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하면 망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남자는 술, 여자, 주식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말도 들어봤다.
몇 년 전 주식투자 광풍이 불어올 때 지인들은 주식 정보를 줬다. 왜 안 사냐고 얼른 사라고.
책도 읽어보고 인터넷 검색도 하고 유튜브 동영상도 봤다. 뭔가 굉장히 어렵다.
몇 년 전 주식투자 광풍이 불어올 때 지인들은 주식 정보를 줬다. 왜 안 사냐고 얼른 사라고.
책도 읽어보고 인터넷 검색도 하고 유튜브 동영상도 봤다. 뭔가 굉장히 어렵다.
돈도 없고 겁도 많고 의심도 많은 성격은 지르지는 못하고 1주, 3주를 사고팔아봤다.
영 성격에 안 맞는 것 같다. 포기다.
연세 지긋한 어르신, 지인 한분은 요즘도 주식 정보를 알려주신다. 한참 코스피가 곤두박질치던 작년 가을, 괜찮은 곳이라며 이쪽으로 연락을 한번 해보라고 한다. 이 팀장한테 전화를 하면 이것저것 상세히 알려준다 했다. 자체 프로그램을 깔아서 선물을 사고팔 수 있다고 했다. 뭔가 이상하다.
의심이 많은 편이다.
일단은 그냥 네네 했다. 바빠서 아직 프로그램은 다운로드하지 못했다며 차일피일 미뤘다.
며칠 뒤, 이 팀장이랑 통화를 해봤냐 한다.
아뿔싸.
관계가 있기에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암만 봐도 사기꾼 같지만 일단 프로그램까지만 깔기로 마음먹었다.
이 팀장은 친절하게 프로그램 다운로드 하는 방법을 설명해줬고, 채팅방 입장도 알려줬다.
프로그램은 다운로드하였다.
왜 증권회사 HTS(홈 트레이딩 시스템)가 있는데 굳이 따로 이걸 쓰라는 걸까. 다운로드한 프로그램을 사용하려면 이 회사의 계좌로 입금을 하고 이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이상한 시스템이다. 입금은 하지 않았다. 아니, 안 할 생각이다. 이 회사는 뭔데 이렇게 다 퍼주는 걸까. 세상에 공짜는 없더라.
궁금하다. 궁금하다. 채팅방엔 또 들어가 본다. 병이다.
채팅방엔 80명가량이 있다.
방장이 준비 시작 사인을 보내면 일사천리로 매수, 매도를 하고 수익을 청산하는 시스템이다.
며칠을 지켜봤다.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일까.
궁금하다. 궁금하다. 궁금하다.
가장 어려운 게 선물 거래라던데 이렇게 쉽게 수익을 내다니. 주식이 이렇게 쉬운 거였나. 선물 거래하다 쪽박 찬 사람들이 신랑 친구들만 해도 몇이나 있던데. 뭘까.
며칠 지켜보니 세뇌당하기 딱 좋다.
채팅창에 응원 메시지를 요구한다. 할 수 있다는 말을 하게 함으로써, 묘하게 자신감을 세뇌시킨다. 응원 메시지를 외치지 않으면 강퇴라는 압박도 함께한다.
수익 인증이 펼쳐진다. 너도 나도 돈을 벌었다며 얘기한다. 여러 명이서 계속 돌아가며 수익 인증을 하니 혹 할 수밖에 없다.
수익 인증을 하며 방장에게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신격화한다.
며칠이 지나니 5~6명이 돌아가면서 계속 수익 인증을 하는 걸 발견했다. 당하기 딱 좋은 시스템이다. 나도 저렇게 돈을 벌 수 있을까 혹 할 수밖에 없다.
@YTN 뉴스 캡쳐
며칠 전 뉴스에서 해외선물 리딩 사기 조직을 검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짜 HTS 사기단.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가짜 HTS를 사용하게 하고 예치금을 가로채는 수법이다.
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악 이게 그거였구나.
난 사기꾼의 먹이가 될 뻔했구나.
돈을 향한 욕심이 화를 부른 걸까. 어찌 보면 여러 명이서 이리도 성실히 달려들어 사기를 치는데 속아 넘어갈 수도 있다는 안타까움도 든다.
채팅방을 나온 이후로도 방장은 꾸준히 채팅창에 말을 걸었다. 이 세계에 번호가 팔렸는지 여기저기 자꾸 가입을 하라고 난리다. 언제나 유혹한다. 수익을 준다고.
잊지 말자. 세상에 공짜 없다.
* 이 글은 헤드라잇에 게재 중입니다.
https://m.oheadline.com/articles/nfwMI3VxIR4Xwxs2d31i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