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큼만 성장해야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자칫 하소연이 될까 봐 지운다. 지워진 글은 아무 소리 없이 사라진다. 남겨지지 않고 처음부터 없던 글이 되어버린다. 그 반복되는 허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용기 되는 말들이 잔뜩 필요한 요즘이다. 고생은 고생대로 다하고 마음까지 힘들면 너무나 억울하니까 좋은 자극들을 듬뿍 받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캐나다의 생활은 녹록지 않다. 주방에서 12시간, 십 분의 점심을 제외하고는 헤비한 노동을 끊임없이 한다. 동료들과 실없는 농담으로 헤헤 웃으며 고단을 흘리려 하고, 점장님의 노동요는 85년생인 나에게 취향저격이어서 견딜 수 있는 힘을 5할은 받는 것 같다.
쿨, 룰라, 베이비복스, HOT 특히 남자들이 좋아한다는 버즈 노래가 주방 가득히 흘러넘친다. 그렇게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 내어 기름통을 비우고, 절뚝이는 다리로 퇴근을 한다. 그날의 팁은 30-35달러 정도이다. 쏠쏠하다.
집에 들어가 바로 반신욕을 한다. 기름때가, 냄새가 지워지지 않아 오래 담갔다 나와 남편과 이야기하거나 온라인 수업을 들으면 1시쯤 잠이 든다.
그다음 날은 어찌어찌해도 자꾸 기대어 잠들고 긴장했던 몸이 풀리면서 구석구석 아프다, 남편이 꼼꼼하게 못했던 집 청소, 반찬 만들기, 다꾸하기, 글쓰기, 밀린 책 읽기를 다 하지 못하고 아쉬운 하루가 지나간다.
일하지 않는 날은 저녁 수업을 가는데 남편 친구 집에 아이들을 맡기고 간식이나 반찬을 싸간다. (그 집 아이들도 우리 집에 맡겨지며 상부상조한다) 세 시간의 저녁 수업은 졸리지만 언제 선생님의 질문이 내게로 향할지 몰라 긴장해서 듣기 때문에 의외로 굉장히 피곤하다. 배웠던 수업을 다음날 아침 다시 공부하지 않으면 거의 대부분은 날아간다.
오늘은 급하게 땜빵으로 10-3시까지 일했다. 실질적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손 빠른 나도 시간이 부족하기에 삼십 분 일찍 출근, 십분 정도 늦게 퇴근한다.
주방 언니가 가는 내게 점심을 들려준다. 억울한 마음이 스르르 녹는다.
저녁쯤 되니 슬슬 열이 오르는 게 쉬라는 신호다. 아이들 스파게티를 해주고, 보쌈을 삶고, 오이무침을 한다. 교회에서 사모님께 연락이 온다. 예배 후에 점심으로 먹을 비빔밥 무생채 담당이라고. 기쁘다. 진심이다. 하지만 난 주일까지 끝내야 할 시험이 6개나 남았다. 둘째는 기침에, 첫째는 열이 오르지만 지독히도 약을 안 먹고, 예민해진 남편과 나는 싸우다 화해한다. 여기까지 와서 이러지 말자고.,
일에도, 사역에도, 공부에도 올인할 수 없어, 어떤 가지를 잘라내야 할지 깨어있는 순간 내내 고민한다. 사역은 내려놓고 싶지만 사모라는 이름으로 해야 되는 일들이 있고, 가까스로 집값 정도는 버는 일을 게을리할 수도 없고, 수업 강의는 늘 시간 내에 끝내야 한다. 영어는 나보다 못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을 정도의 수준이다. 무엇을 덜 할 수 있을까. 쉬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고민한다.
오늘은 자야지.
자면 아쉬운 하루도 아쉽지 않게 끝나니까.
또 내일은
내일의 힘으로 살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