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서 각을 잘못 잡았다.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나 브런치에서 "진지한 사람"이다.
내가 올렸던 글들을 쭉 보니 모두 회고, 성찰, 번뇌, 자각 뭐 이런 종류이다. 그런 글을 쓰고 싶었던 건 사실이다. 가면을 벗고 내면의 슬픈 측면을 적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잠깐만요. 저 그렇게까지 우울한 사람은 아닌데요? 저 지하 몇 층까지 내려가야 되는 거예요?
"저 밝은 사람입니다." (궁서체)
1년 전 한국에 돌아갔을 때 25년 절친 대학동기를 만났다. 나이가 드니 더 어른스러운 대화 주제도 생기고, 어릴 때 하지 않았던 이야기들도 하게 되었다.
"사실 나 별로 사랑 못 받고 자랐어."라고 내가 말했다. 25년 절친은 놀랐다.
"난 너 사랑 많이 받고 자란 줄 알았어."
몇 달 전에도 동네에서 알게 된 언니가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너 사랑 많이 받고 자란 것 같아."
'이건 좋은 말이겠지? 나 노력하면서 살았구나. 나 잘 자랐구나.'
나는 가족과 관련해서는 안 좋은 말을 잘 못 한다. 혹시 하더라도 상당히 뭉뚱그려서 두리뭉실 이야기한다.
그런데 브런치는 나를 열어놓았다. 항상 마음속에 꽁꽁 간직했던 것들을 익명의 가면 뒤에서 자유롭게 소리쳐볼 수 있게 했다. 사실 마음껏 소리 지르진 못했다. 여전히 정제된 외침이었다. 그 정도면 딱 좋다. 아무리 익명이라도 굳이 낱낱이 파헤치고 싶진 않다.
그런데 이제 나의 밝은 측면도 적어보고 싶다. 밝고 가벼운 이야기도 나의 일부이니까. 지금이 지하 3층의 어둠이라면, 대략 지상 1층 정도의 밝음. 흙이 있고, 나무가 있고, 햇살이 드는 평범한 사람 사는 이야기.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눈앞에 펼쳐지는 이야기.
나의 '밝음'과 '긍정'에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남편' 이야기를 좀 써볼까 한다.
연재 브런치북, "남편 관찰 일지 (feat. 캐나다) - 결혼 20주년 기념 발행물". 개봉박두!
이상, 광고성 글이었습니다. 헤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