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는 우리 개들을 고양이와 비교하면서 좀 지질한 동물로 비하하기도 하지요. 너무 의존적이라고 손가락질도 하고요.
그런데요. 사랑이라는 게 원래 그렇지 않은가요? 배알 찾고 자존심 찾으면서 어떻게 사랑해요. 사랑은 그냥 주는 거예요. 아무 계산 없이, 자존심 내려놓고, 필요하면 알랑방귀도 뀌어가면서요. 상대의 단점까지 전부 감싸 안아 주는 거랍니다.
그런데 사람끼리는 그게 잘 안된다고 하더군요. 계산 없이 무조건 주는 사랑! 그건 신이나 할 수 있죠. 아, 부모의 사랑도 비슷하고요. 일부 부모는 예외이긴 하지만요.
하지만 신의 사명을 부여받은 우리 개들은 그게 가능해요. 그런 우리의 사랑 덕분에 마음을 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삶의 희망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요. 외국에선 각종 정서불안 질환에 개를 이용한 치료가 많이 이용되고 있다고 했어요.
우리의 사랑은 특히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들에게 아주 효과적이에요. 우리가 자기들을 자신들보다 더 사랑해 주니까요.
우리 엄마만 봐도 알아요. 우리 엄마가 우울해 보이거나 힘이 없어 보일 때 제가 가서 손도 핥고 꼬리 치면서 알랑방귀 뀌면 울 엄마 얼굴이 환해져요.
엄마가 제 손을 잡거나 저를 쓰다듬어 줄 때, 제 사랑이 엄마 가슴으로 전해져서 엄마 마음속에 갇혀있던 사랑의 에너지를 끌어내요. 가끔은 그 에너지를 끌어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때도 있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엄마의 시름이 계속 깊어질 때가 있거든요. 요즘에 좀 그런 것 같기도 해요.
그럴 때도 저는 지치지 않고 엄마 곁에 가서 알랑방귀를 뀌어요. 그럼 울 엄마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요. 저한테 더 잘해주기도 하고요. 제 사랑이 엄마 마음을 녹이고, 엄마의 사랑이 다시 저한테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가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우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갇혀 있는 사랑의 에너지를 끌어내는 역할을 해요.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게 '사랑의 에너지' 아닌가요? 그 에너지가 막혀 있으면 죽도 밥도 안 돼요. 일도 제대로 할 수 없고, 잠도 잘 못 자지요. 심하면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들었어요.
그러니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랑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세상에서 가장 생산적인 일이 아닌가요?
그러니까, 우리더러 생산적이지도 않는데 사람들이 다 좋아한다고 말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도 나름대로 엄청 노력하고 있다니까요.
뭐, 저도 사명을 부여받고 태어나서 최선을 다하고 있긴 하지만, 솔직히 좀 힘들 때도 있답니다. 아무리 개가 사랑받는다고 해도 사람만큼 자유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집에 갇혀서 엄마가 주는 밥 먹고 산책 가자면 산책 가고... 엄마가 다이어트시킨답시고 밥도 양껏 안 주고, 제가 산책하고 싶을 때마다 시켜주는 것도 아니에요. 제가 가고 싶은 길로만 다니는 것도 아니고요. '개팔상팔' 절대 아니랍니다.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난다면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어요. 엄마는 제가 다음 생에 '부잣집 막내아들'로 태어나라고 계속 기도해주고 있답니다. 그런 엄마를 제가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