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싹튼 정열

풍속생활연구 - 군인생활정경 제2권

by 글섬

작품 배경


〈사막에서 싹튼 정열(Une passion dans le désert)〉은 1830년에 《라 리뷰 드 파리(La Revue de Paris)》에 초판이 발표되었다. 최종판은 1837년에야 《델루아 에 르쿠(Delloye et Lecou)》에서 『인간희극』의 「철학 연구(Études philosophiques)」 제16권으로 출판되었다. 이후 「군사생활 정경(Scènes de la vie militaire)」에 포함되었다.


이 소설의 출발점은 1798년 이집트 원정 중에 벌어졌던 피라미드 전투(Bataille des Pyramides)이다. “제목을 붙이자면 ‘이집트의 프랑스군’(Les Français en Égypte) 쯤이 되는 대하소설의 한 일화”로, “드삭스(Desaix) 장군 휘하의 이집트 주둔 프랑스군이 이집트 상류지역에서 발굴 작업을 하던 중에 지방 출신의 군인 한 명이 아랍의 유랑 족인 마우그래빈스 족(Maugrabins)의 손에 붙잡혀 나일 강(Nil) 지류를 건너 사막으로 끌려간”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화자가 동행한 여자와 동물원의 동물 쇼를 함께 관람한 뒤 그녀에게 자신이 예전에 동물원의 동물 쇼를 보다 만났던 프랑스 노병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액자 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동물원을 나서며 그녀는 놀라움과 두려움을 금치 못한다. 화자와 여인은 하이에나 우리에서 벌어진 대담무쌍한 인간과 동물의 합작 쇼를 관람하고 나서는 길이었다. 어떻게 동물의 애정을 확신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감탄하는 그녀를 보자 화자는 예전에 동물원 쇼를 봤을 때 화자의 옆에 서 있던 한 노병이 떠오른다.

오른쪽 다리가 절단된 노병은 “이마에 나폴레옹 전쟁 역사가 그대로 적혀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세상의 어떤 일에도 절대 놀라거나 두려워할 것 같지 않은, 타고 난 군인의 표본 같은 사람이었다. 동물 쇼를 펼치는 조련사의 담력에 감탄하는 화자에게 노병은 시시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화자와 동행했던 여인이 무슨 얘기를 해주었는지 알려달라고 졸랐고, 화자는 이 노병의 회상을 그녀에게 글로 써주겠다고 약속했다.


다음 날 그녀는, “제목을 붙이자면 ‘이집트의 프랑스군’(Les Français en Égypte) 쯤이 되는 대하소설의 한 일화”를 글로 받았다.


“드삭스(Desaix) 장군 휘하의 이집트 주둔 프랑스군이 이집트 상류지역에서 발굴 작업을 하던 중에 지방 출신의 군인 한 명이 아랍의 유랑 족인 마우그래빈스 족(Maugrabins)의 손에 붙잡혀 나일 강(Nil) 지류를 건너 사막으로 끌려갔다.” 마우그래빈스 족은 밤이 깊어지도록 강행군을 계속했고, 깊은 밤에야 행군을 멈추고 야영을 했다. 그들은 설마 포로가 이 사막 한복판에서 감히 도망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포로의 손목만 묶어둔 채 모두 잠이 들었다.


모두가 곯아떨어지자 이 프랑스 군인은 이빨로 단도를 물어 무릎 사이에 세우고 칼날에 손목을 묶은 밧줄을 대어 끊었다. 그는 신속하고 차분하게 카빈총과 단도를 손에 쥐고, 식량으로 마른 야자 대추를 챙기고, 말에게 먹일 보리 한 자루와 화약과 탄약까지 챙겨 말을 타고 달아났다.


군인은 프랑스군 야영지가 있는 곳을 빨리 찾아야 한다는 조급함으로 말에 박차를 가했는데,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말이 옆구리가 터져 쓰러져 죽고 말았다. 결국 그는 사막 한가운데 홀로 남았다.


사막 한가운데서 홀로 밤이 깊어지고, 더 이상은 발을 뗄 기력도 남아있지 않게 되자 결국 그는 발걸음을 멈췄다. 기진맥진한 그는 바위 위에 잠시 몸을 뉘었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사막의 뜨거운 열기가 바위 위로 내리쪼이자 그는 잠에서 깼다.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니 야자수 몇 그루만 덩그러니 서 있을 뿐, 아무리 멀리 바라보아도 끝이 안 보이는 모래사막만이 가득했다. “잔인한 모래사장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었고 태양빛이 마치 칼날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작열하는 태양빛은 그의 모든 희망을 산산조각 내 버렸다. 그는 모래 한복판에 서서 깊은 절망감으로 피어오르는 공포를 느꼈다. 결국 그는 절망감에 몸을 떨며 큰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 병사는 이제 갓 스물두 살이었다.


한참을 목청껏 울고 난 뒤, 그는 카빈총을 장전하며 심기일전했다. 그는 고국 땅 프랑스의 고향을 마음속에 그리며 다시금 희망을 부여잡고 모래언덕을 내려갔다. 얼마쯤 내려가다가, 자연 생성된 석굴 하나를 발견했다. 그는 뛸 듯이 기쁜 마음에, 삶에 대한 애착이 본능적으로 되살아났다. 그러자 일단 허기부터 달래야겠다는 일념에 야자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야자수에서 열매를 따 주린 배를 채웠다. 그는 맹수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온종일 야자나무를 베어 동굴 주변에 바리케이트를 쳤다. 온종일 쉬지 않고 나무를 베느라 피로와 더위에 지친 그는 동굴 입구에서 곤한 잠이 들었다.


한밤중에 그는 이상한 소리에 잠에서 깼다. 귀를 기울여보니 짐승의 숨소리였다. 어둠 속에서 그는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서서히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자 그가 누워 있는 자리에서 두 걸음도 채 되지 않는 지척에 거대한 짐승이 벌렁 누워 있는 게 보였다. 굴 안을 밝게 비춰주는 달빛에 표범의 얼룩점이 눈에 띄었다.


처음 그는 카빈총을 생각했다. 하지만 굴 안이 좁아서 총을 제대로 조준할 공간이 부족했다. 다음으로 그는 단도를 생각했지만, 표범의 짧고 빳빳한 털을 뚫고 제대로 벨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잘못하다간 오히려 역공으로 단박에 목숨을 잃을 터였다. 결국 그는 일단 새벽까지 기다리기로 작정했다. 새벽은 곧 다가왔다.


여명이 밝아오자 그제야 병사는 표범의 입 주변에 범벅이 된 핏자국을 발견했다. 배불리 먹이를 먹고 잠에 든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얼마 동안은 배가 부를 테니 잠에서 깨어나도 그를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제야 다소 안심이 된 병사는 표범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표범은 암컷이었다. 가슴과 넓적다리의 털과 꼬리는 흰빛으로 빛났고, 상체는 황금빛 털로 싸여 있고 드문드문 장미문양의 얼룩무늬가 박혀 우아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자태였다. 병사는 표범이 잠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리며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생명을 지키리라, 다시 한 번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이윽고 태양이 떠오르자 표범이 갑자기 눈을 떴다. 그리고는 다리를 쭉 펴고 기지개를 펴더니 입 주위와 발톱 사이에 낀 피를 깨끗이 핥아먹었다. 병사는 단도를 빼들었다. 바로 그 순간, 표범이 그를 바라보더니 움직임을 멈추고 뚫어져라 그를 바라보았다. 냉랭하고 눈부신 표범의 눈빛에 병사의 몸은 얼어붙어 버렸다. 문득, 표범이 천천히 그에게 다가왔다.


병사와 표범은 서로 가까워질 때까지 서로를 응시했다. 표범이 병사 가까이에 다가왔을 때 병사는 문득 표범의 머리부터 꼬리까지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표범은 유쾌한 듯 꼬리를 치켜들고 고양이처럼 그릉! 하는 소리를 냈다. 병사는 전날 밤 포식을 해서 아직 허기를 느끼지 않는 표범이 자신을 공격할 생각이 없음을 확신하자 조심스럽게 동굴 밖으로 나가보았다. 그가 언덕까지 오르자 표범은 쏜살같이 그를 쫓아와 고양이처럼 그의 다리에 머리를 비벼댔다. 병사는 다시금 표범의 몸을 쓰다듬어주며 표범의 어디를 쳐야 치명타가 될지 궁리했다. 병사는 한칼에 표범을 쓰러뜨리려면 목을 찔러야만 한다는 걸 갑자기 알아차렸다. 그가 목을 찌르려고 단도를 치켜드는 순간, 표범은 우아한 자태로 땅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 부드러운 눈길을 보냈다. 병사는 주저하다가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그는 걸어서 샘 근처까지 갔다가 말의 시체를 발견했다. 표범이 뜯어먹다 놔둔 것이었다. 아직 삼분의 일 정도가 남아있었다. 그제야 병사는 간밤에 왜 표범이 자신을 덮치지 않았는지 이해했다. 병사는 경계심을 완전히 풀지 않은 채로 간간이 표범이 사나워지지 않도록 쓰다듬어주면서 표범을 벗어날 궁리만 했다. 표범은 그를 볼 때마다 살짝 꼬리를 흔들며 그를 반기는 시늉을 했다. 그 모습에 그는 기분이 좋았다.


표범과 두려움 없이 장난을 치던 병사는 불현듯 예전에 사랑했던 애인이 생각났다. 질투심이 하도 심해서 ‘미뇬’(Mignonne)이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그녀의 불같은 질투는 잘못하면 한순간에 그를 칼로 찌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한시도 떨치지 못할 정도로 심했었다. 그녀에 대한 기억으로 그는 날렵하고 우아한 자태의 표범을 ‘미뇬’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밤이 깊어 표범이 잠이 들자 병사는 전속력으로 나일 강 쪽을 향해 줄행랑을 쳤다. 하지만 얼마 가지도 못하고 등 뒤에서 그를 쫓아오는 표범의 소리를 들었다. 아무래도 표범은 그를 연인쯤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그러다 병사는 그만 모래 수렁에 발이 빠져버렸다. 사막을 유랑하는 사람들이 한 번 빠지면 도저히 벗어날 수 없어 가장 위험하다고 하는 곳이었다. 그는 온몸이 모래에 덮이며 서서히 가라앉는 걸 느꼈다. 그는 공포의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뒤따라오던 표범이 지체하지 않고 재빨리 이빨로 그의 목깃을 물더니 힘차게 뒷걸음질 쳐서 그를 모래 수렁에서 빼냈다.


죽다가 살아난 병사는 안도감에 표범을 얼싸안았다. 그는 이제 더 이상 표범을 경계하지 않고 표범과 생사를 같이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때부터 사막은 사람 사는 곳처럼 느껴졌다.” 비록 맹수이지만 표범과 얘기도 나누고 교감하며 말로 설명하기 힘든 우정을 느꼈다. 미뇬은 가끔씩 사라졌다가 나타나곤 했는데, 그때마다 입가에 피가 묻은 채였다. 미뇬은 애완동물처럼 병사와 장난을 쳤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면서 병사는 사막의 아름다움에 새롭게 눈을 떴다. 미뇬 덕분에 고독감이 줄어들고 주변에 먹거리도 충분히 널려 있어, 그는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갈망으로 가슴이 뛰었다. 광활한 사막의 장엄함과 화려함에 매료되기도 했고, 시시각각 다른 색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듯한 하늘을 바라보며 자연의 신비를 느끼기도 했다. “고독은 그에게 환희가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었다.” 그러는 동안에 그는 표범에게 정을 느끼게 되었고, 그 감정은 점차 깊어갔다. 결국 그는 더 이상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혹시라도 지나가던 누군가가 자신을 구원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셔츠를 벗어 만든 깃발을 나무꼭대기에 매달아두었다.


어느 날, 거대한 새가 공중을 웃돌기에 병사는 표범에게 새로 찾아온 방문객이 누군지 알아보라고 시켰는데, 잠시 가만히 있던 표범은 차가운 눈빛으로 씩씩거리는 소리를 냈다. 질투심의 표시였다. 표범은 아름다운 여인만큼이나 매혹적이고 열정적이었다.


이제 “병사와 표범은 서로 상대방을 이해한다는 눈빛을 나누었다.” 병사는 표범에게도 영혼이 있다는 걸 절감했다.


노병의 회상 이야기는 여기서 멈춘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여인은 화자에게 결말을 얘기해달라고 채근한다. 어느 날 그 둘은 작은 오해로 인해 서로 고집을 부리다 파멸로 끝이 난다. 노병은 그 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내가 어떻게 표범을 찔렀는지 정말 나도 모르겠소.” 어느 순간, 표범이 갑자기 미친 듯이 그에게 달려들어 넓적다리를 물었고, 병사는 본능적으로 단도를 표범의 목에 깊이 찔러 넣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그는 마치 인간을 살해한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도 표범의 눈빛에는 원망의 기색이 전혀 없었고, 병사는 지구상의 모든 것을 다 주고라도 미뇬의 생명을 구하고 싶었다. 마침내 그가 꽂아놓은 깃발을 보고 군인들이 그를 구조하러 왔을 때에도 그는 회한으로 눈물범벅이 되어 울부짖어야 했다.


노병은 그 후로 독일과 스페인, 러시아를 전전하며 온갖 전쟁에 참전했고, 전 세계를 누비는 동안 언제나 미뇬의 잔해를 가슴에 품고 다녔다. 하지만 “어디를 가도 사막만큼 아름답다고 느껴진 곳은 없었다.”


사막은 이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는 노병의 말에 화자가 사막에서는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물었다. 그러자 노병은 그건 말로 할 수가 없다고 술회하더니 이내 “그건,”이라고 다시 입을 떼고는 이렇게 일축했다. “사막은 인간이 필요 없는 신이라오.”



▶ 참고 문헌 : 〈사막에서 싹튼 정열〉, 이북코리아(전자책)

▶ 참고 사이트 : 불어판 위키피디아

▶ 작품 배경은 불어판 사이트를 제가 직접 번역해서 발췌 및 인용한 내용이며, 줄거리는 상기 참고 문헌의 내용을 제 임의대로 압축해 줄거리 형태로 요약한 내용입니다.

▶ 볼드 처리된 문장은 역자가 원작을 번역한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 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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