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의 쓸모

by Hee언니

얼굴만 개구리상이 아니다. 개구리와 닮은 곳이 또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발가락. 열 발가락을 최대한 쫙 펼쳐 뻗어내면 개구리가 점프하며 하늘로 튀어 오를 때의 발놀림이 연출 가능하다. 가끔 심심할 때면 발가락으로 가위, 바위, 보를 하며 스트레칭을 하기도 한다.






나름 발이 유연한 편이라 발레의 발 동작 중 포인(point : 발등과 발끝을 길게 쭉 펴주는 동작)을 할 때, '고'가 많이 나오는 편이다. 이 '고'라는 것이 선천적으로 발 아치가 높은 편이기도 하고 발등이 잘 휘어져서 그렇기도 하다. 고가 잘 나오면 토슈즈를 신을 때 미학적으로 아름다워 보이는 효과가 있다. 지면에 닿은 발바닥으로 바닥을 밀어내며 토슈즈의 발가락으로 체중을 실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딱딱한 발보다는 유연한 발이 무게 중심을 옮기기 수월한 점도 있다.


튀어나온 발가락이 없고 가지런한 발끝도 소유하고 있다. 토슈즈를 신으면 발가락으로 몸 전체를 일으켜 서있어야 하기 때문에 발가락 끝이 일직선인 것도 꽤 장점이다. 발가락 두 개가 토슈즈 바닥에 닿는 것보다는 세 개가 닿는 게 몸무게를 분산시켜 주니깐.


이렇게만 보면 발레를 하기에 완벽한 발이다.



토슈즈를 신을 때 유리한 발 입니다만.



고가 나오는 발을 보며 대학 동기들은 항상 물어봤다. 왜 발레나 현대무용 안 하고 한국무용을 했냐고. 사람은 다 가질 수는 없나 보다. 이왕 발가락이 발레리나 일 거면 종아리 굵기의 허벅지도 주시지 발가락만 발레리나 용으로 주셨다. 발만.


목욕탕만 가면 발가벗은 몸을 아래위로 훑는 아주머니들이 시선을 고정시키며 허벅지가 튼튼해야 건강한 거라며 노상 말씀하셨다. 건장한 하체는 장수를 가져다줄 수는 있을지언정, 발레리나가 되게 할 수는 없었다. 쓸데없이 유연한 발가락은 그다지 쓸모가 없어 보인다.






"악!"


거실에 굴러다니던 레고 조각을 밟았다. 분노를 담아 발을 아프게 한 범인을 체포했다. 야무지게 유연한 발가락 두 개로.


드디어 찾았다. 발가락의 쓸모.







Photo by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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