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피타

철학적 연구 - 제20권

by 글섬

작품 배경


〈세라피타(Séraphîta)〉는 1834년에 문예지 《리뷔 드 파리(Revue de Paris)》에 처음 발표되었다. 이후 단행본으로는 총 일곱 번에 걸쳐 출판되는데, 이 중 초판은 1835년 《베르데(Werdet)》에서 〈추방된 사람들(Les Proscrits)〉, 〈루이 랑베르(Louis Lambert)〉와 함께 하나의 서문을 가지고 〈신비주의 소설〉이라는 제목으로 엮어 출판되었고, 최종판은 1846년에 《퓌른(Furne)》에서 『인간희극』의 「철학적 연구」에 속해 출간되었다.


열렬한 스웨덴보르그(Swedenborg) 주의자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이미 청년시절부터 종교철학에 관심이 많았던 발자크는 19세 때부터 ‘영혼 불멸’에 관한 에세이를 쓸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사업, 사교계 출입 등 생활의 변화를 겪으며 철학이나 종교로부터 관심이 멀어져갔던 발자크는 1832년 한스카 부인(Mme Hanska)과 서신왕래를 시작하고 1833년 그녀와의 사랑이 시작되면서 다시 종교와 철학에 대한 관심을 떠올리게 된다. 1834년 발자크는 한스카 부인과 48일이라는 꿈같은 시간을 보낸 후 파리로 돌아온다. 그때 그가 미완성인 채 가져온 작품이 〈세라피타〉와 〈랑제 공작부인(La Duchesse de Langeais)〉이다. 즉, 〈세라피타〉는 한스카 부인과의 신비롭고 정신적인 사랑의 표현이 그대로 스며든 작품으로, 한스카 부인의 신비주의적 종교가 발자크의 글쓰기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사실주의 작가인 발자크가 수 천 년 전부터 인간을 사로잡았던 신화적 주제를 그의 철학소설인 〈세라피타〉에 사용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신화란 역사 이전의 인간 의식을 드러내는 바, 양성체 신화는 잃어버린 결합으로서의 회귀를 통해 태초의 순간의 성스러움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 초월성에 이르고자 하는 인간의 염원에 대한 표현이다. 남성과 여성으로 성이 분리되기 전 이 두 성을 모두 공유하고 있는 양성적인 인간은 완전하고 총체적인 인간으로서, 인간은 잃어버린 최초의 통일체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욕망을 지닌다. 이러한 양성체는 모든 특징들의 이상적이고 조화로운 융합을 나타내고 있으며 정신적으로 실현시키고자 하는 이상적 상태를 표현하고 있다. 세라피타는 바로 이러한 순수한 정신성을 나타내는 양성체로, 발자크는 최초의 총체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경향에서 세라피타를 의식적 양성체로 그리고 있다.


〈루이 랑베르〉 이후 집필된 〈세라피타〉는 〈루이 랑베르〉에서 이론으로 추구했던 것을 세라피타라는 인물로 구현하고 있다. 〈루이 랑베르〉에서 발자크는 우주에 관한 일원론적인 사고를 언급하고 있다. 발자크는 〈루이 랑베르〉에서 인간의 이중성, 즉 영혼과 육체의 갈등을 극복하고 영혼의 우위성을 나타내고자 한다. 이런 사고의 움직임은 물질과 정신의 명백한 대립이 해결되는 원리를 찾게 한다. 그래서 발자크는 루이 랑베르의 입을 통해 물질과 정신이 두 실체라는 것을 거부하고 물질과 정신은 단지 최초의 유일한 실체의 다른 두 양식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정신과 물질의 결합을 추구하고 영혼의 승리를 추구하고자 하는 루이 랑베르의 의지는 그가 죽음으로써 실패로 돌아간다. 〈루이 랑베르〉 출판 이후 집필된 〈세라피타〉에서 발자크는 자신의 일원론적 철학을 완성한다. 요컨대 세라피타는 루이 랑베르가 스웨덴보르그(Swedenborg)의 이론에 따라 추구한 천사성을 소유한 존재이다.


그러나 발자크는 스웨덴보르그 이론을 그의 소설에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다. 발자크에게 있어 스웨덴보르그의 천사는 그의 철학을 적용시키는 데 가장 적합한 수단이기에 발자크는 그의 고유의 방법으로 인물 세라피타를 만들면서 자신의 신화를 창조한다. 그는 스웨덴보르그 이론의 신비적 경향으로부터 세상과 인간에 대한 견해를 끌어내고 이것을 자신의 고유의 목적을 위해 다시 취하고 형식화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발자크는 인간의 요소와 천사의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고 남성과 여성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는 세라피타를 창조해낸다.


세라피타는 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남자로 여겨지기도 하고 여자로 여겨지기도 하는 양성적 인물이다. 그러나 세라피타가 지닌 양성성은 모호한 방식으로 제시된다. 그것은 생물학적 양성성이라기보다는 내적, 관념적 양성성에 가깝다. 발자크는 한 인물에 세라피타와 세라피투스(Séraphîtüs)라는 각각 다른 성을 지시하는 이름을 부여하는 것으로 양성적 특성을 표면화한다. 그런 다음 인물의 외모뿐만 아니라 심리적 상태, 말투와 행동양식, 의상 등의 부차적 장치 속에 양성적 요소를 세심하게 버무려 넣는다.


발자크는 작품 속에서 세라피타를 악마(démon), 존재(être), 피조물(créature)이라고 하는 단어들로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작가는 세라피타의 성을 규정하지 않은 채 ‘그’(il)와 ‘그녀’(elle)를 구별 없이 사용하면서 이 인물에 애매함을 한층 더 부여하고 있다. 세라피타가 마침내 승천하는 종결부에 이르면, 세라피타를 ‘Le’, ‘il’, ‘IL’로 지칭하며 여성과 남성을 초월한 무성의 상태, 내적인 갈등 없이 완벽한 융합을 이루는 상태를 나타낸다.




스트롱피요르(Stromfjord)의 자르비스(Jarvis) 마을의 한 성에 신비한 존재 세라피타가 살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중적이지만 원래는 하나의 존재인 세라피타는 미나(Minna)에게는 젊은 남자인 세라피투스(Séraphîtüs)로 보이지만, 윌프리드(Wilfrid)에게는 세라피타라는 아름다운 여자로 보이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로, 두 사람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다.


스트롱피요르의 입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대양과 화강암이 서로서로 맞부딪히는 무시무시한 소용돌이 사이에서 항해를 성공적으로 마쳐야 한다. 바위와 물의 격렬한 싸움은 스트롱피요르에 파멸의 모습이 아닌 부드러운 곡선을 남긴다. 물과 바위 사이의 부딪힘의 격렬함으로부터 사람이 사는 유일한 곳인 자르비스 계곡과 노르웨이의 식물지가 생겨난다. 바다에 의해 생명을 부여받고 바다의 풍부한 힘을 전달받은 자르비스 계곡은 다양한 식물과 광물 들이 존재하는 풍요로운 장소이다. 여기서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아간다.


평화로운 모습의 자르비스 마을은 1799년과 1800년 사이의 겨울을 맞이한다. 절대적인 고요 속에 극지방의 추위의 장엄함이 존재한다. 삶을 나타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얼음이라는 불모의 힘만이 지배한다. 거의 모든 집들이 눈 속에 파묻혀 있다. 마을 사람들은 집에 갇혀서 여자들은 천을 짜고 염색하는 일을 하며 남자들은 독서를 하거나 명상에 몰두한다. 이렇듯 순결하고 장엄한 자연 속에서 명상과 기도로 고독한 삶을 살아가는 세라피타는 천사가 되기 위해 하늘로 향하고 있는 남성과 여성으로 이루어진 양성체이다.


세라피타는 스웨덴보르그의 열렬한 제자인 세라피즈(Seraphiz) 남작과 스웨덴보르그가 환영 속에서 남작에게 찾아준 영국의 구두 수선공의 딸 사이에서 태어난다. 세라피타의 부모는 정신적인 순수함에 이른 천상적 존재이다. 따라서 이들의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천사적인 본성을 가진 완전한 인간이다.


스웨덴보르그 이론은 인간의 이중성에 기초를 두고 있다. 스웨덴보르그에 의하면, 인간은 물질적인 외적인 존재와 정신적인 내적인 두 존재로 나뉘는데, 천사란 그 존재 안에서 내적인 존재가 외적인 존재에 대해 승리하는 데 성공한 개체이다. 인간은 이런 이중적인 자신의 존재를 알게 되면 그의 천사적인 운명을 따라야 한다. 그리고 그에게 존재하는 천사라고 하는 특출한 본성을 강화하여 천사가 되기를 노력해야 한다. 스웨덴보르그는 물질세계에 갇혀 있는 인간이 정신을 연마하여 영적 세계로 도약하고,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신의 세계에 도달하는 것을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장 높은 완성의 경지로 삼는다. “스웨덴보르그에 따르면, 신은 천사들을 특별히 창조하지 않았다. 땅위에서 인간이지 않았던 천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땅은 그래서 하늘의 묘판이다.”


만약 인간이 이런 천사적 운명을 알지 못하고, 그의 정신적인 삶을 확고히 하는 대신 육체적인 삶에 의해 지배된다면 인간은 육체와 정신의 물질화에 의해 천사성을 잃고 만다. 반대로, 정신적 삶으로 내적인 존재를 더 확고히 할 때, 영혼은 물질에 대해 우세하게 되고 인간은 물질로부터 분리되어 나와 천사가 되는 것이다. 이렇듯 천사가 되기 위해서는 물질로부터 벗어나 정신에게 자리를 내어 주는, 삶의 다양한 단계들을 거쳐야 한다.


스웨덴보르그에 따르면 삶의 단계들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의 삶은 사람들이 사랑에 대해 갈증을 느끼는 고통스러운 삶이다. 두 번째의 삶은 사람들이 사랑을 하는 삶이고, 세 번째의 삶은 사람들이 신의 말씀의 흔적들을 침묵 속에서 찾고, 겸손하고 자비로워지는 삶이다. 네 번째의 삶은 욕망하는 삶이고, 다섯 번째 삶은 기도하는 삶이다. 이 각각의 삶은 다음 단계의 삶으로 이동을 허락하고 마지막까지 도달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 그리고 이것들은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다. 천사는 이런 단계들을 거치면서 이루게 되는 변화의 결과물이다. 인간은 시련과 고통을 주는 단계들의 극복을 통해, 내적 존재의 승리에 의해 천사가 됨으로써 스스로 인간의 근원적인 상처를 치유하고 이 원래의 신적인 상태, 아담의 순수성으로 다시 돌아간다. “스웨덴보르그는 이 세상에서 하늘을 향해 준비되어 있는 존재들을 천사적 영(靈)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하늘에서 천사가 된다.” 지상에서의 삶 동안에 천사적 영(靈)들은 순수하게 머물러 있다. 그들은 다른 인간들처럼 보고 생각하고 말하지 않는다. 인간의 지각이 완전히 외적인 것이라면 천사적 영(靈)의 지각은 완전히 내적인 것이다.


세라피타는 천상계를 향해 다른 존재들을 올려 보내기 위해 이 땅에 나타났다. 세라피타는 죄지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온 예수와 유사한 존재이다. 세라피타는 예수처럼 그와 유사한 두 존재들, 즉 미나와 월프리드를 구함으로써 인간의 근원적인 상처를 치유하고 통일성의 회복을 이루고자 한다.


하얀 이마와 빛나는 눈의 순진한 얼굴을 가진 미나는 소박하고 겸손하며, 아름다운 매력을 가진 지상의 천사이다. 그리고 그녀는 아버지 옆에서 집안을 돌보며 평화로운 삶을 사는 전형적인 지상의 여성이다.


태양이 눈과 얼음을 비추면서 작열하는 어느 날 아침, 미나는 세라피투스와 함께 팔베르(Falberg) 기슭을 따라 정상을 향해 올라간다. 팔베르 산은 미나의 입문이 이루어지는 장소이다. 세라피투스는 최면술을 이용해 새처럼 가볍게 바위들을 피해 뛰어오르며 산 정상까지 미나를 데리고 간다. 인간의 힘으로는 보이지 않는 신비한 힘인 최면술에 의해 이루어지는 이 상승은 미나에게 극도로 위험한 것이며, 미나는 입문 시련으로 신체적인 고통을 겪는다.


세라피투스는 미나를 안전한 바위 위에 앉힌다. 그러나 미나는 심연에 대한 무시무시한 느낌에 사로잡혀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가운 오한을 느끼다가 그만 기절한다. 아주 고통스런 입문의 과정이다. 고통스러움으로 인해 기절해 있는 미나는 세라피투스가 미나의 이마와 눈에 불어주는 부드러운 입김에 의해 육체적인 고통으로부터 정화되어 깨어난다. 이제 세라피투스는 미나에게, 인간은 지상에서의 여러 변화의 단계들을 거치면서 내적 존재를 확고히 하여 천사가 되어 하늘로 가야함을 알린다. 입문의 과정을 통해 미나는 지상과 천상의 차이를 느끼고 천상을 향한다. 그리고 세라피투스 또한 미나의 사랑을 거절함으로써 자신이 천사가 되기 위한 시련의 한 과정을 거친다. 안정된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지상에서의 사랑은 일시적인 행복만을 가져다줄 뿐 고뇌와 불만족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반면 천상의 사랑은 영원한 사랑이다. 대립되는 이 두 사랑은, 사랑이라는 하나의 사실의 양면이다. 정신적인 욕구에 의해 움직이고 하늘을 향해 덕과 순수의 이상에 살고 있는 세라피투스는 지상의 사랑에 관심이 없다. 지상의 사랑을 거부하는 세라피투스에게는 신 안에서의 사랑만이 가능하다. 따라서 세라피투스는 미나에게 지상의 인물인 월프리드를 사랑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세라피투스는 그녀를 여기 팔베르 정상까지 데리고 온 이유를 밝힌다. “나는 빛의 왕국으로 가기 위해 친구를 원했었소.” 세라피투스는 빛의 왕국이며 동시에 그의 유일한 사랑의 대상인 신이 있는 하늘로 그녀를 데리고 가고자 한다.


입문이 끝나자 미나는 다른 사람이 된다. 그녀는 세라피투스가 나타내는 신성과의 완전한 의사소통에 들어간다. 입문 전까지만 해도 팔베르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지상에 대해 현기증 나는 두려움을 느꼈던 미나에게 이제 지상의 하찮음은 사라진다. 그녀는 신을 느끼기에 이른다.


세라피투스는 산 정상으로부터 내려오면서 여성적 모습의 세라피타로 변한다. “미나는 완전히 달라진 안내자의 목소리, 그의 목소리를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 목소리는 어린 소녀의 목소리 같았고, 미나가 지금까지 거닐었던 꿈의 환상적인 빛들을 제거했다. 세라피투스는 그의 남성적인 힘을 버리기 시작했고 그의 시선들에서 남성적인 날카로운 지성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마을에 도착해서부터 세라피투스는 미나의 여자친구(Compagne)가 되고, 마을 사람들은 그를 아가씨(mademoiselle)라고 부른다.


세라피타는 이제 월프리드의 입문의 과정에 참여한다. 월프리드는 자르비스 마을에서 이방인이다. 사고에 있어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그는 연구와 명상을 통해 그의 지성을 살찌웠고 사고를 날카롭게 했으며, 과학은 그에게 이해력을 넓혀 주었다. 그는 법률, 역사, 철학에 대해 모든 것을 연구했다. 요컨대 그는 일종의 모델이 되는 인간상을 나타내고 있다. 많은 연구와 명상으로 지성을 살찌운 그는, 세상을 정신과 물질이라는 두 형태로 설명하고자 하면서 미지의 것에 대해 갈증을 느끼고 있다.


겨울 때문에 자르비스 마을에 머물게 된 월프리드는 세라피타를 보는 순간부터 자신의 과거를 모두 잊게 되고 세라피타를 사랑하게 된다. 그의 생활은 그녀를 본다는 유일한 생각으로 인해 흥분된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그는 미지의 세계로 들어간다. 월프리드에게 세라피타는 최상의 지역으로 자신을 데려가기 위한 천사처럼 느껴진다. 젊은 소녀 앞에서 월프리드는 마치 어린 아이처럼 되고 그의 순수하지 못한 점들은 정화됨을 느낀다.


월프리드는 세라피타가 미나와 함께 팔베르 정상까지 올라갔던 날 저녁, 세라피타를 만나러 스웨덴 성으로 간다. 월프리드의 입문 과정은 이 스웨덴 성의 닫힌 내부에서 전개된다. 세라피타의 거주지인 스웨덴 성은 자르비스 위로 불뚝 솟아 있어 나무로 된 마을의 집들과 대조를 이룬다. 이곳을 통과하면 사람들은 마법에 걸린 것처럼 느낀다. 세라피타의 신비한 힘에 둘러싸인 스웨덴 성은 그녀의 힘에 의해 신비한 장소가 되는 것이다. 월프리드는 이 성에 들어서면 자신도 모르는 어떤 힘에 의해 조용하고 순종적으로 변하게 됨을 느낀다.


미나의 입문이 신체적이었던 반면, 성안에서 행해지는 월프리드의 입문은 정신적인 것이다. 월프리드는 세라피타가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의 사랑을 미나와 관련시키는 것으로 인해 정신적인 고통을 받는다.


월프리드는 여성을 지배하고자 하는 전형적인 남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런 월프리드에게 세라피타는 그의 사랑을 거절한다. 세라피타에게 월프리드의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 욕망일 뿐이다. 세라피타는 월프리드의 사랑을 거절하면서, 자신이 선택한 인물인 미나와 월프리드를 통해 양성체를 이루려고 노력한다. 둘을 향한 사랑 속에서 월프리드와 미나를 하나의 존재로 여기고 있는 세라피타는 천사가 되어 지상을 떠날 때 미나와 월프리드 커플이 하나의 양성체로 결합해야 한다는 것을 알린다.


남자의 욕망, 소유하려고 하는 욕망을 가진 월프리드는 자신의 사랑을 거절하는 세라피타의 이해할 수 없는 말에 부딪혀 양탄자 위에 반쯤 죽어 쓰러진다. 그리고 세라피타가 월프리드의 이마에 입김을 불자 그는 곧 평화스럽게 그녀의 발아래서 잠이 든다. 세라피타의 최면술에 의해 그의 육체적인 충격은 행복한 휴식으로 변한다.


수면에 의해 정신과 육체가 분리된 상태에서 월프리드는 정신적 세계를 경험한다. 최면술적인 잠 속에서 월프리드에게 천상의 세계로 들어 설 수 있는 힘을 주고자 하는 세라피타는 죽음 너머에서 펼쳐질 세상을 미리 맛보게 함으로써 월프리드의 영혼을 새롭게 해준다. 그리고 세라피타는 월프리드에게, 인간은 천사적 본성으로 인해 그가 천사가 되는 천상의 세계를 운명적으로 향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그 곳에서는 절대 권력의 나팔 소리가 울리고 승리의 외침이 울려 퍼진다. 세라피타는 월프리드가 도달해야 할 천상의 세계를 꿈의 형태로 보여주면서 그를 그곳으로 향해 가도록 인도한다.


시련의 극복 과정에서 자신이 향해야 할 하늘의 신비를 미리 엿보게 된 월프리드는 세라피타가 손을 내밀자 비로소 일어난다. 이제 월프리드는 세라피타가 자신과는 다른 세상에 속해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안다. 월프리드는 세라피타를 소유하는 것을 포기하는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 세라피타를 찬양한다.


월프리드는 지상과의 사이에 커다란 심연을 가지고 있는 초자연의 장소인 스웨덴 성으로부터 나와 세라피타의 신비한 힘에서 벗어나 마을에 위치해 있는 사제관에 이른 후에야 원래의 자기 자신으로 다시 돌아온다.


입문 후 월프리드는 미나와는 다른 태도를 보인다. 그는 천사적인 본성을 가진 이 양성체의 신비에 맹목적으로 순종하지 않는다. 월프리드는 이중의 본성, 즉 반대되는 것들이 그가 사랑하는 여자인 세라피타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의식하고 그것들을 이해하기를 갈망한다. 왜냐하면 이런 현상들은 우리들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안에 있다는 것을 월프리드는 알기 때문이다. 월프리드는 세라피타를 보면서 최초의 인간 아담이 가졌던 태초의 통일성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세라피타의 본성을 이해하는 것은 월프리드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다. 즉, 월프리드는 반대되는 것들이 융합되어 존재하는 세라피타를 보면서 자신의 통일성을 회복하고자 한다.


세라피타의 이중성에 대해 고뇌하던 월프리드는 입문의 과정들을 통해 자신의 천사적 본성을 깨닫는다. 미나와 월프리드는 이제 세라피투스-세라피타에 의해 천사적 본성을 깨닫고 하나의 양성체로 탄생한다.


하나의 양성체를 탄생시키기 위해 미나와 월프리드의 입문을 주도했던 세라피타는 이번에는 그녀 자신이 지상에서의 모든 행복을 포기하고 유혹을 뿌리치는, 승천의 준비를 위한 한 시련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 승천을 위해서 금욕과 기도로써 지상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세라피타를 지상에 묶어 두고자 하는 유혹은 계속된다. 인간의 정열을 내보이면서 나타난 악마들, 아름다운 봄의 자연, 그리고 세라피타를 소유하고자 하는 월프리드의 유혹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악마는 아이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앙팡(Enfant)이다. 이 악마는 세라피타를 ‘엄마’라고 부르며 그녀의 천사적 운명을 거스르게 하려 한다. 두개의 본성을 가지고 있는 자웅동체인 세라피타는 남편도 아내도 될 수 없기에 결코 아이를 갖지 못한다. 때문에 아이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앙팡의 유혹은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이다.


세라피타는 유혹을 이겨내느라 5시간 동안을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리고 서서, 간신히 신만을 외친다. 태어나서부터 명상과 기도로써 정신적 순수함을 추구해온 세라피타는 악마들을 물리쳐야 할 순간에 기도의 힘으로써 악마들의 유혹을 극복한다. 시련을 이겨낸 세라피타는 성 앞에서 만난 미나와 월프리드를 데리고 지상에서의 마지막 산책을 위해 시에그(Sieg) 폭포로 간다. 이 마지막 산책을 하면서 세라피타는 겨울의 마지막 모습을 벗고 봄이 왔음을 알리는 자연의 경치 속에서 지상의 감정을 느끼며 인간의 욕망을 느끼고 싶어진다. 월프리드 역시 이런 자연의 모습에서 욕망의 유혹을 다시금 느낀다. 세라피타는 “나는 이미 군림했어.”라는 말로 월프리드의 유혹을 거절한다. 그러자 소유할 수 없다면 차라리 파괴하려드는 인간의 속성대로, 윌프리드는 세라피타를 폭포 밑으로 떨어뜨릴 작정으로 그에게 다가간다. 그러나 세라피타의 시선과 팔에 의해 월프리드의 의지는 저지당한다. 최면술적인 세라피타의 의지가 인간의 최고의 힘센 의지인 월프리드의 유혹을 이겨낸 것이다.


이제 세라피타는 악마들과 봄의 자연, 그리고 월프리드의 욕망까지 모든 유혹을 떨쳐냈다. 겨울이 지나고 1880년 봄이 되자 세라피타는 자신이 곧 죽을 것임을 알고 있다. 승천을 준비하는 것이다. 세라피타는 승천에 앞서 천사가 되어 가는 신체적 조짐으로서 목소리가 더욱 더 깊어지고 얼굴색은 황금빛으로 변하기 시작하며, 빛나는 그의 영혼에 의해 겉모습이 나날이 하얗게 되어 간다. 그리고 그는 완전한 부동의 상태 속에서 심한 고통을 느낀다. 육체적 고통 속에서 세라피타는 그를 영원으로부터 분리시키고 있는 마지막 장애물을 조금씩 극복한 뒤, 미나와 월프리드에게 신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그들로 하여금 하늘로 향하는 길을 따르도록 한다. 세라피타에 대해 강렬한 욕망을 보이던 월프리드도 이제는 그의 뜻에 따라 미나와의 결합의 의지를 보인다.


미나와 월프리드가 그를 향한 사랑 속에서 그들도 함께 하늘로 향하는 것을 받아들였을 때, 세라피타는 한 쌍의 인간결합에서 양성체의 구현을 인지한다. 미나와 월프리드는 하나가 되어 세라피타의 승천에 참여한다. 세라피타는 격렬한 그의 마지막 기도로써 지상과의 연결고리들을 끊는다. 고통으로 지친 육체, 즉 물질로부터 그의 영혼은 빠져나오게 되고 세라피타는 이제 영(靈)이 된다. 모든 시련을 극복한 세라피타는 “신성한 문”을 두드린다. 그것은 삶의 마지막 단계로써, 그 문은 기도의 삶 속에서의 완전한 존재에게만 열리는 문이다. 세라피타는 문을 두드리면서 지상에서의 모든 욕망을 극복했고 순수하게 되었음을 알린다. 그러나 그 문이 그에게 열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문은 신의 심판에 의해서 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드디어 승리의 트럼펫이 울리고 빛의 메신저에 의해 세라피타는 “천사 세라팽”(Sraphin)으로 변해서 태양처럼 빛나며 공간 속으로 올라간다.


천사 세라팽은 이 승천의 축제에 초대한 미나와 월프리드를 신에게 소개한다. 이는 그들도 신을 향한 사랑 속에서 언젠가는 하늘로 승천할 것임을 예고한다. 이제 천사 세라팽에게는 지상의 요소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유한한 삶이 아니라 무한의 삶, 영원한 삶의 세계를 향해 올라간다. 그가 올라가면 갈수록 그는 더 순수하게 되며 옛날 형태의 흔적을 지워 버리고 곧 무한 속에서 사라지는 생생한 불꽃점이 된다. 세라팽은 빛나는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 “영원하리라! 영원하리라! 영원하리라!”라고 외친다.


세라피타의 승천에 참여한 미나와 월프리드 역시 이제는 지상의 사물들을 보지 못하고 하늘의 빛을 보게 된다. 그들의 육체는 느낄 수 없을 만큼 천천히 사라진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에게 신적인 실체를 본다. 그들은 또한 지상의 사물들과 천상의 사물들을 분리하는 거대한 차이도 알게 된다. 그들 역시 세라팽처럼 보이지 않는 세계를 알아보게 된다. 그리고 지상의 의미를 잊고 신적인 사물들을 이해하는 힘을 갖게 된다.


세라팽을 따라 그들도 천상의 세계로 함께 들어갈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의 영혼은 그것들에 대한 혼란스런 지각만을 할 수 있을 뿐, 이런 천상의 삶에 이르지 못한다. 그러므로 세라팽의 황홀한 빛에 이끌려 그를 따라 지복을 나타내는 광경까지 따라 올라갔던 미나와 월프리드는 세라팽이 승천을 한 후 천상의 빛이 사라지자 그들의 일시적인 삶을 위해 지상으로 다시 내려온다. 왜냐하면 지상의 불순함과 죽음의 그림자가 그들을 놔주지 않기 때문이다. “불순함과 죽음은 그들의 먹이를 다시 잡았다.”


두 인간의 추락을 통해 발자크는 육체를 가진 창조물이 빛의 존재로 변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그는 빛의 존재로 면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월프리드와 미나와 같은 몇몇 안 되는 선택된 자에게만 부여된다하더라도 그것은 일시적일 뿐, 인류는 시간과 불완전함이라는 사슬에 연결된 채 남아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발자크는 실패를 극복하고자 시도한다.


미나와 월프리드는 희망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들이 지상으로 다시 돌아온 것은 그들 역시 세라피타처럼 천사가 되기 위한 또 다른 시련을 겪기 위해서이다. 지상에서의 시련의 극복은 완전한 존재가 되기 위한 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시련들을 겪기 위해 세상의 진흙 속에 다시 빠지고 싶은 격렬한 욕망에 사로 잡혔다. 이것은 그들도 언젠가, 빛나는 세라팽이 신성한 문 앞에서 했던 말들을 성공리에 말할 수 있기 위해서이다.”


불안정한 삶으로 다시 돌아온 월프리드와 미나는 세라피타에 대한 그들의 사랑으로 신비하게 결합한다.




분석


〈세라피타〉는 양성체라는 동일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황금 눈의 여인〉과 모든 면에서 대조를 이룬다. 〈세라피타〉가 천사적 힘에 의한 결합을 상징한다면, 〈황금 눈의 여인〉은 악마적 힘에 의한 분리를 상징하며, 〈세라피타〉가 천상에서 구현되는 양성성을 그린다면, 〈황금 눈의 여인〉은 지상에서 구현될 수 없는 양성체의 파멸을 그린다. 〈세라피타〉의 무대가 하늘과 초월적인 정신세계를 상징하는 최북단의 조그만 마을이라면, 〈황금 눈의 여인〉의 무대는 파리라는 지상의 공간, 현실의 공간, 그리고 지상의 어둠 속에 묻혀 있는 무의식과 꿈의 공간이다. 다시 말해서 천사적 비상을 구현한 〈세라피타〉의 무대가 상승의 공간이라면, 지상의 꿈, 육체적 욕망의 세계를 그린 〈황금 눈의 여인〉의 무대는 하강의 공간이다. 천상의 낙원으로 묘사되는 노르웨이의 자르비스(Jarvis)라는 환상적 마을은 정열과 쾌락이 지배하는 지옥인 파리와 대조를 이룬다. 또한, 〈세라피타〉가 두 남녀에 대한 사랑을 하나로 승화시키는 통합적 존재라면, 〈황금 눈의 여인〉의 앙리 드 마르세와 그의 누이 상 레알 부인은 하나의 존재가 둘로 분리된, 신화적 의미의 양성체를 뒤집은 존재이다.


엘리아데(Mircea Eliade)는 〈세라피타〉가 발자크의 환상소설 중 가장 매력적인 작품이며, 인류학의 가장 근원적인 주제인 양성체 신화를 모티브로 한 마지막 위대한 작품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세라피타의 양성성은 완전한 인간의 전형적인 이미지로 제시된다. 세라피타-세라피투스는 여성인 동시에 남성이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의 세라피타는 남성대명사 “il”로 그려진다. 그런데 이때의 대명사는 남성이라기보다는 중성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원죄 이전의 순수한 상태, 분리 이전의 원초적 상태, 언젠가는 다시 회복될지도 모르는 결합을 이미 행한 신화적 의미에서의 양성적 존재를 의미한다. 따라서 그는 천사로 변신하여 하늘로 승천할 수 있는 것이다.


리샤르 보르네(Richard Bornet)는 〈세라피타〉에 나타나는 순환성을 언급한다. 인간은 죽음을 통해 시간의 한계를 인식한다. 그러나 죽음은 새로운 탄생을 가능하게 한다. 새로이 태어나기 위해 죽는 식물들처럼 추운 겨울을 보낸 세라피타는 눈이 녹아 물소리가 졸졸거리고 새싹이 푸른빛을 띠면서 만물이 소생하는 19세기의 첫 봄에 다시 태어난다. 이처럼 양성체 신화는 시간의 순환성을 드러내며, 순환적 리듬이란 삶과 죽음, 존재와 비존재, 고통과 행복 등 상반된 것들의 종합이다. 세라피타는 근원적 통일성의 회복을 통해 죽음을 생명으로, 유한한 시간을 무한한 시간으로, 인간을 신성으로 변화시킨다.


자신의 시대를 황금과 쾌락만이 존재하는 타락한 사회라고 생각했던 발자크는 1835년 『인간희극』을 구상하면서 소설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겠다는 거대한 계획을 세운다. 온갖 종류의 인간이 우글거리는 하나의 사회 전체를 창조한다는 그의 계획은 감히 신과 경쟁함으로써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의 표현이다. 양성체의 구현은 이러한 인간의 한계 극복 의지를 드러내는 또 하나의 테마이다. 남성과 여성으로 대표되는 대립의 통합을 통한 초월성의 획득은 발자크가 염원했던 인간의 한계 극복의 한 양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발자크는 그러한 인간의 염원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았다. 〈세라피타〉는 새로운 희망의 가능성을 나타낸다. 그러나 영원을 향하는 문을 넘어서는 것은 세라피타 뿐이다. 천사적 존재인 세라피타는 고통스런 입문의식을 거쳐 남녀양성체를 구현함으로써 천사가 되어 하늘로 승천하지만, 그를 따르던 미나와 윌프리트는 인간이기에 다시 지상으로 내려와야만 한다.


발자크는 양성체 세라피타를 스웨덴보르그 이론에 따른 천사화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인물로 묘사하였다. 세라피타는 자신이 천사가 되는 과정 속에서 그를 사랑하는 미나와 월프리드를 하나의 양성체로 만들어 그들에게 최초의 인간이 가졌던 양성성을 회복하게 해 준다. 그리고 자신 또한 삶의 여러 단계들을 거쳐 천사가 됨으로써 스스로 근원적인 상처를 치유하고 아담의 순수성으로 다시 돌아간다. 이 과정에서 삶과 죽음, 물질과 정신의 이원성을 극복한다. 이와 같이 발자크는 승천을 통해 세라피타로 하여금 인간의 이중성, 즉 정신과 육체의 대립을 해소시키고, 삶과 죽음의 대립 또한 해결하여 영원성을 획득하게 한다. 그리고 신과 유사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세라피타를 통해 미나와 월프리드가 최초의 통일체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신과 같은 힘을 발휘하고자 하는 발자크의 의지라고 볼 수 있다.



▶ 참고 논문 :

1. 〈양성체 신화와 발자크 - 「세라피타」와 「황금 눈의 여인」을 중심으로〉, 송기정(이화여대)

2. 〈발자크의 「세라피타」에 나타난 양성성 연구〉, 이병애(이화여대 석사학위 논문)

3. 〈「세라피타」의 양성구유 신화〉, 조명원(전북대)

▶ 작품 배경 / 줄거리 / 분석 모두 상기 참고 논문의 내용을 제 임의대로 압축해 줄거리 형태로 요약 및 인용한 것입니다.

▶ 볼드 처리된 문장은 논문 작성자가 원작을 번역한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 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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