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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소공 Sep 29. 2024

5. 애견 카페와 애견 놀이터!

쫄보 됐다가 날라리 하니가 되기까지

중성화 수술이 끝난 뒤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저를 데리고 가기 위해 애견 카페를 찾았어요.


제가 맨 처음에 가본 애견 카페는 합정동에 있는 바우***란 애견카페였는데, 실내였어요. 애견 카페가 많기는 하지만, 대형견을 받아주는 애견카페는 별로 많지 않다고 들었어요.


엄마는 검색으로 10여 개의 애견 카페를 찾아서 전화를 해봤지만, 전부 거절당했어요. 마지막엔 ‘대형견 카페’라는 검색어를 넣고 분노의 검색질을 하다가 찾아낸 카페가 바로 이곳이었어요.


엄마는 ‘유레카!’를 외치며 저를 데리고 갔지요. 누나도 함께 갔어요.  


소문대로 대형견이 많았어요. 카페 주인이 대형견 두 마리를 키운다고 들었어요.

시베리안 허스키


그런데 들어가자마자 저는 완전히 쫄았어요. 제 견생에서 이렇게 많은 개가 있는 곳은 처음 와봤거든요.

콜리로 보임


게다가 그 큰 덩치라니요. 저는 당시에 겨우 6개월짜리 어린 골든인 데다, 지난번에 말씀드린 대로 엄마가 밥을 마치 노예에게 주듯 적게 줘서 덩치가 작았어요.  


저는 쫄아서 계속 엄마와 누나 옆에 붙어 있거나 의자에 올라가서 눈치만 봤어요. 쪽팔리지만, 좀 무서웠거든요.

하니가 잔뜩 쫄아 있는 모습


그러다가 어떤 형아가 혼자 있기에 슬며시 다가갔어요. 콜리였는지, 허스키 형이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 형아가 저를 본체 만 체 하기에 제가 놀아달라고 좀 보챘어요. 살짝 앙앙거렸지요.


그런데 이 형아가 갑자기 저한테 달려와서 막 화를 내는 거 있죠? 큰 소리로 컹컹 짖으면서요.


“야, 귀찮게 하지 말라니까! 너 죽고 싶어?”


허거거거걱!


그때 너무 놀라서 오줌 쌀 뻔했어요. 저는 기억에 없지만, 엄마 말이 진짜 쌌대요. 아~ 쪽팔려!  

누나에게 안겨서 위로받는 하니



쪽팔리고 무서워하는 저를 누나가 안아서 위로해 줬어요. 알고 보니 그 형아는 나이 많은 할아버지 뻘이라, 그냥 쉬고 싶었대요.


곱게 늙은 할머니 골든 한분이 말씀해 주셨어요.

골든 할머니. 지금의 하니와 비슷해 보임



"얘야, 저 콜리는 늙어서 몸이 안 좋아. 그래서 성격이 까칠해졌지. 그러니 귀찮게 하지 말고 얌전히 있으렴."


“할아버지 죄송해요!”


그러고 나서 저는 개들에게 가지 않고 사람에게 갔어요. 제 매력을 어필해야 하니까요. 후훗!


다행히 카페에서 알바하는 형이랑 놀러 온 아이들이 저를 이뻐해 줘서 기분이 으쓱했답니다. 역시, 이 눔의 인기는 사람에게 통한다 싶었지요.

애견 카페에 놀러 온 아이들에게 귀염받는 하니



그래서인지 저는 같은 종족인 개보다 사람이 더 좋아요. 저를 ‘개무시’하는 개들보다는 저를 귀여워해 주는 사람들에게 가면 훨씬 마음이 편했거든요.


사람들도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과 친해지고 싶어 한다던데,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하지만 그 대형견 카페는 겨우 몇 번 가보고 말았어요. 실내다 보니 아무래도 공기가 답답하고, 제대로 뛰어놀기에 불편한 점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엄마가 저를 데리고 간 곳이 상암동 월드컵 공원 안에 있는 대형견 놀이터였어요. 엄마도 이곳을 뒤늦게 알고 찾아갔지요.


아, 그런데 이곳은 대형견들의 천국이었답니다. 얼마나 많은 개들이 신나게 뛰어놀고 있었는지, 말도 못 해요.

애견 놀이터의 하니(가운데).


저와 같은 골든 레트리버는 물론이고 래브래도, 진돗개, 보더콜리, 불독, 허스키, 시바 등 온갖 종류의 개들이 다 왔어요.


저는 그곳에서 당당한 ‘인싸’였어요. 저를 싫어하는 개는 없었거든요. 주인들도 저를 다 좋아했고요. (아닐 수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믿고 있어요. 헤헷) 

하얀 진돗개와 불독 사이에 낀 하니


엄마는 놀랐어요.


“아니, '쫄보 하니'가 이렇게 붙임성이 좋았나”를 넘어서 때때로 저를 '날라리 하니'라고 놀릴 정도였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잘생기고 성격 좋은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저는 웬만하면 다 받아줬거든요. 귀찮다는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에요.

하니에겐 최소 두마리의 개들이 달라 붙음



그러다가 엄마는 그곳에서 개 전문가 한 명을 만났어요. 알고 보면 이분이 제 은인이었지요.


저를 보고는 첫마디가 “아따, 고 녀석, 자알 생겼네. 골격을 보니 키도 많이 커겠는데!”였어요.


그러면서 엄마한테 말했대요. “이 아이는 앞으로도 한참 더 커야 할 아이니 많이 먹이고, 산책도 많이 시켜 주라”고요.


혹시나 우리 엄마가 게을러서 산책시키지 않을까 봐 엄마한테 이런 경고성 멘트도 날렸대요.


“골든 레트리버는 산책을 잘 시켜주지 않으면 다리 관절에 문제가 생겨서 나중에 수술비가 더 들어요!”


우리 엄마는 수술이란 말에 깜짝 놀랐지요.


아실지 모르지만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신 이후로 엄마는 병원이나 수술 얘기만 나오면 살짝 노이로제 증상을 보이거든요.


그러니 그 이후로 얼마나 열심히 산책을 했게요. 그리고 먹이도 많이 줘서, 저는 한달만에 무려 10키로나 늘어나는 폭풍성장을 했답니다. 


어쨌거나 그때부터 제 즐거운 산책이 시작됐지만, 엄마에게는 고난의 행군이었을 때도 많았을 거예요. 가끔 사고도 생겼거든요.


다음 얘기도 기대해 주세요. 엄마를 놀라게 한 진짜 큰 사고가 생겼어요.


<작가의 말>
하니는 진짜로 5개월 무렵 10키로가 간신히 넘었지만, 6개월이 지날 무렵 20키로로 훌쩍 컸답니다. 제가 밥을 적게 주긴 했나봐요. ㅎㅎㅎ



<작가의 말>


하니는 진짜로 5개월 무렵 10키로가 간신히 넘었지만, 6개월이 지날 무렵 20키로로 훌쩍 컸답니다. 

제가 밥을 적게 주긴 했나봐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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