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감사한 새벽. 팟캐스트 들길 정말 잘했어.
일간 이슬아의 ‘여자 기숙사’ 下편(장애를 가진 친구와 미숙하게 우정을 맺은 경험)을 읽고 나니 때마침 팟캐스트 ‘김하나의 측면돌파’를 정주행하는 순서에 있어서도 장혜영 감독님 님 편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야 장혜영, 장혜정 두 자매의 탈시설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됐다. 18년 동안 시설에 있던 발달장애를 가진 동생 혜정 씨와 함께 지내기로 한비장애인과 관계 맺는 방법에 대해 나도 알지 못하지만, 점차 알고 싶어지는 영역이므로. 우리 사회에 그 영역이 가닿는 범위가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탈시설을 목표로, 18년 만에 동생 혜정과 함께 살기 위해 언니 혜영이 했던 노력은 말하자면 구애하는 마음으로 설명된다. 그 밀도 높은 1년을 소회하는 ‘생각 많은 둘째 언니’, 장혜영 감독님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명랑하여 눈물과 웃음이 나란히 도착해버렸다.
김하나 작가님의 말마따나 장혜영 감독님이 탈시설을 현실화시키는 데에 가장 큰 동력은 막연한 책임감이 아닌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였다는 점이 무척이나 멋지고 존경스러웠다. “혜정아, 나에겐 네가 그곳에 있는 것보다 너와 내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이 사회가 필요해.” 혜정 씨를 향한 말이지만, 혜정 씨에게만 가닿진 않을 메시지다.
장혜영 감독님은 장애인이라면 아주 특별해지거나 아주 불행해지거나 할 수밖에 없는. 여전히 둘 중에 하나만이 장애인이 겪을 삶의 가능성으로 고착화되는 이미지를 경계한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우리 사회에서 장애가 ‘극복의 프레임’ 안에 머물러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인데, 이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나 역시 그것을 으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해왔으며, 그동안 내가 장애인의 삶을 굉장히 간단하고 편리한 방식으로만 이해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하자면 우리가 함께 풍경이 되는 것.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같은 존재로써 공간을 공유하고 감정을 공유하고 자원을 공유하며 세상 속에 함께 있을 수 있는 사회. 나는 이제 겨우, 겨우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대상으로써 그것을 텍스트화 했을 뿐이다. 구체적으로 이미지화하는 데에는 또 얼마큼의 시간이 걸릴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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