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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로운토닥 Aug 02. 2023

'우리엄마'라는 대명사의 힘

[부모편] 네가 '엄마'하고 날 부르면 난 뭐든지 할 수 있어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일 년 중 학부모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간 중 하나 '여름방학'.

올해도 어김없이 뜨거운 여름 속 2주 간의 방학이 우리를 찾아왔고, 우리 집엔 바이러스도 함께 찾아왔다. 

방학 시작 이틀 째 되던 날, 저녁을 먹던 아이가 '콜록' 몇 번의 잔기침을 했다. 

의사인 남편은 듣고도 아~무 생각 없이 그 순간을 지나쳤지만 그 한 번의 '콜록' 소리에 안의 <엄마 레이더망>은 빠르게 작동하기 시작했다.


[엄마 레이더망 작동 프로세스]

1. '기침 소리가 컹컹거렸는가?' NO.

2. '다른 날 대비 저녁 식사량이 줄었는가?' YES.

3. '여느 날보다 자주 칭얼거리고 보채는가?' YES.

4. '구역질하려고 하거나 속이 안 좋다고 말하는가?' YES.


∴ 결론 : 내일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반드시 받는다. (아침 9시 오픈런 준비 후 취침)


네가 아프면 난 아파도 아플 수 없어

아이를 따라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그러다 새벽 2시쯤 자동으로 잠이 깼다.

무의식 중에도 나는 팔을 휘저으며 아이를 찾았고 아이 이마에 손을 갖다 대었다.

'역시... 올 것이 왔구나.' 

더워서 뜨거운 것과 전혀 다른 종류의 뜨거움 즉 아이의 온몸에서 열감이 느껴졌다. 

그렇게 아이는 이틀 넘게 39도 이상의 고열에 시달렸고, 엄마인 나 역시 그만큼의 행군을 해야 했다.

어쩐지 한동안 뜸하다 했다 바이러스 요놈...

[아이가 아프면 발생하는 불가분의 요소들]

첫째, 우선 아이가 아프기 시작하면 엄마는 아이와 같은 바이러스에 걸리기 십상이다.

특히 아이가 미취학 아동이라면? 설령 코로나나 독감 같이 무서운 바이러스라 할지라도 예외는 없다.


둘째, 워킹맘이든 전업맘이든 밤새워 아이를 케어하고 열을 떨어뜨리는 일은 내 몫이다.

※ 이건 우리 집 한정 ; 난 내가 직접 봐야 안심하는 타입이라 남편의 도움을 내가 거절하는 편이다.※


셋째, 밤새워가며 간신히 열을 떨어뜨려 놓았다면 다음은 '밥 먹이기'다.

특히 평소 식성이 좋아 두 그릇은 뚝딱인 아이가 식음을 전폐하고 소파에 쓰러져있는 걸 보면 엄마의 맘은 그저 조급하고 미어질 뿐. 해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침저녁 쟤 하나 먹여보겠다고 온갖 맛있고 영양가 넘치는 재료로 요리해 바치기 바쁘다.

엄마 아빠는 미국산 소고기 넌 한우 2++
이제야 내 눈에 내가 들어오는구나

그렇게 폭풍과도 같은 전쟁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예전의 팔팔한 모습을 되찾는다.

(물론 그날이 올 때까지 난 머릿속으로 온갖 경우의 수에 대비해 둔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열심히 혹사당한 내 몸은 그제야 '비상경계' 발령을 끄고 본격적인 끙끙 앓기에 돌입한다. 


그럼 난 건강한 아이를 남편에게 반나절 정도 토스하고 오쏘몰을 비롯한 각종 비타민, 피로영양제, 진통제를 입에 털어 넣고 어떻게든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나도 내가 이렇게 할 수 있을 줄 몰랐어

이렇게 산 지 6년 째라 이제는 이게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엄마가 되기 전 내 삶에선 상상도 못 해 본 일이다. 부모, 형제뿐 아니라 열렬히 사랑해 결혼까지 한 남편(舊 남자친구)에게도 이런 희생과 헌신을 해본 기억은 없다. 

특히 난 '나'라는 존재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기에 현재의 내 삶의 방식에 나도 놀랄 때가 많다. 


이런 나를 지금의 나로 가능케 한 건 바로 내가 한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이다.

모든 엄마가 자식을 위해 자기 몸 버려가며 희생해야 한다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엄마'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적지 않은 수의 엄마들에게서 "내 아이 한정 뿜어 나오는 절대적 사랑과 어나더 레벨의 파워"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나를 엄마라고 불러준 그 순간부터

… 저 아이가 아픈 것보다 내가 아픈 게 백배는 더 낫고,

… 저 아이가 받을 상처가 내가 받은 상처보다 훨씬 더 쓰리고,

… 저 아이가 나를 필요로 하면 세상 그 무엇이 나를 부른데도 아이를 향해 달려갈 것이란 걸 


엄마가 된 서른셋의 나는 알고 있다. 


이것이 바로 세상이 그리고 아이가 만들어준 "엄마"라는 대명사의 힘일까?

그 힘은 나를 그리고 수많은 엄마들을 무한히 용감하게, 굳세게, 꿋꿋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하늘에서부터 땅까지 내게 와준 너에게 고마워

내 최애 캐릭터 <짱구는 못 말려>에 나오는 내 최애 명장면.

천사로 지내며 엄마 아빠를 골라 땅으로 내려온 짱구와 짱아 / 출처 : THE FACT

저 먼 하늘에서부터 이곳까지 나를 만나러 와준 너를 '엄마'가 지켜줄게. 



이 무더운 여름날
천사 같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잠 못 이루고 밤새우고 있을 엄마들에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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