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서현 cotidien Jul 30. 2018

마다가스카르 미술교실

그림과 이야기 - 8  "사람 잘 못 그려요"

마다가스카르 일상과 여행 사이

그림과 이야기



8

"사람 잘 못 그려요"



매주 하는 일이 있다. A 초등학교 미술교실을 진행하는 것. 

그 날의 주제에 맞는, 자신이 나누고 싶은 정도의 이야기를 꺼내 그림을 통해 반 친구들과 나누는 시간이다. 

그렇기에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아이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지부터 생각한다.  


한 학기의 첫 미술시간이나, 방학 미술교실의 첫 시간에는 <안녕 나> 책으로 시작한다. 

종이를 8칸으로 접고 십자 모양으로 중앙을 잘라 표지 포함 8쪽의 책을 만들고 

앞표지에는 Salama안녕 Onja이름 

뒷표지에는 Veloma잘가 Onja이름 라고 쓴다. 

안에는 과일, 악기, 날씨, 장소 등 자기가 좋아하는 것의 그림과 글로 채운다. 



그림이 끝나면 나눔 시간. 

한 명이 책을 들고 나오면 듣는 친구들은 인사한다. 

Sa----- la----- ma-- Joana-----

안-------------- 녕--- 존-----------

그리고 앞에 나온 친구는 페이지를 넘기며 자신을 소개한다. 

햇빛 화창한 날과 포도, 장미를 좋아하는 존

햇빛 화창한 날과 포도, 장미를 좋아하는 존. 

집과 주황색, 과학 공부를 좋아하는 파트리샤.

벌과 피리연주, 학교를 좋아하는 프랑크. 

파트리샤와 프랑크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지나 뒷표지가 나오면 친구들은 

Vel-- o----- ma-- Joana----- 

잘----------- 가--- 존----------- 한다. 



한 번은 가족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사람 잘 못 그려요 … “ 

괜찮아 괜찮아! 


사람들과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신은 그림을 좋아하는데 못 그려서 안 그린다.  

자기 손은 똥손이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안 좋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기준이 무엇인지.  

좋아하면 편하게 즐기면 좋을 텐데. 


마다 아이들도 똑같다. 저 사람 잘 못 그려요.  

아마 사진처럼 똑같이 그리고 싶었겠지? 

못 그리는 거 아니야. 네가 그린 게 사람이라면 사람인 거야.

네가 가장 잘 그린 너만의 사람인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우린 이야기를 나누는 거야.  

각자의 이야기는 자기 자신이 제일 잘 들려줄 수 있어. 

열심히 도닥이고 응원하다 보면 아이들은 씨익 웃으며 그림을 열심히 그린다. 



아이들이 거의 다 끝냈을 때 즈음 두 친구가 나를 부른다. 

그림을 들고 포즈를 멋지게 잡더니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짜식들. 마음 편히 즐겼구나. 잘했다. 너무 좋다. 

멋진 포즈


그림은 같이 즐거우려고 그리는 거야. 

다 같이 잘 들을 테니 우리 이야기를 나눠보자. 

마음 편하게, 즐겁게. 





그림 모아두었어요
instagram.com/sunshine.near.me

매거진의 이전글 비 오는 날 커피랑 무푸가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