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속생활연구 - 사생활정경 제1권
1829년에 집필된 이 소설의 원제목은 〈영광과 불행(Gloire et Malheur)〉이었다. 1830년, 《마담-들로니 출판사(Mame-Delaunay)》에서 독점 출판된 이래 네 차례에 걸쳐 개정 출판되었으며, 1842년에 마지막으로 출판된 《퓌른(Furne)》 판본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개정 출판되었다. 마지막 개정판에 이르러서야 〈대문에 실타래 장난을 하는 고양이가 그려진 집(La Maison du chat-qui-pelote)〉으로 제목을 바꾸어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발자크(Balzac)의 「풍속 연구(études de mœurs)」 시리즈의 포문을 여는 소설로, 발자크 소설의 모든 주요 주제들을 포괄함으로써 그 출발점 역할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소설은 중편 소설과 장편 소설의 일반적인 제약에 대해 은근하게 제시된 탁월한 이론적 도전으로 평가되는데, 중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장편 소설의 길이와 입체감, 주변 인물들의 범위, 그리고 장편 소설 특유의 상승하고 하강하는 리듬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리듬은 ‘세자르 비로토(César Birotteau)’와 같은 인물을 통해 원대한 통일성으로 구현된다.
배경은 1811년 초기이다. 부유한 포목상 기욤(Guillaume) 씨는 슈브렐(Chevrel) 씨의 후임이자 장 제롬 까르도(Jean-Jérôme Cardot)의 친구로, 아내와 두 딸 비르기니(Virginie), 어거스틴(Augustine)과 함께 세 명의 도제를 두고 검소한 삶을 꾸려가고 있다. 이러한 기욤 씨의 단조로운 일상에 귀족이자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화가인 테오도르 드 소메르비유(Théodore de Sommervieux)가 등장하면서 그 일상의 흐름이 깨지기 시작한다. 이 화가는 변덕스럽기 그지없지만 작품 활동에는 혼신의 힘을 다하는 예술가이다. 테오도르는 기욤 씨의 딸 어거스틴에게 단박에 매료된다. 어거스틴은 테오도르의 정열에 심취한 나머지, 파리(Paris)의 오래된 지역에 살고 있는 테오도르의 방까지 찾아갈 지경이 된다. 테오도르는 살아있는 초상화인 어거스틴에게서 결코 한순간도 시선을 떼지 못할 것처럼 그녀에게, 혹은 그녀를 열망하는 자신의 열정 자체에 미친 듯이 빠져든다. 어거스틴에게 푹 빠진 테오도르는 그녀를 그대로 재현한 그녀의 초상화를 살롱(Salon)에 전시하여 확실한 성공과 명성을 얻게 되고, 이를 계기로 그녀의 부모에게 그녀와 결혼하게 해달라고 설득한다. 기욤 씨는 그와의 결혼을 마뜩찮아 하고, 그의 아내도 딸의 이 ‘신분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결국 당연하게도 이들 사랑의 불꽃은 2년 반 만에 꺼져버린다.
어머니의 엄격한 도덕적 교육에 전적으로 순종하며 자라난 어거스틴은 이 화가에게서 포목상의 보수적이고 강압적인 생활에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기쁨을 발견하지만, 변덕스러운 남편은 그녀에게 점차 권태를 느끼며 그녀를 저버리게 된다. 젊은 예술가 귀족답게 자신의 우아함과 매력, 자유분방하고 탐미적인 태도와, 화가로서 뛰어난 재능을 이용해 손쉽게 취할 수 있는 쾌락에 탐닉하는 테오도르는 놀랍도록 도덕적인 아내를 상대로 지상의 그 어떤 여자나 선의도 만족할 줄 모르는 오만한 남자의 부동성을 구현한다. 어거스틴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자 그녀가 소양 없고 무미건조해 보이기만 한 테오도르는 자신의 열정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공작부인 까리글리아노(Carigliano)와의 교제를 시작한다. 까리글리아노 공작부인은 파리 근교 생제르맹(Saint-Germain)의 호화로운 저택에 거주하며, 연애에 능란하여 남자를 포획할 줄 아는 여인이다. 결국 불쌍한 어거스틴은 남편을 돌려달라고 애원하기 위해 까리글리아노를 찾아가게 된다. 까리글리아노는 어거스틴에게 남자를 유혹하고 사로잡는 비결을 거만하게 충고하더니, 매정하게도 테오도르가 자신에게 주었던 어거스틴의 초상화를 돌려준다. 그러나 공작부인이 알려준 비결은 아무런 효과도 없이, 오히려 테오도르의 격렬한 반발만 일으키게 된다. 이에 낙담한 어거스틴은 비애감에 젖어 시들어가다 숨을 거둔다.
발자크는 그 자신이 젊은 시절에 작품 활동을 하며 직접 살아봐서 익히 알고 있던 파리의 특정 구역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 구역 주민들은 대부분 상인들이었기에 발자크는 그들의 일상을 익히 알고 있었다. 쁘띠 리옹 거리(La rue du Petit-Lion)와 생드니(Saint-Denis) 구역은 포목상점들과 장식끈 판매점의 중심지였다. 발자크의 조부모도 살랑비에(les Sallambier)라는 장식끈 상점을 운영했었다. 발자크의 고고학적 정밀 묘사는 이들 거리의 묘사뿐만 아니라 목재 골조로 지어진 집의 묘사에서도 치밀하다. 심지어 창문들 하나하나도 고고학적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4층의 자그마한 교차부에 투박하게 다듬어진 목재에 대한 묘사는 국립공예원(Conservatoire des arts et métiers)에 제출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가치를 지닌다. ‘대문에 실타래 장난을 하는 고양이가 그려진 집’이라는 제목의 의미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 제목에서 ‘아첨하는’(pelote)이라는 형용사의 의미가 모호하기만 한데, 당시의 어휘로 풀어 이해하자면 ‘실타래를 가지고 장난을 친다’는 의미가 된다. 발자크는 파리 상업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감으로써 고객을 유치하려는 당시 상인들의 실생활상도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데, 여기서 각 상점들의 간판들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후대 파리 상인에게는 그 어원이 기이해 보이는 이 간판들은 선대 상인들이 단골손님들을 자신의 상점 안으로 끌어들이는 장면을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이를 테면, ‘줄짓는 암퇘지’(Truie-qui-file), ‘초록 원숭이’(Singe-vert) 등, 우리에 갇힌 동물들을 표현한 간판들은 행인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기발한 표현을 통해 15세기 산업의 인내심까지 투영하고 있다. 19세기 당시 파리의 퇴폐적 향락 문화에 반대하는 예술가들의 움직임이 한창인 가운데 발자크는 그의 관점에서는 위대한 유적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장 소박한 고고학적 시대상들을 고스란히 재현해내는 데 몰두함으로써 자신만의 독창적이고 강력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작품에 도덕이 존재한다면(〈소의 무도회(Bal de Sceaux)〉에 비해) 그건 아마도 서로 어울리지 않는 “계층”이 존재한다는 점일 것이다. 이러한 점은 “연애결혼”에 대한 의구심이 들게 만든다. 포목상 기욤의 딸 어거스틴도 그녀 자체로는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예술가이자 귀족인 테오도르와는 서로의 관습과 소양이 어울리지 않는다. 이것은 태생의 차이나 재산의 문제라기보다는(고리오(Goriot) 영감의 딸과 생제르맹(Saint-Germain)의 사교계의 경우엔 ‘태생의 차이’가 문제인 반면에, 뤼시엥 드 루벰프레(Lucien de Rubempré)와 클리오틸드 드 그랑리유(Clotilde de Grandlieu)의 경우엔 ‘재산’의 문제인 것처럼) 존재의 양태인 “문화”에서 기인하는 문제로, 결국 삶에 대한 이해의 차이에서 오는 문제이다. 자신이 속하지 않은 세계에 대해서는 완전히 문외한이지만 선의와 열의로 가득한 아름다운 어거스틴은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아름다움과 착하고 온순한 태도 말고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걸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는 그녀가 매정한 까리글리아노 공작부인에게 알려달라고 요청했던 “교습”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그녀가 미련하거나 무뎌서가 아니다. 그저 그녀는 그녀의 아버지가 “예술가들이란 늘 고매한 척하느라 돈을 물 쓰듯 써댄단 말이지. 내가 죽은 화가 조셉 베르네(Joseph Vernet)나 르캥(Lekain), 노베르(Noverre)를 뒷바라지 해봐서 알지. 아! 그들이 그 불쌍한 슈브렐(Chevrel) 씨를 얼마나 우려먹었는지 네가 알았더라면! […] 예술가들이란 본디 그렇게 뻔뻔스런 족속들이란 말이지.”라고 혹평했던 바로 그 예술가들의 세상 밖의 존재였을 뿐이다.
이렇게 발자크는 서로 상충되어 결코 양립할 수 없는 세계를 비교, 대조하고 있으며, 이는 장차 『인간희극(La Comédie humaine)』 전체에 걸쳐 발자크가 끈질기게 탐구하게 되는 세계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문에 실타래 장난을 하는 고양이가 그려진 집〉은 인간희극의 세계로 들어가는 탁월한 입문이라 할 수 있다. 발자크가 선택한 다양한 계층들은 발자크를 발견하고 애호하게 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대문에 실타래 장난을 하는 고양이가 그려진 집〉의 위치에 대해 N.모제(N. Mauger)는 발자크에 관한 자신의 비평서 〈다원적 발자크〉에서, “1842년 『인간희극』이란 거대한 교향악과 같은 광대한 계획을 시작할 때 이 텍스트를 그 첫 번째 자리에 놓는다는 것은, 작가의 관점에서 볼 때 1830년의 「사생활 정경」 가운데 이것이 가장 훌륭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의미하는 것이다. 같은 시대의 다른 텍스트에서와는 달리, 이 짧은 이야기에서는 사실적인 미학의 토대가 되는 ‘모델’의 개념을 예술적으로 재현하는 것에 대한 심사숙고를 볼 수 있다. (중략) 따라서 〈대문에 실타래 장난을 하는 고양이가 그려진 집〉을 견인자의 위치에 놓는다는 것은 분명 1830년의 여러 장면들 가운데 유일하게 이 책을 이론서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 분석 : 〈발자크 비평(Honoré de Balzac)〉(조엘 글레즈(Joëlle Gleize), 이정민 옮김, 동문선, 2005.)에서 발췌
▶ 작품 배경 및 줄거리 : 프랑스어판 위키피디아 번역
▶ 볼드 처리된 문장은 원작의 표현을 그대로 번역해 인용한 문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