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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별 Jul 04. 2022

동상이몽

내 생각과 너의 생각은 같지 아니하다.

올해로 길 위의 청소년 활동을 한 지 15년이 되었다.

물론 그 기간에는 잠시 기관에 들어가 일을 하기도 했다.

청소년을 만나기 위해서는 어찌 됐든 남의 손 빌리지 않고 내가 벌어서 쓰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활동비를 충당하였다.

또 만나는 청소년들이 특별함을 넘어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이 넘치는 아이들이었기에 청소년과 관련된 활동, 위원이면 무조건 지원하였다.

때로는 지원서를 출력할 때 쓰이는 종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수많은 탈락을 맛보아야 했다.

한 번쯤은 "야, 너 이거 잘하니까 이거 좀 해봐라. 내가 추천해줄게." 이런 사람도 있을 법하지만 그러기엔 내가 아직 부족한 사람이었는지 그랬던 사람이 없었다.

하긴 있다고 해도 내가 거절했을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최대 두 시간, 최소 한 시간 내에 상대가 겪게 될 그 무언가를 결정 내리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청소년에게 어떤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그 청소년의 개인의 인생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 나아가서는 그가 속한 사회, 여론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잘못했다고 해서 처벌을 하는 것이 모든 것이 아니라 처벌 이후의 삶.

즉, 그가 범한 잘못된 행위로 수반된 모든 인적ㆍ물적 피해는 진심 어린 반성과 최대한의 회복이 뒤받침 되어야 하고, 그가 겪었던 유사한 사례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또 지금 그에게 부과된 처벌은 그 누가 아닌 본인이 행한 원인 행위의 결과로써 그 과정 중에 발생한 모든 민형사 상의 일체의 책임은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부담하고 해결하되 그 과정을 이행하는 과정에 있어서 그의 가족에게 비난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청소년이 잘못된 행위를 하지 않도록 육 및 감독하는 것이 보호자의 역할이자 책무이나 어떤 보호자라도 "완벽"하게 양육할 수는 없다.

그러니 보호자가 놓친 부분을 탐색하고, 발견된 문제는 부모가 아닌 사건 당사자 본인이 직접 해결하되 과정 중에서 당사자 본인이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 일차적으로는 그들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보호자가 방법들을 알려주는 방법으로 개입이 이루어져야 한다.

흔히 본인이 한 것은 본인이 처리하라는 말이 있다.

자신이 범한 행동은 쉬우나 그것을 복구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 지 알려야 한다.

그것이 어떤 위원으로서 청소년들을 간접적으로 만나는 나의 역할이다.

그러나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활동 가로서 보다 위원으로서 나에 더 초점을 맞춘다.

물론 위원으로서의 나는 더 있어 보인다.

정말 있어 보이는 그뿐이다.

내 존재의 이유는 위원으로서가 아니라 활동가로서다.

어느 날 거리 상담하며 제육 볶음밥을 먹었다.

잠깐 생각에 잠겼는데 돌아보니 빈 그릇만 놓여 있었다.

그날은 너무 맛있어서 내가 먹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었던 것이다.

그 단출했던 제육 볶음밥이 그렇게 맛있었던 이유는  

무엇이 많아서가 아닌 만든 이의 몰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었다.

청소년 활동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얼마나 만났는 지의 연차보다는 내가 만나는 한 아이마다 얼마나 몰입을 했는지의 여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크게 느꼈다.

"있어 보이는 나"가 아니라 "있는 나".

그것이 청소년 활동가로서 바라는 모습이다.

활동한 지 3년도 더 된 거리상담. 처음에는 과연 반응이 있을까라는 마음에 시작한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는데 호응을 잘해주었고, 감사하게도 나의 전담프로그램으로 넣어주셨다.
거리상담에서 제공해준 제육볶음밥. 재료는 돼지고기와 시금치, 깨 등등 꽤 단촐하지만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돌아보면 한 그릇이 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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