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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독성 Dec 30. 2022

그날의 냄새는 외롭지 않았어.

가을 냄새

브런치 작가가 된 순간, 나만의 공간에 꼭 남겨두고 싶었던 이야기.

혼자 아주 잘 논다. 노래를 듣거나 공연을 보거나 영화를 볼 때, 혹은 미술관의 그림을 만날 때, 홀로 작품과 만난 그 순간의 감정을 혼자 소화해 내는 그 시간이 좋다.


거의 10년 만에 가는 콘서트. 그동안 콘서트도 안 가고 뭐 했지를 생각해 보니 애를 낳고 있었구나.

주말 외출도 실로 오랜만이다. 간만의 홀로 나서는 외출은 설렘으로 다가왔다.

가을의 외로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어느 날, 그를 만나러 갔다.






가을 냄새

제목이 참 정감이 간다. 향기는 무언가 누군가를 위해 만들어진 인위적인 향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평소 썩 좋아하지 않는 단어이다. 그런데 냄새. 살 냄새, 책 냄새, 밥 냄새, 사람 냄새. 많은 냄새들은 생각보다 인간적이고 훈훈한 후각을 선사해 준다. 가을 느낌의 그 냄새는 어떨까. 노래로 취해보고 싶다.


처음 가보는 윤종신 콘서트. 그는 멋있었다. 잘 생겼다. 이제부터 정우성이라 부를 것이다.

거의 세 시간을 게스트 한 명 없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노래하는 그는 멋지다는 말 밖에.

가사 하나하나를 말하듯 전달하는 호소력이 가슴에 묵직이 남아있다.


2010년 3월부터 한 달에 한번 새로운 노래를 발표하는 월간 윤종신은 꾸준함의 의미를 되짚어 주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기란 쉽지 않다. 고된 흔적들이 쌓여서 멋진 역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는 얘기했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들려주고 싶다고 자신이 할 이야기가 없어질 때 그때 월간 윤종신은 끝낼 거라고. 듣고 보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현재를 살아가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노래로 바뀌어져 전해질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평생 노래하며 살겠다는 멋진 고백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는 노래도 있고 처음 듣는 노래도 있었지만, 작은 공연장에서 아티스트가 차분히 설명해 주는 노래에 귀 기울이다 보면 그의 작품 세계에 한층 다가갈 수 있었다. 이래서 공연을 보러 가는 거였지란 단순한 진리를 새삼 깨닫는다.


농담처럼 유튜브의 조회수를 운운하며 요즘 좀 뜸하다며 투정 아닌 듯 투정도 하는 분. 그런데 또 멋지게 한마디 해준다. 몇십 년 동안 노래하는, 어쩌면 계속 정상에 서 있을 아티스트가 섬이 되고 싶다고 한다. 며칠 뒤 발표될 신곡 '섬' 이야기이다.

섬, 육지에 살다가 쉬러 오는 가끔 편히 들릴 수 있는 곳.

섬이 이렇게 낭만이 있는 곳이었나.


그 섬에 자주 찾아가야겠다.

그 섬에서 떨어져 나간 조각이 싶어졌다.



2022 윤종신 콘서트 [가을 냄새]



위트 있는 콘서트의 마지막 앙코르곡은 국민 남자 이별송 좋니. 전주와 함께 그는 이렇게 얘기한다. 이거 들으려고 온 거 아니냐고.

맞다. 못 들었으면 서운할 뻔한 명곡이었다.


왜 이제야 이 멋진 가수의 콘서트를 와봤을까. 아티스트가 멈추지 않는 한 계속 그의 노래를 듣겠다는 다짐 아닌 다짐을 해본다.

감동의 여운을 고이 간직하며 하루, 하루를 지내는 12월 오늘, 그의 새로운 노래가 공개된다.


그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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