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언어 사용자인가 이중인격 자인가!

Double the language, double me!

by Myuniverse

Prologue:

해당 에세이는 온전히 제 경험과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쓰인 글입니다.

타 이중언어 구사자나 다중언어 구사자,

또는 해당 국가와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나는 올해로 19년 차 영어강사이자 30년째 영어공부하고 있는 학생이기도 하다.

영어에 대한 관심은 당시 해외 출장이 잦았던 나의 아버지로부터 시작이 된다.


"아빠가 해외에 나가보니 너무 배울 것도 많고

좋은 점도 많더구나, 너희는 꼭 영어공부

열심히 해서 해외로 진출하거라! "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며

내가 초등학생3학년이 되자마자 주말마다

몸소 '아빠표영어'를 실천하며 발음기호 암기로

시작된 진정한 영어 주입식 교육이 시작되었다.


평일에는 끊임없이 디즈니 영화 비디오나

파닉스 비디오를 연속재생하라고 하였다.

어느 순간 나와 나의 2살 터울 남동생은

영어로 영상 보는 것이 익숙해져

아빠가 시키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영어 영상 시청을 반복하였다.


그렇게 꾸준히 영어를 익히고 있을 때쯤,

영어학습 능력을 떠나 '딸바보'였던 아빠는 나에게는 항상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 이유에서 인지 나는 '영어가 참 재밌네!' 하며 새로운 배움에 마음을 활짝 열었다.

하지만 반대로 맨날 그 발음 하나도 제대로 못하냐며 타박만 받던 나의 남동생은

굳이 배우지 않아도 될 것을 내가 왜 욕을 먹으면서 까지 공부하고 있나... 싶었는지

'영어는 지긋지긋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다.


이 부분은 어느 정도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되었는데, 실제로 언어구사력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뛰어나고 숫자, 계산에 수에 관련된 학습 능력은 남성이 더 뛰어나다고 한다.


내가 아이들을 가르쳐보아도 영어발음은 확실히 여자아이들이 더 자연스럽게 굴러가는 경우가 잦았다.

이것은 한국어 어휘력도 마찬가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늘 예외는 있는 법! 다 그렇지는 않다.)


무튼 그렇게 영어의 관심이 나를 유학의 길로 이끌게 되었고 여차저차해서 나는 학교에서 꽤나 인정받는

한국인이 되었다. 물론 영어를 잘해서라기 보단 늘 앞장서서 일을 벌이고 다녀서이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그러다 보니 새로 전학 온 한국인 친구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앞서

나의 유학생활은 친구, 인간관계가 키워드가 되어 몇몇 한인 친구들도 꽤나 알게 되었다.


그렇게 취향이 맞고 나이도 엇비슷한 친구들'우정'이란 게 생기게 되자 우리끼리

교환일기도 쓰고 한국말이 서툰 나에게 요즘 유행하는 한국말도 알려주며 친해졌다.

그리고 친구들도 점점 영어에도 능숙하게 되자 우리는 영어 반, 한국어 반, 이렇게 한국말이 생각이 나지 않을 때마다 영어단어를 섞어가며 이야기 꽃을 피워갔다.


근데 그러다 보니 현지에 있을 때는 그 나라 친구들이 못 알아듣는 한국말을 섞어가며

"He is so 잘생겼어! 내 스타일, you know?" 하면서 지나가는 crush(내가 호감 있어하는 이성) 앞에서도 대놓고 호감을 표현하기도 하였고, 옷가게에 가면 "It's so 비싸... 구려..."등의 무례하고 직설적인 말들도 서스름 없이 내뱉기 일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어이없는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이라고 해야 하나 해프닝이라고 해야 하나? 내가 필리핀어도 익숙해질 때 즈음,

한국에서 전학 온 언니가 있었는데 힙합스타일에 쿨한 성격을 가진 언니 었다.

그래서 다들 '왕언니'라고 부르며 따르는 언니 었는데,

같은 교복을 입어도 워낙 박시하게 입는 스타일이라 다소 체격이 더 커 보이곤 했다.


언니를 잠시 필리핀 친구들 틈에 두고, 화장실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친구들과 하하 호호 너무나 잘 이야기하고 있길래 뿌듯해하고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가보니 현지 친구들이 '바보이! 힌디 모 알람 디바?' (돼지야! 너는 모르지? 못 알아듣겠지!)

하면서 언니를 조롱하듯 웃고 있는 게 아닌가? 언니는 또 칭찬하는 줄 알고 신이 나 같이 웃고 떠들고 있었다.


"야! 너네 내가 다 들었어! 웃으면서 언니한테 뭐라고? 너네들한테 먹을 것도 사주고

그렇게 잘해주는 언니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어?" 하고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욕을 퍼부었다.

그리곤 그 길로 다른 한국인 친구들에게 필리핀 욕, 조롱할 때 쓰는 말 등을 빼곡히

종이에 써주었다. 꼭 외워서 애들이 이런 말 쓸 때, 정색하라고!!!


와! 웃으면서 욕한다더니... 정말이구나!

실망감을 숨기지 못한 채 나는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가서는

일부러 필리핀어는 하나도 모르고 영어만 알아듣는 척 연기를 하였다.

그리고는 친구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부 다 듣고 있었다.

그렇게 몇 학기를 버티다가 필리핀 말을 이해한다는 것을 들켜버려서

친구들의 엄청난 배신감을 사기도 하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어떻게 평가가 되고 있는지 알아듣기 위해서가 아닌

그때의 그 실망감을 시작으로 필리핀 아이들과는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겠다

생각했던 것 같다. 너무 친해지면 나만 상처받지 않을까 하는...

이 친구들도 내가 화장실을 가면 내 욕을 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이것은 필리핀 사람들 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를 가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냥 사람의 성향차이인 것이지 그 나라의 문화이거나 특징이거나 하는 게 아니었단 걸...

지금은 안다.


그 당시에는 어린 나이라 그 점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필리핀 친구들이 하나 잘못을 하면 그게 모든 필리핀 친구들이 그런 것처럼 느껴지고

아마 그것은 그들도 마찬가지었을 것이다. 한국인들이라곤 우리밖에 모르는 현지 친구들도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하는 날엔, '한국애들은 다 그렇구나!'라고 치부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사람들과의 거리감을 두는 '철벽녀'로 대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게 되었고 기존에 같이 유학하던 친구들과 한국의 젊음의 거리를 누비며 돌아다녔다.


세상에...습관이란게 얼마나 무서운지...

우리도 모르게 여기가 한국이란 것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린채,

늘상 '콩글리쉬'로 내뱉었던 직설적인 화법을 한국에서도 쓰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의 눈쌀을 찌뿌리는 일들도 있었고, 욕도 먹었다.

어떤 사람은 싸우자는 거냐며 시비를 걸기도 했다.

지금생각해보니 어쩌면 그 시비는 우리가 먼저 걸었던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영어와 필리핀 어를 섞어가며 신나게 수다의 꽃을 피웠다.


그렇게 나는 영어가 편했기에 영어 강사를 해보겠냐는 아는 언니의 권유에

흔쾌히 오케이하며 지금도 그 직업을 유지하고 있다.


어학원에서는 원어민 강사로 일한적도 몇번 있었는데 늘 못알아 듣는척 연기를 해왔던 터라,

한국말을 못하는척 못알아 듣는척 하고 영어로만 말하기 미션은 나에겐 식은죽먹기었다.

'It's a piece of cake!' 쥭? what is that? Ow... You mean porridge?


하지만 어학원에서 원어민 강사의 입지는 그리 크지 않았다.

수업을 원어민이 했어도 그것을 어머님들에게 조리있게 전달하는 것은 한국인 파트너 선생님의

차지었기에 원어민은 그냥 재미있어야하는 선생님이라는 인식이 있다.

한국인 선생님은 조금 빡세게, 숙제도 많이 내주어도 되지만 원어민은 Nice하게 아이들의

고된 하루를 영어로 웃게 만들어 줘야하는 또 다른 미션이 있다. (물론 어학원마다 차이가있다.)

그러다 보니 조금이라도 학습적으로 치우치거나 흥미위주가 아니라면

아이들의 욕을 먹기 일수다.

"머라는거야! 재미없네...." 정도의 발언은 아주 양호한 편에 속한다.


하루는 "신발X, 뭐라는거야! 못알아 먹겠네!"하고 쌍욕을 먹기도 하고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온데간데 없고 "야! 쟤 뭐라고 하냐?"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영어교육도 나름 교육의 일부라서 영어를 아무리 잘한다 하더라도

영어공부할 태도나 언어선택에 민감한 사람이라 그런말이 오고갈때면

'나는 한국말을 못하지만 욕은 잘 알아들어! 따라나와!'하면서

한국인 선생님이나 원장님에게 데리고가서 혼줄을 내준다.

처음에 그 친구들을 데리고 나가면 한국인 파트너도 원장님도 그 사실을 믿지못하겠다는 반응이 일반적이다.

한국인선생님 시간에는 너무 착실한 '모범생'이라는 것이다. 원장님에게도 항상 예의가 바른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과연 원어민 선생님을 무시해서일가?

아니면 아이들의 기대치가 달라서일가?

단순히 버릇이 없는것일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보니 이 꼬맹이들도 '사회생활'을 하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울자리를 보고 펴라.'라는 말처럼 잘 혼을 내지 않는 아빠에게는 약간 더 버릇이 없게 구는 듯하고 혼을 내는 엄마에게는 규칙을 잘 지키는 편이다. 그리고 우리 첫째는 "엄마가좋아, 아빠가좋아?"라는 뻔한 질문에,

"응, 난 엄마가좋고 아빠도 좋아!"라고 대답을 한다.

하지만 아직 그런 눈치를 보지않는 둘째는,

"난 엄마만 좋아. (또는) 난 아빠만 좋아."라고 즉흥적인 대답을 한다.


이것은 언어를 떠나서 상황상 혼나지 않을 것같은 이에게 조금 더 막 대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언어를 구사할 수 있고 웃으면서 말하면 내가 욕을 하고있는지 상대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입장이라면, 더더욱 함부러 하고싶은 욕구가 커지는 것 같다. 아니, 어쩌면 호기심에 시작한 행동이 습관이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이중적인 언어사용은 결국 SNS에서도 일어나고있다. 애석하게도 아이들뿐만 아닌 어른들도 말이다.


익명으로 또는 비공개 계정으로 얼굴은 가린채 '노필터' 언어를 구사하는 우리들의 모습말이다.

아니, 대놓고 실생활에서도 '노필터', '팩폭' 이 유행인듯 하다.


과연 돌아봤음 좋겠다.

난 그것들을 훌륭한 언어구사력이라고 착각하고

이중 삼중 다중의 인격들을 스물스물 내보내고 있지는 않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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