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를 결행한 뒤에야 첫 번째를 후회하지 않게 되었다. 삶은 참 농담도 잘하지.
지난 5개월 동안 거의 매일 후회를 자문해봤다.
어떤 날은 그랬고, 어떤 날은 겨우 아니었고, 또 다른 날은 애매했고, 대부분의 날은 생각하기를 포기해 버렸다. 이미 결정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해도 바로 그게 후회의 본질이니까. 의미 있다면 후회가 아니다.
결정이란 현재가 바탕색인 큰 그림이다. 그러니 인장처럼 후회는 남게 되어 있다. 결정이 밀어 올린 내일은 이미 오늘 내 눈 앞에 막막히 펼쳐진 새하얀 화폭이다. 저게 마르기는 할까, 남일처럼 지켜보다 맞은 내일에
깜박이는 오늘의 도화지에다 시뻘겋게 굵은 획을 최대한 빠르게 긋고 마감하자면 당연한 마지막 관문처럼 시뻘건 인장이 후회를 물으며 깜박인다.
아니.
앞선 모든, 전 생애 이뤄낸 모든 그림까지 소급해서 아니.
오늘은 가라. 이만 되었다. 이 정도 속도감, 이 정도 붉기도 감행할 수 없다면 그게 내 생이겠는가.
농담처럼 어제의 인장까지 단단히 말려준 생에 질문 대신 조용히 웃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