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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섬 Jul 11. 2024

외젠 루공 각하

루공 마카르 총서 제6권

작품 배경

 

〈외젠 루공 각하(Son Excellence Eugène Rougon)〉는 『루공-마카르 총서』의 제6권으로, 1876년에 《르 시에클(Le Siècle)》 지에 발표되었다가 나중에 《샤르팡티에(Charpentier)》에서 소설 형태로 출판된다. 


졸라의 표현에 따르면, 이 작품에서 졸라는 제2제정의 “정치적 내막”을 파고든다. 1856년부터 1861년까지, 제2제정 정부의 고위층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의 인물들은 장관이나 국회의원 등 고위 권력층의 측근으로 부상한다. 외젠 루공과 그의 측근 십여 명이 정치적 우위와 개인적 이익을 놓고 서로 다투는 이야기로, 나폴레옹 3세의 사생활과 공적 생활을 아우르며 진행된다. 주인공 외젠 루공(Eugène Rougon)은 피에르(Pierre)와 펠리시테 루공(Félicité Rougon)의 장남으로, 〈루공가의 운명(La Fortune des Rougon)〉과 〈쟁탈전(La Curée)〉, 〈플라상의 정복(La Conquête de Plassans)〉에서는 그의 정치적 출세에 대해 간접적으로만 언급되었다. 요컨대 〈루공가의 운명〉에서는 파리로 상경해 법학을 공부한 외젠 루공이 고위직에 올라 나폴레옹 3세의 측근이 되어 1851년 12월 2일의 프랑스 쿠테타를 예견해 플라상의 부모에게 시국을 이용해 플라상의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재산을 축적하게끔 조언하고, 〈쟁탈전〉에서는 동생인 아리스티드 사카르(Aristide Saccard)에게 시청 도로 담당 보좌관 직을 마련해줌으로써 파리의 부동산 투기를 이용해 막대한 부를 이루는 데 결정적인 토대를 마련해준다. 〈플라상의 정복〉에서는 포자(Faujas) 신부를 통해 플라상이 정치적으로 유력한 입지를 재확립하도록 유도하는 인물로 등장하기도 했다.




 

줄거리

 

     제2공화정(Deuxième République) 하에 되세브르(Deux-Sèvres)의 하원의원이었던 외젠 루공은 루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Louis-Napoléon Bonaparte)의 1851년 12월 2일 프랑스 쿠데타에 기여함으로써 상원에 입성한다. 〈외젠 루공 각하〉의 도입부에서 외젠은 참사원장으로 등장한다.


     소설은 1856년 외젠 루공의 정치적 쇠락으로 시작된다. 황후의 친척과 관련된 상속권을 놓고 황제와 충돌하게 된 외젠 루공이 결국 실총해 해임되기 전에 참사원장 직에서 스스로 물러난다. 이로 인해 외젠 루공의 정치적 영향력에 기대어 다양한 개인적 이익을 취해왔던 외젠의 측근들이 정계 중앙에서 밀려나게 될까 두려운 나머지 동요하기 시작한다. 


     외젠의 가장 지대한 정치적 협력자이자 적수는 의심스러운 배경과 기만적인 의도를 품은 이탈리아 미녀 클로랭드 발비(Clorinde Balbi)였는데, 그녀는 외젠만큼 권력을 열망하지만, 여인의 몸이었기에 막후에서 남자들을 조종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여인이다. 클로랭드는 “올림푸스 신과도 같은 위엄 있는 포즈”를 한 “아름다운 대리석상”과도 같다. 거만하고 냉담하며, 수많은 애인들을 거느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징적인 처녀성을 소유하고 있으므로 정복당하지 않는 성처녀로 간주되기도 한다. 또한 그녀는 속을 짐작할 수 없는 미지의 여자이다. 그녀는 “살아있는 수수께끼”이고, “복잡한 기계”이고 “기이한 기계장치”이다. 매우 자유롭고 반항적인 그녀의 행동은 모든 규율과 예의에서 벗어나 있다. “원래 키가 큰 데다가 아주 잘못 자랐”고 “기막히게 아름답”지만 “엉뚱하”며, 양식과 예절을 매우 싫어하는 그녀는 “벌거벗은 채”로 남자들을 은근히 경멸한다. 또한 그녀는 ‘마키아벨리 양(Mademoiselle Machiavel)’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열렬한 정치적 야심을 품고 있다. 외젠 만큼이나 대담한 모험가인 클로랭드는 외젠과의 결혼을 원하지만, 외젠은 지배적인 기질의 두 사람이니만큼 분명히 서로를 파괴할 것이라고 예단하여 클로랭드와의 결혼을 거부한다. 대신에 외젠은 클로랭드에게는 쉽게 유혹할 수 있고 막대한 부를 소유한 들레스탕(Delestang)과 결혼하도록 권유하고, 그 자신은 자신의 야망을 방해하지 않을 여인의 그저 그런 남편이 된다. 질투에 사로잡힌 그녀는 황제의 정부가 되어 외젠의 권력을 탈취할 음모를 꾸민다.


     외젠은 황제 암살 음모를 알게 되지만, 음모에 가담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덕분에 1858년에 황제 시해 음모인 펠리체 오르시니(Felice Orsini) 사건이 벌어진 뒤 황제는 외젠을 내무부장관으로 임명한다. 국가안보와 평화 유지 권력을 가진 내무부장관 직에 오른 외젠은 직책을 이용해 정적들을 처단하고 반제국주의자들을 수백 명씩 추방하며 그에게 충성했던 측근들에게는 명예와 정치 보직으로 보상한다. 외젠의 영향력으로 들레스탕은 농림부장관으로 임명된다.


     그러나 외젠 루공의 권력이 확대되면서 그의 측근들은 외젠이 제공하는 권력이나 개인적 이득이 충분치 않거나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 하나 둘 그를 버리기 시작한다. 게다가 그들은 외젠이 내무부장관으로 임명되는 데 그들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 여겨 오히려 그를 배은망덕하다고 여긴다. 결국 외젠 루공은 그가 핵심 측근들에게 베푼 호의로 인해 오히려 치명적인 스캔들에 연루된다.


     이러한 모든 분쟁의 중심에는 클로랭드가 있다. 외젠의 권력이 증대함에 따라 그녀의 권력 또한 증대했기에, 급기야 황제의 정부로서 그녀의 영향력은 국제적인 규모의 최고 수준에 도달하기에 이른다. 그리하여 정권을 주도하게 된 클로랭드는 외젠이 자신과의 결혼을 거부한 것에 대해 보복할 수 있는 위치가 된다. 정적들을 침묵시키기 위해 외젠은 황제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심한다. 외젠으로서는 황제가 그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린 결단이었지만, 사직서는 수리되고 들레스탕이 내무부장관에 임명된다. 이는 황제에게 미치는 클로랭드의 영향력을 암시하는 결과이다.


     3년 후, 1861년에 황제는 외젠을 정무장관으로 복직시키고, 이탈리아의 통일 이후 외젠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부여한다. 이는 표면상으로는 제국주의를 지양하고 자유주의 노선을 지향함으로써 국가 재건을 위한 인사로 표방되지만, 실제로는 외젠을 통해 자유롭게 저항 세력을 진압하고 반대 세력을 줄이며 언론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분석

 

이 소설에서 졸라는 제2제정 사회의 정경유착 양태를 정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권세의 영향권, 언론과 정권의 긴밀한 유대관계, 세력 확장, 탐욕, 그리고 난 다음,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유착했던 서로간의 배은이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졸라는 황제에 대한 입법기관의 비굴함도 놓치지 않고 냉철하게 묘사하고 있다.


외젠 루공은 루공가의 유전적 기질인 권력에의 욕망에 사로잡힌 남자이다. 단순하게 사는 그는 스스로의 힘에 대한 과시로써 그 자신을 위한 권력을 사랑한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명예나 부가 아닌 오로지 권력이다. 그는 그를 섬기는 사람들에게 경멸을 표하면서도, 그들과의 유착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마치 아버지처럼 그들의 이해관계를 돌본다. 그는 정치인이 얼마나 그 주변 인물들에 종속되는 존재인지를 보여주듯, 그의 추종자들 무리를 임의로 부린다. 그들은 그가 득세할 수 있도록 그를 위해 일한다. 하지만 그들은 고삐를 쥐는 즉시 각자의 요구들로 그를 갉아먹으며 이 위대한 남자의 권세를 통해 오로지 자신들의 이득만을 추구한다.


외젠 루공의 보기 드문 약점들 중 하나는 여인에 대한 두려움이다. 또한, 그로 인해 여인들에 대한 행동이 어설프다는 점이다. 아름다운 클로랭드 발비와의 관계 실패는 바로 여기에서 기인한다. 인물들의 관계는 공모와 세력 갈등, 조작과 질투, 심지어 증오가 뒤엉켜 유지된다.

     

또한, 졸라는 콩피에뉴(Compiègne) 황궁의 호화로운 모습을 자세히 묘사함으로써 『루공-마카르 총서』의 다른 작품들에 묘사된 서민들의 곤궁함이나 폭력성과 극명한 대비를 이끌어내고 있다. 바로 이런 치밀한 묘사를 통해 졸라는 제2제정 사회의 파렴치함과 잔혹성을 고발하려는 의도이다.

 

 

 

▶ 발췌 논문 : 〈에밀 졸라와 페미니즘: 착취당한 여성〉, 서영민(전북대)

▶ 참고 사이트 : 불어판 위키피디아, 영어판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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