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쌍을 사랑했지만, 쌍꺼풀이 생겼다. 대학에 들어가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안주를 집어 먹으며 보낸 다음날에는 언제나 눈두덩이가 팅팅 부어있었다. 세수를 하며 눈을 비비고 수업을 들으며 몇백 번 눈을 껌벅이다 보면 해 질 녘엔 부기가 가라앉았다. 부기 빠진 눈꺼풀을 데리고 또 술 먹으러 갈 시간이다. 무한반복으로 눈두덩이를 괴롭힌 결과, 대학 졸업 즈음엔 쌍꺼풀이 생겼다.
처음엔 한쪽만 생겼다. 짝짝이 눈이 신경 쓰여 쌍꺼풀이 생기지 않도록 게슴츠레 눈을 떠봤다. 영 없어 뵌다. 이건 아닌 것 같다. 라면을 거하게 국물까지 들이켜고 자고 난 다음 날은 다시 무쌍의 눈두덩이로 돌아왔다. 매일 라면을 먹고 자야 하는 것인가. 쌍꺼풀이 싫었다. 아니, 어색했다. 짝짝이는 더 싫었다. 쌍꺼풀은 주름이다. 한번 생긴 주름은 없어지지 않았다. 점점 더 선명해졌고, 라면에 밥까지 말아먹어도 없어지지 않는 강력한 주름이 되어가고 있었다. 한번 파인 주름은 더 깊이 파고 들어갔다.
다행히 한쪽 눈이 자리 잡을 즈음 다른 쪽에 주름이 가기 시작했다. 무쌍을 할 수 없으면 짝짝이는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두쪽 다 생겼으니 차라리 잘 됐다며 그제야 안도했다. 쌍꺼풀 없는 눈이 좋았다. 요즘엔 쌍꺼풀 없는 게 희소성이 있다며 오히려 자부심을 가졌다. 쌍꺼풀을 만드는 수술은 있어도 없애는 수술은 없지 않은가. 소박하게 튀어 보이는 눈두덩이의 매력이 없어진 듯 해 아쉬웠다.
이왕 생긴 쌍꺼풀도 내 몸이니 좋게 좋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달리 생각해 보면 돈 굳었다. 돈 주고 수술한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쌍꺼풀을 얻은 것이니 말이다. 이왕 생긴 거 애정을 가지고 지켜주기로 한다.
무쌍이었던 적이 있었던지도 모르게 쌍꺼풀이 익숙해져 있던 어느 날, 병원에 허리가 아파 진료를 보러 갔다. 정형외과 의사가 뜬금없이 갑상선이 안 좋냐고 물어본다. 눈이 많이 돌출된 것 같은 데 가서 검사를 좀 받아보란다. 순간 걱정이 됐다. 창창한 이십 대에 갑상선 이 안 좋다니. 밤마다 불나방처럼 돌아다니더니 결국 건강이 상한 건가. 의사는 심지어 진료 예약까지 도와줬다.
그렇게 친절한 정형외과 의사님 덕분에 갑상선 진료를 위해 내분비내과에 들렀다. 몇 가지 검사를 하고 결과를 듣는 긴장된 순간이 왔다. 다행히 의사는 별 이상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