커피 같은 체인은 없고, 호텔 카페를 가야 여유 있게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마시면 둘 중 하나다 : 에스프레소나 뜨거운 아메리카노.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너무 마시고 싶다면 에스프레소와 생수를 주문하고 얼음잔을 받아 섞어 마시면 된다.
커피를 마시며 앉아있을 수 있는 곳 중에 집과 가장 가까운 곳은 라따뚜이Ratatouille다.
큰길을 따라 3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하는 라따뚜이는 나름 이 동네 맛집이라고 할 수 있다. 화덕피자, 햄버거, 샌드위치와 케익, 타르트, 머랭 쿠키도 팔고 커피와 탄산음료도 있다. 바게트도 파는데 종류도 많고 맛있다. 사람들이 가방 가득 바게트를 사가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마다를 떠난 친구들에게 마다에서 그리운 게 무엇인지 물어보면 나오는 대답 중에 하나다.
나는 커피와 머랭 쿠키를 자주 먹었는데, 하루는 진열대에 머랭 쿠키가 없길래 직원분께 여쭈어봤더니 간단한 현지어로 설명해주신다. machine maty maty. 내가 아는 maty의 뜻은 “죽다”인데, 아 기계가 고장 난 거구나! 그 뒤로도 한 번씩 기계를 언제 고치는지 여쭤봤지만 직원 언니는 절레절레 고개만 젓는다.
커피는 캡슐커피 머신으로 뽑는 것 같은데, 매번 만족하며 마신다. 머랭 쿠키와 마시기도 하고, 인기가 많은 크로와상이 남았으면 크로와상과 마시기도 한다. 마시면서 일기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밖을 보며 멍 때리며 시간을 보낸다.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스도 있지만 승객이 넘치는 구간이라 타기 쉽지 않다. 가는 길이 복잡하지는 않아 큰길로 터벅터벅 걷다가 중간에 과일도 사고 아는 사람 만나면 인사도 하면서 걷다 보면 금방이다. 여러 번 그 길을 다니고 그 근처 골목길까지 조금 감이 잡힐 때 즈음, 한 번 큰길이 아닌 골목길로 가봤다. 작은 길로 가면 피해야 하는 자동차, 오토바이, 소 달구지가 적으니까.
골목길의 낮은 담장 밖으로 논이 보이고, 코너에 있는 잔디 공터에서는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이 길의 집과 가게와는 초면이다. 하지만 어색한 초면이 아닌 반가운 초면.
매번 걷던 길이 아닌 조금 다른 길을 걷다 보면 또 다른 사람들의 일상과 마주할 수 있다. 코너를 돌아 정면에는 구멍가게와 자그마한 화단, 빨래와 집이 있었다. 그 안에는 내가 모르는 사람들의 일상이 스며있을 거다. 만나서 반가운, 처음 보는 길과 사람들로 권태로운 마음을 환기시킨다.
그림 모아두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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