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지 눈에 띄는 외모는 아니었다. 눈썹까지 내려오는 까만 머리에 그 또래 남자아이들이 즐겨 입는 검정 아디다스 반팔 티, 반 바지를 입고 검정 가방을 둘러매고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첫째랑 비슷한 또래의 평범한 아이였다. 그 아이가 앉아있는 시소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이의 집중력은 한 곳으로 모여있었다. 핸드폰 속 게임 삼매경에 빠진 아이는 빠른 손놀림으로 폭탄을 던졌다.
'핸드폰이 없는 우리 아이가 저걸 보면 또 핸드폰 타령을 하겠지. 멀리서 지켜보는 나도 재미있어 보이는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언제까지 안 사줄 수만 없는 노릇인데 이건 정답이 없네.'
맞은편 벤치에 앉아 아이들을 기다리던 나는 그 아이를 바라보며 핸드폰과 우리 아이를 연관 지으며 미래를 고민하고 있었다.
또 한 명의 남자아이가 등장했다. 조금 더 덩치는 커 보이지만 친구인가 보다. 그 아이도 눈은 핸드폰 게임 화면을 바라본 채로 말을 걸고 있었다.
"XX XXXX XXX"
"XXX XXXX XXXX"
충격적이다. 내가 뭘 들은 거지. 입이 떡 벌어지는 욕이었다. 온갖 새끼들이 다 나왔다. 그냥 벤치 앞에 시소가 있어서 우연히 본 장면이지만 이젠 그들의 행동에 집중해 보기로 했다. 두 눈에 힘을 주고 그들을 바라봤다. 의미 없이 주고받는 욕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너 이 친구 이런 식은 곤란하지."
정도로 해석해야 할까. 점점 가슴속에서 불끈거리는 무언가가 입으로 튀어나오려 하고 있었다. 아이와 순간 눈이 마주쳤다. 바로 내 시선을 피했다. 굴하지 않고 계속 바라보는 내 눈과 몇 번이나 눈빛이 오고 갔다. 시소에서 일어난 그들은 나의 시선을 피해 미끄럼틀 통속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손에서 게임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다. 무언의 외침이 통했는지, 그들은 더 이상 욕을 주고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