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소공 Sep 22. 2024

4. 견생 최대의 시련

고달픈 훈련과 밥 안주는 엄마! 

4. 견생 최대의 시련!


가려움증도 치료하고 이제 좀 살만해지나 싶었는데, 제 견생에 가장 큰 고난이 기다리고 있는 줄 몰랐어요.


글쎄, 우리 엄마가 훈련사를 데려왔지 뭐예요. 저는 그때까지 할 줄 아는 게 사실 아무것도 없었어요. 손을 달라면 손을 주는 정도였어요.


그조차 아리까리해서 늘 헷갈리곤 했지요. 하지만 제가 대형견이다 보니 엄마는 제가 버릇없는 개가 될까 봐 무지 걱정했나 봐요. 힘으로 통제가 잘 안 되니까요.


무엇보다 제가 그때까지 똥오줌을 못 가리는 게 훈련 부족이라고 생각한 엄마가 전문 훈련사를 고용했답니다.


그러니까 그때가 제가, 4개월 좀 넘어섰을 때였어요. 훈련사가 집에 와서 저에게 혹독한 훈련을 시켰어요. 앉아, 일어서, 엎드려, 발라당 그런 훈련요.


이 발라당 훈련은 누워서 배를 까보이는 훈련이었는데, 알고 보면 이 훈련이 엄청 중요하다네요. 왜냐하면 동물 병원에 가서 배를 까보여야 하는 일이 생기거든요. 그때 빨리 발라당 누워서 배를 까보여야 의사들이 진찰을 할 수 있대요. 안 그러면 마취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엄마도 이 훈련을 가장 집중해서 시켰어요. 엄마는 특이하게도 저에게 총소리를 내면서 이 훈련을 시켰어요.


손으로 권총 모양을 하고, “빵!”하면 제가 발라당 드러눕는 식이었죠. 제가 잘할 때마다 엄마는 간식을 줬답니다. 저는 뭐, 간식 먹는 재미에 엄마가 빵빵거릴 때마다 발라당 발라당 드러눕곤 했어요.


그리고 배변 훈련을 어떻게 시키는지 엄마한테 자세히 설명해 줬어요. 일반 오줌이 묻은 패드를 새 패드에 문질러, 그 냄새를 맡게 하면서 그곳이 배변 장소임을 인지시키는 거였어요.


다른 장소는 배변 냄새가 하나도 나지 않게 깨끗하게 청소해야 하고요.


저는 조금씩 좋아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실수를 안 한 것은 아니었으니, 엄마가 한동안 고생 좀 했지요. 매번 냄새 제거에 좋다는 온갖 화학 약품을 사서 청소를 했으니까요. 물론 개에게 해가 없는 제품으로요.


그리고 저는 그때 이빨이 막 날 때라 잇몸이 무지무지 가려웠어요. 그래서 아무거나 물어뜯곤 했어요. 의자 다리랑 나무 벽 모서리도 물어뜯고, 인형도 물어뜯고, 심지어 벽지도 물어서 뜯어 버렸어요.


가끔은 엄마 손가락도 가끔 잘근잘근 깨물었는데, 제가 깨물어 본 것 중 가장 느낌이 좋았어요.


그런데 그 훈련사가 그렇게 말했어요.


“개가 손가락 잘근잘근 깨무는 걸 그대로 두면 절대로 안 됩니다. 어릴 때는 귀엽고 괜찮지만, 나중에 습관 되면 큰일 나요. 나중에 이빨이 나도 깨문다고 생각해 보세요? 개는 몰라요. 그게 얼마나 위험한지.”


그때 이후로 엄마는 제가 엄마 손가락 깨물 때마다 질겁을 하면서 나무랐어요. 물론 저는 착한 아들이니, 더 이상 엄마 손가락은 깨물지 않게 되었지요.


아! 그리고 제가 의자 다리랑 벽지 찢은 것 때문에 나중에 엄마는 집주인한테 상당액수를 배상했다고 해요. 이건 좀 엄마한테 미안한 부분이네요.

이게 다 제가 해체한 거예요. 저 잘했죠?







그런데 그런 여러 가지 훈련보다 더 혹독한 훈련이 하나 더 있었어요.


엄마가 밥 먹이는 방법을 바꾼 거예요. 그 훈련사가 말이에요. 일하지 않는 개는 먹이지도 말라!”라고 말했대요.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말은 들어 봤어도, 개한테 일을 시키고 밥을 준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보셨죠?


그게 무슨 뜻이냐 하면요. 그냥 밥때가 됐다고 무조건 밥을 주지 말고, 열심히 애쓴 다음 그 보상으로 밥을 먹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네요.


헉! 그 훈련사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어쨌든 그때 이후로 엄마는 제가 먹을 사료를 500ml 페트병 안에 넣고요, 그 병에 구멍을 뚫어서 제가 페트병을 굴릴 때마다 사료가 나오게 만들었어요.


그러니까 저는 사료를 먹기 위해 하루 종일 페트병을 굴려야 하는 신세가 된 거예요. 무슨 시지프도 아니고, 우리 엄마는 이럴 때 보면 순진한 건지, 잔인한 건지 모르겠다니까요.  


상상해 보세요. 하루 종일 페트병을 굴러서 겨우 몇 알씩 나오는 사료를 먹는 제 신세를 말이에요. 저는 그 시절 한 번도 배불리 먹은 기억이 없어요. 제가 식탐이 많아진 것도 알고 보면 우리 엄마 때문이에요.


“엄마, 나빠요!”


뭐, 그 덕분에 제가 그 당시 엄청 날씬하긴 했어요. 5개월 무렵에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그러더군요. 보통 5개월짜리 골든레트리버에 비해 몸무게가 아주 적게 나간다고요.



제가 병원에 간 이유가 궁금하시죠?


이것도 참 서러운 일인데요. 우리 엄마가 저를 병원에 데리고 간 이유는, 저를 수도승처럼 만들기 위해서였어요. 여자도 탐하지 않고, 아기도 못 만들게 말이에요.


그때 엄마는 어떤 미국 대통령이 하는 말을 들었대요.


“어차피 자연 속에서 방목할 게 아니라면, 중성화 수술을 시켜주는 게 낫습니다. 욕구에 시달리게 하는 것보다 그 가능성을 낮추는 게 나아요.”


게다가 엄마는 그 당시 저를 데리고 애견 카페나 놀이터에 가고 싶어 했는데, 중성화가 되지 않은 개는 못 데리고 오게 했대요.


그래서 엄마는 어쩔 수 없이 저를 데리고 가서 불알을 까버렸어요.

중성화 수술후에 저런 목칼라를 씌워 줬어요. 상처 부위 핥지 말라고요. 



흑흑흑… 너무 슬프지요? 그러니 저는 지금까지 완전 숫총각으로 늙어가고 있답니다. 컹컹! (히힛!)


그래도 괜찮아요. 엄마가 항상 제 곁에 있으니까요. 엄마는 제 중성화 수술 이후로 밥도 많이(?) 주고, 산책도 많이 시켜주고 계시거든요.


엄마는 항상 말씀하세요. '세상에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고요. 나쁜 일이 지나 놓고 나면 좋은 일이 되기도 하고, 좋은 일도 지나 놓고 보면 나쁜 일이 되기도 한다네요.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다음 주 일요일에 또 야부리 풀러 올게요.




<작가의 말>


중성화 수술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긴 하지만, 동물 병원 의사들은 대부분 중성화를 시켜주는 것이 좋다는 데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물론 동의하고요.


특히 암캐의 경우 중성화 수술을 시키지 않았을 경우 자궁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중성화 수술비는 수캐, 암캐냐에 따라, 그리고 어느 지역이냐에 따라 수술비가 다른데요.


같은 장소라도 암캐는 개복수술이라 수캐에 비해 수술비가 더 비쌉니다.


하니는 홍대입구 작은 병원에서 중성화 수술을 시켰는데, 2018년 당시 20만 원 정도 줬던 것 같네요. 그 이듬해 치와와 믹스견 암캐를 수술시킬 때는 25만 원 좀 넘게 지불했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도 더 비싼 곳이 많았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