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사이즈 얼굴

by Hee언니

재수 없지만 얼굴이 작다. CD 사이즈. 크기만 연예인 얼굴이다.(구독 취소의 소리가 들린다.) 태어나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까지 별 주목을 받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초등학생들에겐 얼굴 크기가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운 좋게 전교 부회장을 하던 때, 아침 조회 시간 교가나 애국가를 부를 때는 항상 단상 앞에서 지휘를 했다. 그걸 본 친구가 그랬다. 멀리서 보면 닭 대가리 같다고.


닭 대가리.

머리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었기에 기분이 아주 많이 나쁘지는 않았다. 내가 봐도 뭔가 머리만 동동 떠다니는 게 보였으니까.




얼굴이 작습니다만. 닭.




언제부터인가 얼굴이 작은 걸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생겼다. 욕인 듯 욕 아닌 욕 같은 닭 대가리 같은 얼굴 크기가 훗날 이렇게 빛을 발하게 될 줄이야. 세상 오래 살고 볼일이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여중, 여고 친구들은 얼굴 크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얼굴 크기를 자로 재보며 부럽다를 연발하였다. 그러면 뭘 하나. 얼굴만 작은 것을. 발만 발레리나에 이어 이번에도 다 가질 수는 없구나. 이왕이면 이목구비도 연예인으로 주시지.








대학생 때, 선배 언니가 별명을 지어줬다. 둘리 엄마. 공룡 중에서도 목이 길고 덩치가 크지만 머리는 작은 브라키오사우르스.



둘리 엄마도 얼굴은 작아요. 몸이 클 뿐.



얼핏 닭 대가리라는 말 보다야 좋아 보이지만, 얼굴만 작고 덩치는 커다란 건 닭이나 공룡이나 비슷하다. 알고 보니 닭의 조상이 공룡이라고 한다. 아. 이렇게 조상님 찾기를 하게 되는구나.


몸이 커서 슬프지만 아직은 우리나라 유행은 얼굴이 작은 게 대세이니 조금만 닭대가리 부심을 간직해야겠다.


재수 없지만 연예인 사이즈 얼굴을 최대 장점으로 내세워볼 참이다. 어디다 딱히 내놓을 곳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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