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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소공 Sep 08. 2024

2. 똥쟁이 하니가 됐어요!

엄마 집에 온 이후 저는 귀여움을 독차지했답니다. 지난번에 말한 대로 엄마와 누나는 제가 뭘 하든 재롱으로 받아들이고 웃었지요.


저는 2개월 만에 그 어렵다던 계단 오르내리기도 터득하고, 소파에도 곧잘 올라갔어요. 엄마의 장바구니에도 걸핏하면 들어갔지요.


장바구니에서 놀기 해보셨어요? 얼마나 재미있게요! 엄마와 누나는 장바구니 안에 들어가 손잡이를 물어뜯는 저를 보면서 깔깔거리며 웃었어요.


저는 세상에 못할 것이 없는 용감한 반려견이 되어 가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그런 제가 못하는 것이 딱 한 가지 있었는데, 바로 오줌똥 가리기였어요.


엄마는 새로 사 온 배변 패드를 깔고, 제게 배변 훈련을 시켰지만, 저는 도무지 왜 그곳에다 오줌똥을 싸야 하는지 몰랐어요. 그냥 넓은 곳에 싸면 좋잖아요?


제가 계속 집안 곳곳에 오줌똥을 누고 다니자 엄마는 온 사방에 패드를 깔아놓기 시작했지요. 하지만 저는 그 배변패드라는 게 참 맘에 들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 패드를 피해 가면서 오줌똥을 갈겼죠.


엄마는 그런 저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곤 했어요. 엄마가 그러더군요. “으휴, 너 때문에 내가 울 틈이 없다!”고요.


맞아요. 제가 효자 맞지요? 엄마는 아빠를 잃은 슬픔을 눈물로 달래지 않고, 제 똥을 치우면서 치유해 나가고 있었거든요. 너무 자의적인가요?


하루는 엄마가 누나 학교일 때문에 오랫동안 외출했다가 들어왔는데, 집안이 온통 오줌똥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대요. 마침 누나도 함께 들어왔고요.


그동안 누나는 늘 학교에 다녔기에 제가 오줌똥을 갈긴 흔적을 제대로 못 보다가 그날 딱 현장을 포착했던 거죠.


누나가 그러더군요.


“엄마, 얘 족보 없는 개라서 그런 거 아냐? 엄마가 싸게 샀다며?”


헉, 족보 없는 개라뇨? 저를 싸게 샀다뇨? 저는 너무나 가슴이 아팠어요. 누나가 어떻게 저렇게 심한 말을 하나 싶었죠. 어디론가 숨고 싶었지만, 숨을 곳이라곤 장바구니 밖에 없었어요. 또 장바구니에 들어갔더니, 이번엔 누나가 깔깔거리면서 웃네요.


“아, 내가 장바구니에 들어가면 누나도 엄마도 기뻐하나 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무슨 일만 생기면, 장바구니에 들어가서 노는 걸 반복했답니다. 물론 4개월 정도까지요.


그 이후엔 제 덩치가 커져서 장바구니에 들어갔다가 몸이 끼어서 간신히 빠져나왔어요. 그리고 다시는 장바구니에 들어가지 않았죠.


그런데 제가 ‘똥쟁이 하니’가 된 결정적인 사연이 있는데요.


당시에 엄마와 누나는 주말마다 서울 연희동의 집에서 양평 집으로 와서 지냈거든요. 보통 금요일 저녁에 양평으로 와서, 일요일 오후에 연희동으로 돌아갔어요.


그날도 엄마가 누나랑 저를 차에 태우고 막 연희동을 출발해서 내부 순환도로에 진입했답니다.


그런데 갑자기 배가 살살 아픈 거예요. 배에서 괴물 한 마리가 몸부림을 치다가 밖으로 나오려고 용틀임을 하지 뭐예요. 저는 일단 짖었어요. 밖으로 나가 이 괴물의 정체를 알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엄마가 저를 한번 보고 다시 누나를 보면서 “하니가 멀미하나 봐. 네가 좀 만져줘”라고 하더군요.


그랬더니 누나가 제 머리를 쓰다듬어 줬어요. 참, 누나는 그때 조수석에 타지 않고, 저와 함께 뒷좌석에 탔어요. 제가 뒷좌석에서 혼자 무서워할까 봐 누나에게 저를 돌봐주라는 엄마의 뜻이었지요.   


하지만, 누나가 아무리 저를 쓰다듬고 껴안아도 그 괴물은 도무지 진정되지 않았어요.


저는 더 힘차게 짖으며 낑낑거렸어요. 차를 세우고 저를 내보내 달라고요. 엄마는 제 다급함을 보고 갓길을 찾았지만, 내부 순환도로에는 갓길이 거의 없었어요.


엄마가 저를 걱정스러운 얼굴로 보면서, “하니야, 조금만 더 참아!”라고 하더군요.


저도 참고 싶었어요. 진심이에요!


지난번에 한 번은 양평에서 서울로 오는 길에 거의 40분 정도 참은 적도 있었어요. 서울 올림픽 대교 부근에서 마포 공덕동까지 참고 갔거든요.


차에서 내리자마자 엄청난 크기의 괴물을 투하하는 저를 보면서 엄마는 기특하다면서 저를 막 쓰다듬어 줬어요.


저는 이번에도 그러고 싶었어요. 엄마도 아마 그런 제 인내심을 기대했겠지요. 저도 온 힘을 다 짜내 참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제 뱃속 괴물은 이미 참을 수 있는 한계를 지나버렸어요.


저는 마지막으로 신음소리를 섞어가며 낑낑거리며 울부짖었어요. 그런데 그 순간, 제 마지막 방어막이 확 깨져버렸어요.


‘뿌지직, 빠앙~ 콸콸콸’


채 형체도 갖추지 못한 괴물이 쏟아져 나왔어요. 누나는 비명을 질렀어요.

“엄마, 어떡해. 하니가 설사했어!”

네, 그 괴물은 설사였어요. 저는 배탈이 났던 거예요.


엄마는 당황해서 저를 봤어요. 안쓰러운 눈길이었어요. 그래도 차를 세울 수는 없었어요. 여전히 갓길은 없었거든요. 엄마는 누나에게 물티슈를 건네면서 침착하게 말했어요.


“그 시트 옆으로 살짝 치우고, 묻은 건 좀 닦고 앉아 있어. 지금은 차를 세울 수도 없고, 차를 세워도 할 수 있는 게 없어.”


당시 차에는 앞 좌석과 뒤자리를 완전히 뒤덮는 애견용 카시트가 설치되어 있었어요. 그러니 제 오물은 시트에만 범벅이 됐을 뿐, 차 전체를 더럽히지는 않았어요. 너무나 다행히 누나 옷에도 묻지 않았어요.


하지만 누나는 코를 감싸 쥐었어요. 냄새가 난다면서요. 세상에, 저도 그렇게 독한 냄새는 처음 맡았는데, 냄새에 민감한 누나는 오죽했을까요.


마침 봄이라 차 문을 열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좀 쌀쌀하긴 했지만, 우리는 그렇게 차 문을 열고 코를 감싸 쥐고, 양평까지 와서야 차를 세우고 뒤처리를 할 수 있었답니다.


저는 그렇게 ‘똥쟁이 하니’가 되어 버렸네요. 하지만 뭐, 그게 제 잘못은 아니잖아요? 물론 집안에 똥오줌 갈긴 것에 대해선 할 말이 없지만요. 오늘도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참, 제 일기는 매주 일요일 저녁마다 쓸 거예요. 다음 주 일요일에 봬요. 바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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