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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ook H Aug 31. 2024

때론 귀엽게, 때론 징그럽게

말 더럽게 안 듣는 딸, 그러나 소중한 내 딸.

늘 딸내미를 대하며 웃픈 현실을 자아냄에 따라 양가적 감정이 공존한다.


"엄마, 이거 물이야?"

"...."

"엄마, 이거 물 맞아?"

"...."

"엄마!! 엄마??? 엄마!!! 왜 대답 안 해?? 기분 나빠!!!"


물을 물이냐 묻는 딸내미.....ㅜㅜ


엄마 몰래 엄마의 영역에 침입해 무언가 몰래 가져가놓고 엄마의 기분을 떠보려 쓸데없는 말을 걸어보고는 엄마가 말이 없을 땐....... 화를 낸다.(녀석은 어릴 때부터 갖고 싶은 거나 필요한 게 있으면 몰래 가져서라도 그걸 꼭 손에 넣어야 하는 특성이 있었다. 것도 본능에 충실하고 자제력이 약한 녀석의 증후군 특성 중 하나인 듯 보인다.)


그리고 한 시간 뒤.....


녀석은 유튜브 애청자이다.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 평소 운동이 습관화되어 있는 녀석은 요즘 자신의 뱃살에 엄청 신경을 쓰고 있는 눈치다. 살을 빼야 방탄 소년단 지민이를 만날 수 있다면서......


유튜브 다이어트 채널을 봐도 정말 희한한 프로그램만 찾아서 보는 딸.


중국 아줌마의 에어로빅 영상을 틀어놓고 다리를 엇박으로 흔들며 팔은 앞뒤로, 그리고 엉덩이를 좌우로 신나게 왔다 갔다 하면 녀석의 긴 말꼬랑지 머리도 함께 흔들린다.


녀석이 안 이뻤다가 금세 또 그런 모습에 귀여워 웃음이 픽 난다.


그리고 딸아이의 해맑은 미소를 보고 있으면 빗장을 걸어 잠그고 꼭꼭 숨어버린 엄마의 마음이 순식간에 해제가 되고 만다.


봄, 가을이 되면 이곳이 생각나지 않을 수가 없다.

남한강 뷰가 아름다운 곳이다.


작업하는 중간에 한 번씩 오는 카페에서의 시간은 나에겐 힐링이 된다.



사진 찍어 달라며 꽃을 하나 꺾어 머리에 꽂고 엉덩이를 살짝 비틀어 힐을 신은 발을 돋보이게 하곤 섰다.


그런 녀석이 또 귀여워 웃는다.



그리고 언제나 꺾은 꽃은 선물이라며 엄마 손에 쥐어주곤 한다. 그 꽃을 버리거나 잃어버리면 녀석이 여간 서운해하는 게 아니다.


해서 아직도 지갑 에서 조용히 자리해 있다....


그런 것 하나하나가 녀석의 존재감을 강하게 남긴다. 녀석이 남긴 흔적들을 바라보며 더 소중하고 더 미안해지기도 한다.



가을 향기가 너무 좋았던 날이었다.

주하는 이날도 어김없이 엄마를 뒤로하고 카페언니에게 껌딱지처럼 달라붙어선 녀석의 끝내주는 사교성을 발휘한다. 참고로 이날 아르바이트생 언니는 처음 보는 뉴페이스였다.


커피를 다 마시고 집에 가자 하는데도 녀석이 카페에서 나올 생각을 않는다.


신랑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나야. 주하 기다리는 중...."

"넌 차야?"

"응. 주하 지금 카페언니랑 얘기해."

"무슨 얘기?"

"나도 모르지... 쟨 프래더윌리증후군이 아니었으면 아마 학교에서 회장도 하고 아파트 부녀회장도 했을 거야."




늘 그렇게 녀석은 개인적인 일로 바쁘고, 엄만 늘 혼자 사색에 취해 있다.


풍경 이네~


가을이 오고부터 엄만 밤이 기다려진다.

까만 하늘에 별을 보려고....


오늘도 데크 한편에 자릴 틀고 앉으려 하는데 반려견 체리가 자기의 자린 놔두고 항상 엄마 자리에 와서 같이 앉으려 한다.


그럼 <너 거기 앉아라 엄만 다른 의자에 앉을게> 하고 다른 의자로 건너오면 또 따라서 엄마가 앉은 의자로 올라온다.....


귀엽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주하랑 참 많이 닮아 더 짠한 녀석이다.



까만 밤하늘에 별이 카메라엔 담기질 않으니 밝은 조명의 공간을 향해 사진을 찍었다.


별을 늘 바라보며 평소 몰랐던 별에 대한 비밀들을 몇 가지 알아내었다.


모두가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자고 있는 그 시간, 새 한 마리 날아다니지 않을 것 같은 고요한 밤이지만 까만 밤하늘에 누군가 여전히 바쁘게 활동하고 있었으니 그게 바로 별이다.


별이 움직인다 하면 사람들이 의아해하겠지만 조용히 그리고 느린 속도로 바쁘게 움직인다.  비행기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일정한 높이에 일정한 속도로 지나간다면 별의 움직임은 비행기보다 고도에 위치한 상태로 아주 천천히 사방으로 다닌다.


그렇게 움직이는 별이 꽤 많다.


쟤네들은 뭘까. 늘 궁금하다....


또한 1초에서 2초간 파바박 스파클이 튀다 사라지는 아이들도 꽤 볼 수 있고 다양한 크기의 다양한 색으로 떨어지는 유성들도 가끔 본다.


그리고 신랑에게 말한다.


"난.... 종교는 안 믿는데 외계인은 믿어~!"


그럼 신랑은 늘 그랬듯  아내를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몇 초간 빤~히 쳐다본다.




다음날 우리의 아침 식사.


신랑은 옷 매장을 오랜 세월 운영하다가 그만두고 1년 전?부터 목공일과 텃밭의 농사를 일구고 있다.


덕분에 매일 건강 식탁을 맞이하는데 신랑이 직접 일군 여러 채소들을 뚝뚝 썰어 올리브오일을 두른 팬 위에 지글지글 볶는다.


그렇게 양념된 야채들은 딸내미도 좋아할 만큼 꽤 맛나다.



오늘 나의 그림 진행 현장....

흑백이 넓은 피부 면적을 표현하기엔 꽤 어렵다는 걸 새삼 느끼며 작업 중이다.


칼라의 인물화는 다양한 색으로 피부색을 연결하는 데 있어 그리 어렵지 않은데 반해 흑백은 검정과 흰색 두 가지로 다양한 음영을 연출해야 하기에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자꾸 얼룩이 진다...ㅠㅠ


이 작품을 출품할 미술대전이 9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그때까지 그릴 수 있을까.


일단 해보자 한다.



오늘도...


붓을 놓고 <카페 가자!> 딸아이에게 소리치곤

딸아이도 신나서 차에 올랐는데....


녀석 어릴 때부터 그러지말아라 주의주던 일이 아직까지 반복 중이다.


"너.... 입에 뭐가 묻었어. 양치 안 했어?...

엇!! 고춧가루가....하.....나올땐 양치를 하고 나오랬잖아. 할 수 없지. 그냥 가."


"아 기분 나빠! 안가 안 갈래. 차 세워. 차 세워!!!!"


오늘도 녀석의 기분을 건드린 엄만 녀석의 성질내는 모습을 꽤 긴 시간 봐야 했다.....


하.... 그냥 건드리지 말걸....ㅜㅜ


녀석의 기분이 상한 것도 잠시, 카페에 들어서니 어젯밤 녀석이 친분을 쌓아놓은 카페 언니가 주하를 보며 환히 반겨주었다.


양치를 안 해 이빨에 고춧가루가 있다는 엄마의 말을 들은 녀석은 자신을 반기며 인사를 건네는 카페 오빠와 언니 앞에서 수줍은 웃음만 짓고 손으로 입을 꾹 가리고 섰다.


오빠 언니의 살가운 인사가 녀석의 무뚝뚝한 표정으로 살짝 겸연쩍은 듯하여

"하하... 얘가 엄마한테 혼나서 그래요...^^;;;"라고 대변해 주었다.


그리곤 엄마를 잡아먹을 듯 째려보는 딸내미.....ㅠㅜ


카페 오빠언니가 착해서 매니저인 오빠 인스타를 연결해 주려고 딸내미에게 태블릿 가져와보라 했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그동안 딸아이에게 늘 경험과 기회를 주었고, 그럼 딸은 엄마아빠가 제공한 경험의 기회에 비례만큼이나 그에 따른 문제를 만들었으며 우린 다시 그 기회를 박탈하는 일들을.... 반복했다.  


녀석의 태블릿을 오랜만에 점검해 본 엄만, 여기저기 사람들에게 마구 메시지를 보낸 녀석의 온라인 활동을 보면서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녀석이 화나면 화나는 데로 아무 블로그나 유튜브에 들어가 자신의 화난 감정들을 두서없이 마구 적는가 하면, 잘생긴 남학생의 소셜미디어에 찾아 들어가 오빠오빠하면서 애정 담긴 글을 남기기도 했다. 상대방이 누구냐 하는데도 혼자 사랑한다는 일방적 글들과 함께 자신의 핸드폰 번호와 집주소를 마구마구 뿌리고 다녔다. 뿐만 아니라 엄마 블로그이웃에 찾아들어가 엄마아빠만 알 수 있는 알아보기 힘든 글들을 쓰고, 강아지 분양사이트에 가선 강아지 분양받겠다며 집주소 적고 전화번호 적고 한다.....


안 되겠다 너 인스타 하지 말아라....


그리고 녀석은 또 뿔이 났다.





딸내미가 고기 먹고 싶다길래 마트에 가서 삼겹살을 사 왔다.


체린 자기 자리 놔두고 주하 언니 자리에 가 앉았다.  우리 집 폭군, 주하언니 보면 또 난리 칠라 빨리 내려와라 재촉한다....


맨날 주하의 앙앙 짹짹 거리는 잔소리를 체리가 순하디 순한 얼굴로 눈만 껌뻑이며 다 받아주고 있다.


그런 체리가 고맙고 예쁘다. ^^



아빤 오늘 저녁, 서울에서 친구들 내려와서 함께 시간 보내느라 옆동네에 가있고 주하랑 둘이 밥 먹는데 하.... 아빠의 빈자리가 참 크게 느껴진 날이었다.


"엄마, 물...내가 해?"

"아니 아니 기다려."


물을 가져와라 하면 식탐 많은 녀석의 행동은, 그 물에 올리고당이나 달달한 진액 무언가를 타서 오기도 한다. 그러지 말아라 해도 본능에 충실하기에 녀석은 매번 그렇게 무언가 몰래 열심히 한다.


해서 물도 엄마가 가지고 와야 하고 고기도 구워야 하고 김치 구워달래서 김치 구워줘야 하고 주방과 밖을 들락날락거리며 시원한 저녁임에도 땀이 줄줄 났다.


하.... 올해 밖에서 해 먹는 고긴 이게 끝이다.



주하는 밥 잘 먹고 친구들과 시간 보내고 있는 아빠에게 화상채팅을 연결해 아빠친구들이랑 또 친분을 쌓느라 바쁘다. 그러거나 말거나 엄만 밖에서 별 바라보기.....


하~~~~ 이제야 쉬는 것 같다.


별을 가만 보고 있자니 아이스크림이 당겼다.


혼자 갔다 오면 될걸 또 주하를 불러 같이 가자 조른다.


"싫어, 나 운동할 거야. "

"가자. 응?"


아빠가 늘 이 부분에 대해서 의아해한다.


주하케어하는 게 힘들다며 그냥 혼자 편하게 편의점 다녀오면 될걸 어딜 가든 항상 딸내미를 데리고 다닌다.

이 부분에서도 엄마의 이유는 많다.


주하는 학교를 경험한 뒤로 자격지심이 생겼다.

귀여워 웃으면 왜 웃냐 웃지말아라, 너 여기 있어 하면 왜 내가 챙피해? 라고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런 녀석이다 보니 엄마가 자기를 창피한다고 생각할까 봐서 항상 어딜 가든 당당하게 데리고 다닌다.


그리고 딸아이도 이런 작고 소소한 경험들로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지, 가을밤에 편의점 가는 게 얼마나 재밌는 일인가. 또 혼자 있음 몰래 음식을 꺼내어 먹을지도 몰라, 그리고 엄마 찾는다며 밖으로 나오면 어떡하나.... 등등.....엄마가 녀석을 항상 데리고 다니는 이유들은 많았다.


그렇게 오밤중에 편의점 가기를 실행해 옮기고 녀석의 신나 하는 모습을 보며 삼겹살이 맛있다 발을 동동 구르던 좀 전에 딸아이를 보는 행복에 이어 또 한 번 흐뭇해지는 순간이었다.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는 게 포인트가 아니라 선선한 가을 , 주하랑 둘이 편의점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고르고 셀프 계산대에 가서 바코드를 찍느라 같이 헤매고 같이 해결점을 찾아가며 딸내미가 헤매는 엄마를 도와줄 수 있어 좋았다는 점,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들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네 개의 자동차 창문을 다 오픈해 뒷좌석에 앉은 반려견체리와 함께 입술 안 가득 바람을 훌훌 넣어가며 드라이브를 즐기다 돌아왔다는 사실이 참 기분이 좋았다.


집으로 돌아와 녀석은 유튜브 채널, 중국 아줌마들의 상한 다이어트 영상을 따라 하며 춤을 추었고, 엄만 오늘도 별을 관람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밤이 되길 기다렸다가 컴컴해지기 시작하는 하늘에 별이 하나둘  오르기 시작하면 설레기도 하고 그 시간이 참 행복하다.



그러다 녀석이 엄마에게 메시지를 보내었다.


엄마모해심심해빨랑드어와

모기발피파라꼭물는다모기다리가물는다

(해석->엄마 뭐 해? 심심해, 빨리 들어와. 모기가 발가락 피 빨아먹는다. 모기가 엄마 다리 물어.)


웅, 별구경해. 알았어 들어갈게.


녀석의 메시지를 읽다 보니 며칠 전 주하가 화났을 때 엄마에게 보낸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아줌마!!! 아줌마!!! 아줌마 누구세요!!!!

   


                 




녀석은 늘 엄마보다 늦게잔다.

자자해도 자기는 안 자고 뭘 더 해야 한단다.

어릴 때부터 자는 시간을 아까워했던 녀석이었다.


그리고 늘 엄만 잔소리했다.


잘 때 불 끄라니까.

알았어~


야, 불!!!

알았어!!!


야!!!!

알았다구!!!


그리고 오늘도, 잠들기 전,

엄마에게 반항이라도 하듯

거실 불들을 환하게 다 켜고는 취침한다.


엄마도 질세라 그래 너도 한번 당해봐라  녀석의 머리 위로 환하게 비출 조명등을 가져와 녀석 얼굴 위로 눈이 부시게 불을 켜곤 도망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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