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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섬 May 13. 2024

댈러웨이 부인 1

Mrs. Dalloway 1

     정치인과 결혼한 쉰두 살의 상류층 여인인 클라리사 댈러웨이(Clarissa Dalloway)는 그날 저녁 자신이 주관하는 파티에 쓸 꽃을 하인을 보내 사오게 하지 않고 자기가 직접 사오기로 마음먹었다. 휴전 기념일이 시작된 지 거의 5년이 지난 오늘 수요일에 런던(London)은 분주하고 소음으로 가득했다. 빅벤이 울렸다. 왕과 여왕이 왕궁에 있었다. 유월 중순의 상쾌한 아침이었다. 클라리사는 처녀 적에 아버지의 사유지인 부어턴(Bourton)에서 보낸 어느 여름날을 떠올렸다. 열여덟 살이었던 그때 그녀는 창가에 서 있노라면 뭔가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생의 여러 위험들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 가정교사가 그녀에게 가르쳐준 얼마 되지 않는 지식으로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클라리사는 생을 사랑했다. 자신의 유일한 재능은 사람들을 거의 본능적으로 알아보는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클라리사는 오랜 친구인 휴 휘트브레드(Hugh Whitbread)와 우연히 마주쳤다. 휴와 클라리사는 휴의 아내 이블린(Evelyn)의 안부를 몇 마디 주고 받았다. 이블린은 뭔가 정신적인 병이 있었다. 클라리사는 올바르고 존경스러운 휴에 비해 자신의 모자가 부적절하게 여겨져 자꾸만 모자에 신경이 쓰였다.


     그녀가 꽃가게로 걸어가는 동안에 과거와 현재가 계속 뒤섞였다. 그녀는 오랜 친구인 피터 월시(Peter Walsh)가 휴를 얼마나 못마땅해 했는지 기억했다. 그녀는 피터에 대해 애정을 담아 생각했다. 피터는 예전에 그녀에게 청혼했던 사람이었다. 그녀는 그의 청혼을 거절했다. 그는 그녀가 수상과 결혼해서 수많은 파티를 열거라고 말하여 그녀를 울렸었다. 클라리사는 그의 비난이 지금까지도 따갑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제는 피터가 자신의 꿈을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그에게 여전히 화가 났다.


     그녀는 계속 걸어가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그녀는 그녀가 런던 거리의 끊임없는 움직임 속에, 친구들의 삶 속에, 심지어는 타인들의 삶 속에 살아있을 거라고, 나무의 일부로, 자신의 집의 일부로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서점의 진열창에 진열된 책에서 죽음에 관한 문구를 읽었다. 클라리사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상상했다. 그녀는 자신의 얼굴, 새의 부리처럼 뾰족한 코, 가느다란 몸이 탐탁지 않았다. 그녀는 네덜란드 그림을 보려고 멈춰 선 채 자신이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 느낌이 들었다. 세상은 자신을 그저 남편의 아내, 리처드 댈러웨이(Richard Dalloway) 부인으로 여긴다고 생각했다. 


     클라리사는 장갑 가게의 진열창을 들여다보며 그녀의 딸 엘리자베스(Elizabeth)에 대해 생각했다. 엘리자베스는 패션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의 개와 시간을 보내거나 역사 선생인 킬먼(Miss Kilman)과 기도서를 읽거나 성찬식에 참석하며 시간을 보내는 걸 더 좋아했다. 클라리사는 엘리자베스가 킬먼과 사랑에 빠진 게 아닐까 염려스러웠지만 리처드(Richard)는 그저 한때라고 여겼다. 클라리사는 킬먼에 대한 자신의 증오에 대해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의 증오가 괴물처럼 비이성적이라고 자각했다.


     클라리사가 꽃가게에 있을 때 자동차 한 대가 폭발음을 냈다. 그 소리에 그녀와 행인들은 고개를 돌려 대형 자동차 안에 저명한 인사인 듯한 사람이 잠깐 비치는 걸 목격했다. 사람들은 블라인드에 가려진 사람이 여왕인지, 수상인지, 궁금해 했다. 이 자동차는 지켜보던 많은 군중들에게 애국심을 불러일으켰다.


     1차 세계 대전 참전 용사인 서른 살 가량의 셉티머스 워렌 스미스(Septimus Warren Smith)도 그 자동차 폭발음을 들었다. 그는 전쟁의 공포로 인해 발병한 정신병인 전쟁 신경증을 앓고 있었기에 지나가는 차로 인한 교통 체증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젊은 이탈리아인 아내 루크레치아(Lucrezia) 또는 레치아(Rezia)는 셉티머스가 최근에 죽어버리겠다고 말한 이후 그의 이상한 태도가 당황스러웠고 두렵기도 했다. 그녀는 남편을 리전트 파크(Regent’s Park)로 데리고 가서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그녀로서는 셉티머스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이 나무와 연결되어 있다고 믿었기에 나무를 베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공원 난간 너머를 바라보면 죽은 친구인 에번스(Evans)가 보인다고 믿으며 세상이 화염에 휩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했다. 셉티머스와 레치아, 그리고 그 주변을 지나던 다른 여러 사람들은 하늘 높이 날며 상공에다 연기로 글씨를 쓰고 있는 비행기를 쳐다보았다. 마침내 “TOFFEE"라는 글자가 쓰였다. 셉티머스는 누군가 암호문으로 자신과 교신을 시도하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레치아는 그토록 쇠약한 모습으로 골똘한 시선을 하고서 큰소리로 혼잣말을 하는 남편을 견딜 수가 없어서 남편을 벤치에 남겨두고 혼자 분수를 향해 걸어갔다. 그녀는 십자가를 들고 있는 인도인 동상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혼자라고 느끼며 순간적으로 셉티머스에 대해 화가 났다. 홈스(Holmes) 박사는 어쨌든 셉티머스는 심각한 병은 아니라고 말했다. 갑자기 레치아는 아내로서 남편에 대한 자신의 헌신이 분명하게 느껴져 남편이 앉아 있는 벤치로 돌아갔다. 젊은 처자 메이지 존슨(Maisie Johnson)이 그들에게 길을 물어본 후 다시 가던 길을 가면서 저 커플은 둘 다 이상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노부인 캐리 뎀스터(Carrie Dempster)는 메이지를 지켜보며 자기 인생에 대한 회한을 느꼈다.


     클라리사는 자신의 집으로 들어서며 마치 속세를 떠나 이제는 친숙한 수녀원 의식으로 돌아온 수녀와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신을 믿지 않지만 이 순간은 생명의 나무에 핀 꽃봉오리 같이 그녀에게 소중했다. 그때, 브루턴 부인(Lady Bruton) 저택에서의 점심식사에 리처드만 초대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언짢아졌다. 그녀는 다락방으로 올라가 언젠가는 자신에게도 닥쳐오고야 말 죽음에 대해 계속해서 곰곰이 생각했다. 


     클라리사는 쓰고 있던 깃털 달린 노란 모자를 벗자 자기 생의 중심에서 공허함이 느껴졌다. 그녀는 독감을 앓았던 때부터 내내 침실을 혼자 쓰지만 혼자여서 좋았다. 그녀는 리처드에 대해 열정을 느끼지 않았기에 이 점에서 그를 저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여성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꼈다. 그녀는 부어턴에서 어느 여름을 보냈던 친구인 샐리 시튼(Sally Seton)을 자신이 사랑했던 거라고 생각했다. 


     클라리사의 기억 속에 샐리 시튼은 검은 머리칼에 담배를 피우는 반항적인 이미지의 자유분방함을 지닌 사람이었다. 한번은 샐리가 부어턴의 복도를 알몸으로 뛰어간 적도 있었다. 그녀의 행동은 클라리사의 고모인 헬레나(Helena)를 자주 경악하게 했다. 클라리사와 샐리는 세상을 개혁할 계획을 세웠다. 샐리의 영향으로 클라리사는 아침식사 전에 침대에서 플라톤(Plato)을 읽기 시작했고, 몇 시간이고 셸리(Shelley)를 읽었다. 클라리사는 셰익스피어(Shakespeare)의 오델로(Othello)에 나오는 ‘만일 지금 죽어야 한다면 지금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때이리라.’라는 구절을 떠올리며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샐리를 만나러 계단을 내려갔던 걸 기억한다. 오델로처럼 그녀도 그 순간에 죽어야 했다면 무척 행복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델로는 질투심에 사로잡혀 아내 데스데모나(Desdemona)를 살해한 후 자신의 질투심이 부당했음을 깨닫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클라리사 평생에 가장 강렬한 순간은 부어턴의 어느 날 저녁 테라스에서 일어났다. 그날 저녁 샐리가 꽃을 한 송이 꺾어 들더니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클라리사에게 그 키스는 종교적인 경험이었다. 그때, 피터 월시가 테라스의 이 젊은 여인을 방해했다. 지금은 그에 대한 생각이 샐리에 대한 클라리사의 기억을 방해하는 것처럼. 클라리사는 언제나 피터에게 좋게 보이고 싶었기에 이제는 그가 그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파티 준비로 집안이 부산스러웠다. 클라리사는 그날 밤에 입을 녹색 드레스를 수선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하인들에게 관심을 보이며 그들의 할 일을 세심하게 배려했다. 그녀는 온화하고 너그럽게 하인들을 대하고 싶었고, 그렇게 할 수 있게끔 그녀를 도와주는 하인들에게 감사했다. 그녀는 수선할 드레스를 들고 차분하게 앉아 바느질을 시작하며 생각에 잠겼다. 인생은 파도와 같다. 층층이 쌓여 한데 모였다가 무너지는 파도. 오로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층층이 쌓이고 무너져 내리기 위해 끝없이 한데 모였다가 무너지는 파도와 같다.


     그때, 초인종 소리가 울리고 피터 월시가 예기치 않은 방문으로 클라리사를 깜짝 놀라게 했다. 피터는 늘 그랬듯이 주머니칼을 가지고 손장난을 하며 클라리사가 보수당 리처드와 결혼하기로 선택한 삶의 유형으로 인해 그녀에게 짜증스러움을 느꼈다. 그녀가 드레스를 수선하고 있었던 걸 알게 된 그는 클라리사가 자신의 청혼을 거절한 직후 자신이 인도에 가 있는 동안에도 내내 여기 앉아 파티와 사교계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어린 약혼자 데이지(Daisy)를 위해 이혼 문제를 해결하러 마을에 왔다고 말했다. 데이지는 인도에 사는 여자로 두 아이의 엄마였다. 그는 댈러웨이가 자신을 패배자로 여긴다고 생각했다. 클라리사는 피터가 경박한 수다쟁이 같았다. 피터는 삶의 힘겨운 분투로 예민해진 상태에서 문득 그녀와의 기억으로 울컥해져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클라리사는 그를 위로하기 위해 그의 손을 잡고 그에게 키스했다. 그녀는 문득 리처드 대신 피터와 결혼했다면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궁금해졌다. 피터가 행복하냐고 물었다. 그러나 그녀가 대답하기 전에 엘리자베스가 방으로 들어왔다. 피터가 방을 나서자 클라리사는 그의 이름을 부르며 따라 나갔다. “오늘 밤 제 파티 잊지 마세요!”

▶ 영문판 〈SparkNoes.com〉 발췌 및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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