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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섬 May 13. 2024

댈러웨이 부인 2

Mrs. Dalloway 2

     클라리사의 집을 나서면서 피터는 클라리사가 좀 완고해지고 감상적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처녀 적에 다소 소심했던 그녀가 중년이 되자 인습적인 태도로 변했다는 슬픈 생각에 그녀를 내심 심하게 비난했다. 그런 다음 그는 그가 예기치 않은 시간에 방문하여 그녀에게 폐가 된 것은 아닐까 걱정스러웠고 괜한 눈물을 흘린 것이 문득 창피해졌다. 한순간 그는 데이지와 사랑에 빠져 클라리사가 전혀 모르는 인도에서 살아간다는 게 무척 기뻤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는 30년 전에 클라리사가 그의 청혼을 거절했던 것에 대해 새삼스런 아픔을 느꼈다. 30분을 알리는 세인트 마가렛(St. Margaret) 교회의 종소리는 클라리사의 죽음을 떠올리게 했다. 이런 생각은 자신이 늙어가고 있다는 생각만큼이나 그를 상심하게 했다. 


     그는 결국 직장을 구하는 데 리처드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댈러웨이가 그에 대해 뭐라고 생각하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는 옥스퍼드에서 퇴학을 당했기에 자신이 어떤 의미에서는 낙오자였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미래는 30년 전의 그와 같은 젊은이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한 무리의 소년 군대가 행진해 지나가자 피터는 그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 한가운데서 피터는 갑자기 자유로움을 느꼈다. 클라리사 말고는 아무도 그가 런던에 있는지 몰랐다. 그는 자신이 볼 때 자신의 이상형으로 여겨지는 한 젊은 여자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는 그 여자를 클라리사와 비교해보고는 그 여자는 클라리사처럼 세속적이지도 않고 부자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 여자가 존경할 만한 여자인지 궁금했다. 피터는 자신이 낭만적인 해적 같았고 자신의 대담성에 감탄했다. 그 여자는 열쇠를 꺼내 문을 열고 피터에겐 한 마디 말도 없이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로써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다. 그는 클라리사가 그날 밤 그녀의 파티를 잊지 말라고 했던 말을 기억했다.


     피터는 리전트 파크에 앉아 데이지의 이혼 문제를 정리하러 변호사를 만나러 가기 전에 담배를 한 대 피우기로 했다. 그는 런던을 살펴보며 런던의 문화 수준에 자부심을 느꼈다. 그는 클라리사의 아버지와 도저히 친해질 수 없었던 그 시절을 떠올렸다. 나이가 지긋한 반백의 유모가 유모차에 잠든 아기를 데리고 앉아 있는 벤치를 골라 앉은 다음 그는 엘리자베스를 떠올렸다. 그는 엘리자베스가 클라리사와 사이가 좋지 않은 듯하다고 생각했다. 클라리사가 엘리자베스를 소개할 때 다소 과장된 태도였고 엘리자베스가 이를 어색해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피터는 이내 잠이 들어버렸다.


     그는 서로 다른 이미지의 여자들을 상상하는 외로운 나그네 꿈을 꾼다. 피터 자신인 듯한 이 외로운 나그네는 연민과 용서를 베푸는 하늘과 나뭇가지들로 만들어진 한 여성을 상상한다. 그는 이 여성을, 그녀의 아름다움으로 그를 죽음으로 유혹할 존재, 사이렌으로 상상한다. 결국 그는 그의 귀환을 고대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상상한다. 꿈이 끝나갈 무렵 이 여성의 이미지는 안주인의 모습이 되어 외로운 나그네에게 달리 더 할 일은 없는지 물어본다. 그러자 그는 누구에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피터는 “영혼의 죽음”이라고 혼잣말을 하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는 꿈과 ‘영혼의 죽음’이란 말이 1890년대 초 부어턴에서의 한 장면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여름, 클라리사는 혼전 임신했던 어떤 이웃여자에 대한 얘기를 듣고는 기겁을 했다. 클라리사가 고상한 척 유난스럽게 반응하는 모습에 피터는 그 순간에 그녀 영혼의 죽음이라는 표현을 떠올렸다. 그녀의 반응은 단지 고상한 척만이 아니라 오만하고 경직되고 시답잖아 보였고, 그때 당시 티 테이블에 함께 앉아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 이웃여자에 대한 클라리사의 노골적인 경멸과 몰인정에 거북함을 느꼈다.


     그날 밤 저녁 식사를 위해 리처드 댈러웨이가 부어턴으로 왔고 피터는 클라리사가 리처드와 결혼할 거라는 걸 즉시 알아차렸다. 그녀가 리처드를 대하는 태도에는 모성적인 것이 있었다. 피터는 결국 자신의 감정에 대해 그녀와 정면승부 하기로 결심했다. 그들은 분수 구멍이 부서져서 끊임없이 물이 흘러내리는 분수가에서 만났고 피터는 그녀에게 진심을 말해달라고 했다. 클라리사는 그에게 이제는 소용없다고, 그와는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그날 밤 피터는 부어턴을 떠났다.


     피터는 리전트 파크에서 레치아의 다리로 달려드는 한 아이를 보았다. 레치아는 엎어진 아이를 일으켜주고는 셉티머스의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행동을 더는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번은 그가 강가에서 레치아에게 둘이 함께 죽자고 한 적도 있었다. 그는 자신이 이 세상의 의미를 안다고 생각했다. 개 한 마리가 셉티머스에게 다가오자 그는 개가 사람이 되려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레치아는 밀라노(Milan)로 돌아가 언니와 모자를 만들며 살고 싶었다. 그녀는 셉티머스에게 의사와의 진료 예약시간이 되었다고 말해준다. 셉티머스는 죽은 친구 에번스가 공원에서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피터 월시가 그들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피터는 이들 부부가 단순히 사랑싸움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피터는 5년 전이었던 1918년 런던에 비해 확연히 달라진 런던의 변화에 감탄했다. 여자들의 패션이 우아해지고 화장이 근사해졌는데 그는 이 새로운 메이크업 방식이 맘에 들었다. 신문에 실린 기사문의 편견 없는 논조도, 성적으로 자유로운 신세대 풍조도 그에겐 인상적이었다.


     피터는 부어턴에서 샐리 시튼이 휴 휘트브레드에게 버럭 화를 냈던 일을 기억했다. 여성의 권리에 대한 휴의 보수적인 견해 때문이었다. 샐리는 휴에게 그가 영국 중산층의 혐오스러운 모든 것을 대변한다고 말했다. 피터는 휴와 그의 허세를 혐오했지만 휴의 성공이 부럽기도 했다. 그는 리처드 댈러웨이를 답답하지만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리처드는 언젠가 누구도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읽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그건 남의 사생활을 엿보는 것과도 같기 때문이라고 했다.


     끊임없이 클라리사에 대한 생각으로 되돌아오는 피터는 더 이상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그녀가 세속적이며 출세와 전통을 중시한다는 점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피터는 클라리사의 결혼을 한탄했다. 그녀는 항상 리처드의 말을 인용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그녀 자신의 생각은 드러나지 않았다. 피터는 그녀가 자기 응접실을 젊은 사람들과 예술가를 위한 집회 장소로 만드는 데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녀가 처녀 적에 즐겨 읽었던 헉슬리(Huxley)와 틴덜(Tyndall) 같은 철학자들에게서 통찰력을 얻었는지 궁금했다. 클라리사는 어렸을 때 그녀의 언니 실비아(Sylvia)가 쓰러지는 나무에 깔려 죽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로 인해 더 냉소적인 사람이 되지 않았고 삶의 거의 모든 것을 끝없이 즐겼다.


     피터는 데이지와의 관계에서는 클라리사와의 관계에서만큼 고통스럽지 않았으므로 그가 정말 데이지를 사랑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는 자신이 데이지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데이지와 결혼하고 싶다는 걸 깨달았다. 이때, 리전트 파크 지하철역 맞은편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사랑과 죽음에 관한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었지만 노쇠한 여인이 부르는 노래였다. 그녀는 노랫말을 읊조렸다. “누군가 본다 한들, 그 누가 상관하리오?” 피터는 그 노파를 측은하게 여기고 동전을 하나 던져주었다.


     레치아 역시 공원에서 노파의 노래 소리를 듣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녀도 피터처럼 노파에게 동정심을 느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그 노래가 자신을 위로해주었다. 레치아는 정신과 의사 윌리엄 브래드쇼 경(Sir William Bradshaw)이 셉티머스를 치료해줄 거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여기부터는 시점이 바뀌어 전통적인 전지적 3인칭 화자 시점에 가깝다. 우리는 셉티머스와 레치아가 길을 건너는 모습을 지켜보며 셉티머스 과거의 어떤 일을 살펴본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그는 시인을 열망했으며 셰익스피어 강연을 하던 이사벨 포울(Miss Isabel Pole)을 사랑하게 되었다.


     잠시 동안 다시 시점이 바뀌어 당시 셉티머스의 상사였던 브루어 씨(Mr. Brewer)의 시점이 된다. 브루어 씨는 당시 런던에서 경매 및 평가, 부동산 중개를 겸한 시블리스 앤드 애로스미스(Sibleys and Arrowsmith) 회사의 지배인이었다. 브루어 씨는 셉티머스를 가능성 있는 인재로 여겼다. 그는 셉티머스가 약골로 보여 그에게 축구를 권하기도 했다. 셉티머스는 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하여 상관인 에번스와 절친한 사이가 된다. 그러나 에번스가 죽자 셉티머스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자신의 감정불능 상태가 두려웠던 그는 밀라노에서 임시 숙소로 배정 받은 한 여관집 딸인 이탈리아 여자 루크레치아와 결혼했다.


     셉티머스는 세상 모든 것을 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레치아는 아이를 갖고 싶어 했지만 셉티머스는 이런 세상에 자식을 낳거나 자신이 견디고 있는 고통을 영속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의 병은 점점 더 심각해져 홈스 박사(Dr. Holmes)가 그를 진찰하러 왔다. 홈스 박사는 셉티머스가 겁에 질려 있을 뿐이라고 말하며 음악당에 가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면 나을 거라고 말했다. 박사는 셉티머스가 신경과민이라고 생각했다. 셉티머스는 홈스 박사를 인간 본성의 전형으로 여겼다. 그는 자신의 감정불능에 대해 사형 선고를 내렸다. 결국 홈스 박사는 스미스 부부가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정신과 전문의인 윌리엄 브래드쇼 경을 만나보라고 제안했다.

▶ 영문판 〈SparkNoes.com〉 발췌 및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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