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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가스카르 미술교실

그림과 이야기 - 8 "사람 잘 못 그려요"

by 송서현 cotidien

마다가스카르 일상과 여행 사이

그림과 이야기



8

"사람 잘 못 그려요"



매주 하는 일이 있다. A 초등학교 미술교실을 진행하는 것.

그 날의 주제에 맞는, 자신이 나누고 싶은 정도의 이야기를 꺼내 그림을 통해 반 친구들과 나누는 시간이다.

그렇기에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아이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지부터 생각한다.


한 학기의 첫 미술시간이나, 방학 미술교실의 첫 시간에는 <안녕 나> 책으로 시작한다.

종이를 8칸으로 접고 십자 모양으로 중앙을 잘라 표지 포함 8쪽의 책을 만들고

앞표지에는 Salama안녕 Onja이름

뒷표지에는 Veloma잘가 Onja이름 라고 쓴다.

안에는 과일, 악기, 날씨, 장소 등 자기가 좋아하는 것의 그림과 글로 채운다.

그림.jpg



그림이 끝나면 나눔 시간.

한 명이 책을 들고 나오면 듣는 친구들은 인사한다.

Sa----- la----- ma-- Joana-----

안-------------- 녕--- 존-----------

그리고 앞에 나온 친구는 페이지를 넘기며 자신을 소개한다.

IMG_5761.JPG 햇빛 화창한 날과 포도, 장미를 좋아하는 존

햇빛 화창한 날과 포도, 장미를 좋아하는 존.

집과 주황색, 과학 공부를 좋아하는 파트리샤.

벌과 피리연주, 학교를 좋아하는 프랑크.

그림2.jpg 파트리샤와 프랑크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지나 뒷표지가 나오면 친구들은

Vel-- o----- ma-- Joana-----

잘----------- 가--- 존----------- 한다.



한 번은 가족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사람 잘 못 그려요 … “

괜찮아 괜찮아!


사람들과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신은 그림을 좋아하는데 못 그려서 안 그린다.

자기 손은 똥손이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안 좋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기준이 무엇인지.

좋아하면 편하게 즐기면 좋을 텐데.


마다 아이들도 똑같다. 저 사람 잘 못 그려요.

아마 사진처럼 똑같이 그리고 싶었겠지?

못 그리는 거 아니야. 네가 그린 게 사람이라면 사람인 거야.

네가 가장 잘 그린 너만의 사람인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우린 이야기를 나누는 거야.

각자의 이야기는 자기 자신이 제일 잘 들려줄 수 있어.

열심히 도닥이고 응원하다 보면 아이들은 씨익 웃으며 그림을 열심히 그린다.

IMG_2926.JPG



아이들이 거의 다 끝냈을 때 즈음 두 친구가 나를 부른다.

그림을 들고 포즈를 멋지게 잡더니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짜식들. 마음 편히 즐겼구나. 잘했다. 너무 좋다.

그림 뽐내는 아이들.png 멋진 포즈


그림은 같이 즐거우려고 그리는 거야.

다 같이 잘 들을 테니 우리 이야기를 나눠보자.

마음 편하게, 즐겁게.

IMG_5780.JPG





그림 모아두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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