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속생활연구 - 지방생활정경 제1권
〈유르쉴르 미루에(Ursule Mirouët)〉는 1841년 8~9월에 《메시지(Le Messager)》 지에 발표된 소설로, 1842년에 『인간희극』의 「풍속 연구(Études de mœurs)」 중 일부로 「지방생활 정경」으로 분류되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제1부 불안해진 상속인들
1829년, 파리(Paris) 남동부 지역인 느무르(Nemours)라는 작은 마을에는 루이 15세 치하에 미노레(Minoret)라고 불리던 사람의 후손들인 미노레(Minoret), 마쌩(Massin), 르브로(Levrault), 크레미에르(Crémière) 가(家)가 부르주아 계층을 이루고 있었다. 이들은 르브로-마쌩, 미노레-마쌩 식으로 대대로 서로 가족을 만들어왔기에 어떻게든 모두가 서로 사촌지간이었다. 이들의 선조인 미노레의 친 아들들 중 하나인 미노레는 의술에 헌신하러 파리로 떠났다가 1805년에 나폴레옹 황제의 주치의로 임명될 정도로 파리에서 한 병원의 원장이자 과학원 회원으로서 명망을 누렸다. 이 미노레 박사가 일흔한 살이 된 어느 날 느무르로 은퇴해 내려온다.
막대한 재산을 가진 것으로 짐작되는 박사는 결코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법이 없고 저녁식사는 거의 항상 외식을 하곤 했기에 아무도 그의 재산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박사의 재산을 상속 받을 가능성이 있는 친척들은 모두 박사의 언행을 예의주시하고 있던 가운데, 박사가 자선으로 후원하고 있던 고아인 유르쉴르 미루에(Ursule Mirouët)라는 여자 아이를 보살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상속인들은 행여 그 고아 여자애가 박사의 재산을 상속 받게 될까 봐 노심초사한다. 이들 상속인들 중에 그다지 부유하지 않았던 미노레-르브로(Minoret-Levrault) 부인은 박사에게 대놓고 돈 얘기를 할 만큼 특히나 탐욕스러웠다. 박사는 사촌들을 모두 재정적으로 은밀하게 지원해주었는데, 미노레-르브로 부인은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박사에게 그의 아들 데지레(Désiré)의 파리 유학비까지 요구할 정도였다. 박사는 상속인들은 되도록 만나지 않으려 애썼지만, 극빈한 사람들에게는 언제든 진찰을 마다하지 않았다.
박사는 느무르의 본당신부인 샤프롱(Chaperon)과 친해졌다. 이 신부 역시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선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었다. 박사와 샤프롱 신부는 전직 대위였던 드 조르디(de Jordy)와 친해졌고, 이들 세 사람은 다시 느무르의 치안판사 봉그랑(Bongrand) 영감과 친해졌다. 이들 네 사람은 저녁마다 사교 모임을 갖고 트럼프 놀이를 하고 환담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하여 이들은 배타적인 교분을 나누며 형제애와 같은 돈독한 우정을 갖게 되었다. 이 네 명의 친구들은 모두 자비롭고 성실한 사람들로, 그들은 모두 젊고 어여쁜 유르쉴르의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지며 그녀를 보살피고 사랑했다.
유르쉴르의 유모 앙투와네트 파트리스(Antoinette Patris)는 유르쉴르에게 강한 애착을 느껴 박사의 집안일에까지 헌신했기에 박사는 그녀만 남기고 요리사와 간호사 등 고용인들을 모두 해고했다. 박사는 날이 갈수록 검약해졌기에 박사의 방계 상속인들인 크레미에르 부부와 마쌩 부부, 그리고 미노레-르브로 부부는 매일 서로 만나며 그들 각자가 상속 받게 될 박사의 유산에 관해 암암리에 의논하곤 했다. 그들은 모두 유르쉴르를 심히 경계했다. 뿐만 아니라 남다른 친분을 나누고 있는 박사의 친구들도 걱정이어서 두려움은 커져 갔다.
미노레 박사는 무신론자였지만, 어느 날 유르슐르의 본명축일을 위해 성당에서 미사를 올리겠다고 선언한다. 미노레 박사가 유르쉴르와 나란히 성당에서 미사를 올리던 날, 박사의 개종 소식에 분노한 미노레-르브로 부인이 성당 안으로 난입했다. 그러나 미노레 박사가 그녀의 존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제단만을 응시하자 미노레-르브로 부인은 발길을 돌려 성당을 나갔다. 성당 밖에는 그녀와 똑같이 비탄에 빠진 사촌들 내외가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유르쉴르와 미노레 박사를 증오심과 두려움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때마침 파리에서 법학 공부를 하던 미노레-르브로 부인의 아들 데지레도 파리에서 돌아왔다. 데리제가 탄 마차가 광장에 도착했을 때, 미사가 파하고 성당에서 신도들이 무리지어 나왔다. 데지레는 무리지어 나오는 사람들 사이로 아름다운 유르쉴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유르쉴르는 타고난 우아함이 단연 돋보이는 금발의 미인이었다. 미노레 박사는 사촌들 모두를 비밀리에 재정적으로 도와주었는데, 자신의 유산만 노리고, 어느 누구도 유르쉴르의 본명축일을 축하해주지 않은 것을 괘씸히 여겨 사촌들을 매몰차게 대하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아연실색한 상속인들은 상속재산을 염려하며 대책 마련을 위해 미노레-르브로 부인의 집으로 다 함께 몰려간다. 뒤로 쳐진 데지레를 구필(Goupil)이 팔짱을 끼며 살갑게 대한다. 느무르의 공증인인 디오니스(Dionis)의 수석 서기인 구필은 보기 드문 야심가로, 재산 형성을 목적으로 데지레에게 아첨하며 친분을 쌓고 있다.
유르쉴르는 미노레 박사의 장인이 노년기에 얻었던 사생아의 딸이었다. 장인이 임종하며 미노레 박사에게 자신의 사생아 아들 조셉 미루에(Joseph Mirouët)를 부탁했는데, 조셉은 음악을 한답시고 어느 처녀와 파리로 달아나버려 찾을 수가 없었다. 미노레 박사가 그를 어렵사리 찾아냈을 땐 이미 갓난아이만 남겨두고 부부가 숨을 거둔 뒤였다. 박사는 갓난아이의 대부를 자처해 아이를 거뒀다. 사실 박사 부부는 여러 차례의 유산과 난산을 거듭하느라 아이를 얻지 못했는데, 어렵사리 얻었던 아이마저 이내 죽어버렸다. 그렇기에 박사는 장인의 사생아가 남겨준 갓난아이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여, 죽은 아내의 이름을 붙여주었다. 미노레 박사는 유르쉴르에게 거의 미쳐 있었다. 그의 친구들도 유르쉴르를 애지중지 사랑했다. 미노레 박사는 유르쉴르의 물질적인 안락과 삶의 실질들 모두를 책임졌고, 유르쉴르의 산수나 글쓰기 등 일반적인 교육은 드 조르디가 책임졌고, 샤프롱 신부는 유르쉴르에게 종교적 교육과 도덕, 형이상학 등 수준 높은 문제들을 가르쳤다. 유르쉴르는 어느덧 열다섯 살이 되었다.
한편, 대책 마련을 위해 미노레-르브로 부인 집으로 몰려갔던 상속인들은 공증인 디오니스의 상황 설명을 듣고 있다. 현재로서는 유르쉴르가 미노레 박사의 사생아 조카딸일 뿐이기에 만일 박사가 유르쉴르에게 재산을 남긴다면 유르쉴르를 대상으로 충분히 소송을 제기해 승소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박사가 유르쉴르를 양녀로 삼든지, 두 사람이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큰일이다. 그러니, 유르쉴르를 적당한 젊은 남자와 결혼시키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그러자 데지레가 어머니의 귀에 대고 자신이 유르쉴르와 결혼하면 박사의 재산을 차지할 수 있을 거라고 속닥거린다. 그러나 미노레-르브로 부인은 사생아의 딸에게 절대로 아들을 내어줄 수 없다. 그녀는 장차 국회의원이 되어야 마땅한 데지레를 반드시 시장의 외동딸과 결혼시킬 거라고 선언한다. 그러자 데지레는 아름다운 유르쉴르와의 모든 희망을 포기해버린다. 어머니의 결단을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디오니스는 유르쉴르의 결혼상대로 사비니엥 포르탕듀에르(Savinien Portenduère)를 제안한다. 그는 파리 사교계에 데뷔하느라 막대한 부채를 지는 바람에 현재 투옥된 상태였다. 디오니스는 미노레 박사에게 사비니엥을 감옥에서 빼내기 위해 박사의 장기공채의 연금리를 팔아 일부는 사비니엥의 어머니 포르탕듀에르 부인에게 빌려주고, 나머지 여유 자금은 토지에 투자하시라고 권유한다는 계략을 세운다. 일단 박사의 고정 재산을 부동산이나 저당 잡힌 채권으로 돌리게 되면 그땐 재산을 쉽사리 사용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디오니스는 미노레 박사를 만나러 간다. 유르쉴르가 손님이 마실 차를 준비해 가져간다. 때마침 미노레 박사가 디오니스에게 자신의 연금리들을 팔아 감옥에 있는 사비니엥을 도와줄 생각이 전혀 없다고 단언한다. 그 순간, 유르쉴르가 창백해지더니 그만 기절해버린다. 디오니스는 내심 쾌재를 부른다. 디오니스가 돌아가고, 유르쉴르가 깨어난다. 미노레 박사가 무슨 일인지 묻자 그녀는 많은 눈물을 흘리며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유르쉴르의 방 창문을 열면 사비니엥의 방 창문들을 통해 그의 모습이 보인다. 무심코 그의 일상생활을 지켜보던 유르쉴르는 우아한 그의 움직임에 반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미사에서 어머니와 함께 미사에 온 사비니엥을 발견했고, 미사가 끝난 뒤 집으로 들어오기 직전에 아주 잠시간 사비니엥과 눈이 마주쳤다. 자신을 응시하는 사비니엥의 시선에 한순간 사로잡힌 유르쉴르는 그 후로는 내내 사비니엥만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그날 저녁에 다시 파리로 떠났기에 다시 만나지 못했다. 미노레 박사는 사비니엥이 낭비벽이 심해 부채를 진 것이기에 유르쉴르의 남편감으로 부적합하다며 더 이상 그를 마음에 두지 말라고 타이른다. 유르쉴르는 박사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하염없이 눈물만 흘린다. 박사는 그녀의 눈물에 마음이 약해진다.
포르탕듀에르 부인은 아들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샤프롱 신부를 방문한다. 사비니엥은 해군제독 부관이 종조부였고, 해군제독의 손자인 백작이 사촌이었으며, 두 사람 모두가 아주 부자였다. 사르비엥은 드 포르탕듀에르 백작의 둘째 아들의 유일한 자손이었다. 그렇기에 사실 사르비엥이 해군에 입대했다면 쉽게 입신양명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르비엥은 어머니의 속박에서 벗어나 파리를 체험해보고 싶었다. 무작정 파리로 상경한 사르비엥은 호텔과 양복, 구두와 마차 등을 마련해 사교계에 진출하느라 이미 부채 더미 위에 앉게 되었다. 더군다나 사교계 부인들의 환심을 사려 노심초사하면서부터는 고리대금업자들의 위험한 자금을 이용하게 되었다. 결국 감옥에 들어앉아 어머니에게 눈물의 편지를 쓰게 되었고, 그의 어머니는 다시 해군제독과 백작에게 눈물의 편지를 쓰게 되었다. 그러나 해군제독과 백작은 자그마치 십만 프랑에 달하는 사르비엥의 부채를 감당할 만큼 재산이 많지 않았다. 그들은 포르탕듀에르 부인에게 농장을 팔아 아들을 구하라고 조언하는 편지를 보내왔다. 부인의 사연을 모두 듣고 나서 샤프롱 신부는 농장을 팔지 마시고 미노레 박사를 찾아가 돈을 빌려달라고 청해보시라고 조언한다.
포르탕듀에르 부인은 미노레 박사를 찾아간다. 미노레 박사는 결국 유르쉴르를 위해 자신의 연금리를 팔아 포르탕듀에르 부인에게 십만 프랑을 빌려주기로 결심한다. 포르탕듀에르 부인은 미노레 박사의 호의에 깊은 인상을 받았지만, 샤프롱 신부가 사르비엥과 유르쉴르와의 결혼에 대해 언급하자 발끈한다. 귀족으로서 자부심이 대단했던 포르탕듀에르 부인은 결코 유르쉴르와 같이 저급한 신분의 며느리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미노레 박사는 삯마차를 빌려 유르쉴르와 함께 직접 감옥으로 사르비엥을 만나러 간다. 이윽고 석방된 사르비엥은 미노레 박사가 빌린 마차에 오르는데, 마차 안에는 이미 유르쉴르가 타고 있었다. 처음에 그는 유르쉴르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나 함께 마차를 타고 오는 동안 유르쉴르의 청순함과 우아함에 이내 마음을 빼앗긴다.
대미사에 참석한 상속인들은 미노레 박사와 포르탕듀에르 부인의 친밀함을 목격하고 그들 사이에 모종의 긴밀한 협약이 이뤄졌음을 눈치 챈다. 혹시라도 유르쉴르와 사르비엥이 금방 결혼해 미노레 박사의 재산을 모두 차지할까 봐 불안해하는 상속인들을 디오니스가 그런 일은 불가능에 가깝게 요원하다며 다독인다.
제2부 미노레의 재산상속
유르쉴르를 사랑하게 된 사비니엥은 이제 더 이상 귀족이라는 신분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어머니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어머니는 완강하기만 하다. 미노레 박사 역시 사비니엥이 탐탁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연인의 마음은 이미 타오르기 시작했다. 사비니엥은 유르쉴르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연서를 보낸다. 유르쉴르의 마음 역시 오직 사비니엥뿐이다. 사비니엥은 미노레 박사로부터 유르쉴르에게 합당한 남자로 인정받기 위해 박사가 내심 바라던 대로 해군에 입대하기로 결심한다. 사비니엥이 해군에 입대한 뒤 유르쉴르는 한동안 식욕과 혈색을 잃고 이유 없는 여러 질병들에 시달렸다. 상사병으로 초췌해진 유르쉴르를 몹시 걱정한 미노레 박사는 그녀를 데리고 사비니엥이 속한 해군을 찾아가 그를 만나게 해주었다. 그제야 기운을 차린 유르쉴르는 사비니엥이 없는 사이에 상류사회의 부인이 되기 위해 열성적으로 공부했고, 미사가 있는 일요일에는 준엄한 사비니엥의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조심스레 친분을 쌓아갔다.
1830년에 프랑스 총선이 치러진다. 샤를 10세가 전제정치에 방해되는 의회를 해산시키고 새로 소집하기 위해 치러진 선거이다. 이 선거를 거치며 데지레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받고 국왕의 검사 대리로 임명된다. 디오니스는 느무르 시장으로 선출되고, 시의회는 미노레 박사의 상속인들로 구성된다. 정치적 불안을 틈 타 미노레 박사는 치안판사와 의논 끝에 비밀리에 자신의 재산을 유르쉴르에게 유증한다.
1832년 2월, 유르쉴르가 17세가 되는 날 아침에 사비니엥이 보름 동안의 휴가를 얻어 돌아온다. 미노레 박사는 그제야 사비니엥을 인정해주어 그를 퇴직시킨다. 사비니엥은 줄곧 박사의 집에 머물며 유르쉴르와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한다. 이들의 과도한 친밀함에 불안감이 극에 달한 미노레-르브로 부인을 주시하던 구필은 자기가 나서 사비니엥과 유르쉴르의 결혼을 깨뜨려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러자 미노레-르브로 부인은 반색하며 그렇게만 해준다면 구필이 공증인 사무실을 차지하도록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한다.
연인의 사랑이 깊어지고 사비니엥의 어머니의 승낙을 얻기 위한 시도들이 이어지며 2년의 시간이 흘러간다. 19살이 된 유르쉴르는 더 이상 공부할 게 아무것도 없는 완벽한 여인이 되었다. 1834년 12월이 되자 미노레 박사는 눈에 띄게 쇠약해져 갔다. 자신의 마지막을 예감한 미노레 박사는 유르쉴르가 스무 살이 되는 날에 호화로운 파티를 열어 모든 상속인들을 초대한다. 그리고는 상속인들에게 법적 상속 재산을 보장해줄 거라고 확언해 그들을 안심시킨다. 그리고 며칠 뒤 유르쉴르에게 막대한 재산과 엄청난 연금리를 남기는 서류에 서명한 박사는 바로 다음 날에 기절해 몸져눕는다. 박사의 임종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상속인들이 박사에게까지 들리도록 각자가 받을 재산에 대해 떠들어대느라 집안이 시끌벅적해지자 박사는 신부에게 부탁해 모두를 물리고 유르쉴르만 곁에 둔다. 박사는 유르쉴르에게 집안에 숨겨둔 편지 한 통을 찾아오라고 지시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밖에서 이를 엿듣는 이가 있었다. 상속인들 모두가 내쳐질 때 몰래 정원으로 몸을 숨겼던 미노레-르브로가 유르쉴르보다 먼저 편지를 찾아내 달아나버린다. 그 사이 박사는 숨을 거둔다.
미노레-르브로가 훔쳐 달아난 박사의 편지에는 박사가 유르쉴르 앞으로 남긴 재산에 대한 저당권 등기증서들과 정식 유언장이 보관된 장소가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편지와 함께 동봉되어 있는 서류에는 사비니엥에게 모든 상속인들보다 우선적으로 상속재산의 3퍼센트에 해당하는 종신 연금리를 유증한다는 유언이 명시되어 있다. 격분한 미노레-르브로는 편지와 유언장을 태워버린다. 그리고는 곧장 박사의 집으로 달려가 정식 유언장과 등기증서들을 찾아내어 아무도 모르게, 아내조차 모르게 은닉한다. 그런 다음, 상속인들에게 유르쉴르를 박사의 집에서 쫓아내자고 선동한다. 유르쉴르는 오열로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봉그랑이 도착해 상속인들의 동요를 저지한 뒤, 유르쉴르에게 박사가 무언가 남긴 게 없냐고 물었고, 그제야 유르쉴르는 박사의 편지를 상기한다. 그날 새벽에 유르쉴르는 조용히 짐을 꾸려 박사의 집을 떠난다. 봉그랑은 유르쉴르를 위해 조그마한 집 한 채를 얻어 유모와 함께 살게 해준다.
미노레 박사의 장례식이 끝나고 드디어 박사의 재산목록 조사가 시작된다. 박사의 집안을 아무리 뒤져봐도 유르쉴르에게 남긴 재산 증서를 찾지 못한다. 봉그랑과 샤프롱 신부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가 이를 이상하게 여긴다. 봉그랑과 샤프롱 신부는 급기야 박사의 유언장이 한 상속인에 의해 빼돌려졌다고 확신하기에 이른다. 미노레 박사는 사비니엥의 어머니에게 빌려준 십만 프랑에 대한 이자를 이제껏 한 번도 요구한 적이 없었는데 박사가 죽자 상속인들은 엄청난 이자를 요구한다. 사비니엥의 어머니는 그제야 박사가 살아있을 때 결혼을 승낙하지 않은 걸 후회한다. 박사의 재산이 상속인들에게 분배되고, 모두가 부자가 된다.
유복하게 살아오다 하루아침에 빈궁해졌지만 유르쉴르는 평정심을 잃지 않고 유모와 합심하여 검약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미노레-르브로는 양심의 가책과 불안감으로 유르쉴르 존재 자체를 못 견뎌 하며 그녀를 도시 밖으로 내치지 못해 안달을 낸다. 그러나 다른 상속인들은 유르쉴르의 엄격한 근검절약에 만족해한다. 특히 사비니엥의 어머니는 어린 소녀의 강건함에 감동해 그녀를 저녁식사에 초대하기까지 한다. 미노레-르브로는 결국 구필에게 거액을 제시하며 유르쉴르와 결혼해 다른 도시로 떠나라고 부추긴다. 구필은 거래에 응하고, 유르쉴르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한다. 구필은 사비니엥이 돈 때문에 부유한 후작의 딸과 결혼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사비니엥의 사랑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가 유르쉴르와 아직까지 결혼하지 못하는 이유는 오직 어머니의 허락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필은 유르쉴르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군악대를 동원해 공개적으로 세레나데를 하거나, 사비니엥과 유르쉴르는 물론이고 사비니엥의 어머니에게조차 사비니엥과 후작의 딸과의 결혼을 독촉하는 편지를 보낸다. 구필의 갖은 압박들로 인해 예민한 유르쉴르는 쇠약해지다 못해 몹시 앓기 시작한다. 구필의 갖은 악행들을 눈치 챈 데지레는 사법 당국에서 구필의 악행을 알게 되고, 그가 자신의 친구라는 걸 알게 되면 자신의 출세 길이 막힐 수 있다며 구필을 저지해달라고 아버지에게 간청한다. 결국 미노레-르브로는 어쩔 수 없이 또 다시 막대한 돈을 제시해 구필을 저지한다.
유르쉴르의 병세는 날이 갈수록 악화되어만 간다. 초조해진 사비니엥은 자살까지 운운하며 어머니를 설득했고, 그렇지 않아도 유르쉴르의 탁월한 성품에 내심 동요했던 어머니는 드디어 결혼을 허락한다. 사비니엥과 그의 어머니가 유르쉴르를 찾아가 결혼 승낙을 말하던 그 날, 구필도 그녀를 병문안하여 용서를 구한다. 구필은 사비니엥에게 유르쉴르가 죽음에 다다르도록 자기를 부추겼던 사람이 바로 미노레-르보로였다고 털어놓는다. 사비니엥은 곧장 미노레-르브로를 찾아가 구필과의 거래를 추궁하며 복수를 다짐한다.
사비니엥의 어머니가 다녀간 후로 유르쉴르는 천천히 건강을 회복해간다. 어느 날 꿈에 미노레 박사가 나타나 미노레-르브로의 도둑질과, 구필과의 거래를 상세히 보여준다. 유르쉴르는 샤프롱 신부에게 꿈 얘기를 전했고, 신부는 아무도 모르게 미노레-르브로의 집을 방문한다. 신부는 미노레-르브로에게 유르쉴르의 꿈 얘기를 상세히 전하고는 아무런 힐책 없이 조용히 고해성사를 회유하고는 돌아간다. 새로운 양심의 가책과 불안 속에서 며칠을 보낸 뒤 미노레-르브로는 마침내 봉그랑과 함께 유르쉴르를 찾아가 사비니엥과 결혼해 느무르를 떠난다는 조건으로 해마다 만 이천 프랑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한다. 유르쉴르는 거절한다. 봉그랑이 그의 제안을 수상히 여겨 이유를 묻자 데지레가 유르쉴르에게 목을 매고 있어서 그렇다고 둘러댄다. 그러나 봉그랑이 직접 데지레를 찾아가 사실이 아님을 밝혀낸다.
유르쉴르는 또 다른 꿈을 꾼다. 미노레 박사가 현신해 미노레-르브로가 끝내 등기증서들을 반환하지 않는다면 데지레가 죽게 될 거라고 경고한다. 샤프롱 신부는 미노레-르브로에게 박사의 경고를 전한다. 그러나 미노레-르브로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미노레-르브로 부부는 데지레의 편지를 받는다. 사비니엥이 데지레를 찾아와 구필과 결탁한 아버지의 악행을 전하며 늙은 아버지를 상대로 결투를 청할 수는 없으니 아버지 대신에 데지레와의 결투를 신청해 수일 후에 결투를 앞두고 있다는 내용이다. 놀란 미노레-르브로 부인은 곧장 유르쉴르에게 달려가 결투를 막아달라고 애걸복걸한다. 유르쉴르는 사비니엥이 결투를 취소하도록 설득하기로 약속한다.
샤프롱 신부는 꿈에서 얘기한 대로 유르쉴르의 등기증서가 숨겨져 있던 책을 살펴본다. 증서들이 오랫동안 꽂혀 있었던 덕분에 책에는 일련의 숫자들이 배어 있다. 봉그랑 판사는 이 번호들이 등기증서의 일련번호라고 확신하고는 검사에게 이를 알린다. 검사는 채권에 대한 지불을 중단하고 미노레-르브로 부인을 소환해 심문한다. 심문 끝에 그녀는 남편에게 등기증서 반환을 촉구하는 편지를 쓰게 된다. 검사는 데지레도 소환해 모든 사실을 알린 뒤, 어머니를 모시고 느무르로 돌아가 아버지에게 등기증서를 반환하도록 설득하라고 명한다. 그러나 이들 모자는 느무르로 돌아가는 길에 마차 사고를 당한다. 다리에 치명상을 입은 데지레는 다리 절단 수술을 앞두게 된다. 이 사고로 큰 충격을 받은 미노레-르브로는 아들의 수술 직전에 샤프롱 신부와 함께 유르쉴르를 찾아가 눈물로 사죄한다. 그는 신부와 봉그랑, 사비니엥이 지켜보는 가운데 유르쉴르의 모든 상속재산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데지레는 수술 끝에 사망한다. 그의 어머니는 장례식을 마치고 미쳐서 몇 년 후 사망한다.
1837년 1월에 유르쉴르는 사비니엥과 결혼식을 올린다. 신혼부부는 얼마간 파리에서 지내다 생-제르맹(Saint-Germain) 지역에 화려한 저택을 산다. 느무르의 집은 무료학교를 경영하기 위해 자선병원의 수녀들에게 기부한다.
이 작품은 「풍속연구」 소설들 중에서 줄거리에 초자연적인 일이 개입하는 유일한 소설이다. 이 작품에서 발자크는 자신의 진지한 연구 주제였던 초자연적인 힘과 최면술에 대해 장황하게 언급하고 있다. 그는 최면술에 대해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유명한 독일인 의사 프란츠 안톤 메스머(Franz Anton Mesmer)가 주장했던 〈동물자기〉 이론과, 알렉시 디디에(Alexis Didier)의 이론을 언급하고 여러 가지 참고자료와 증언들을 인용해 자신의 서술을 뒷받침하며 독자들을 설득하려 한다. 발자크에게 있어 최면술은 그의 우주적인 에너지의 이론에 결부되는 과학적 현상들이었다. 그는 숨겨진 사실들을 생존자들에게 계시해주고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과 영혼의 불멸성을 합리적인 측면에서 가톨릭의 개종에 결부시켰다.
▶ 작품 배경 / 분석은 프랑스어판 위키피디아를 제가 번역한 내용입니다.
▶ 줄거리는 제가 번역한 내용이 아니라, 〈유르쓜리 미루에〉(발자크 저, 최병곤 역, 어문학사)의 내용을 제 임의대로 압축해 줄거리 형태로 요약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