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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인당 이야기

풍속생활연구 - 파리생활정경 제1권

by 글섬

작품 배경


〈13인당 이야기(Histoire des Treize)〉는 1833~1839년에 발표된 3편의 연작 소설의 전체 제목으로, 1833년에 《파리 리뷰(La Revue de Paris)》 지에 〈페라귀스, 데보랑 비밀결사의 수장(Ferragus, chef des Dévorants)〉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발표된 〈페라귀스(Ferragus)〉, 1833년에 월간지 《젊은 프랑스의 메아리(L’Écho de la Jeune France)》 4월호에 〈도끼에 손대지 마시오(Ne touchez pas à la hache)〉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가 1839년에 제목이 변경된 〈랑제 공작부인(La Duchesse de Langeais)〉, 1834년에 발표된 〈황금빛 눈의 여인(La Fille aux yeux d'or)〉을 포함한다.


〈페라귀스〉는 1833년 3월에 발표되자마자 곧바로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해 4월에는 후기를 덧붙이면서 〈13인당 이야기〉의 다른 두 에피소드를 예고한다. 〈페라귀스〉의 첫 번째 단행본은 1834년 《베쉐》 출판사에서 「파리생활 정경」으로 분류되어 출판되었다. 1833년 3월부터 집필을 시작하여 그 이듬해인 1834년 3월까지 〈도끼에 손대지 마시오〉의 단행본 역시 《베쉐》 출판사에서 출판되었고, 〈황금빛 눈의 여인〉은 1835년에 출판되었다. 이후 1839년에 〈도끼에 손대지 마시오〉가 〈랑제 공작부인〉으로 제목을 변경하고 보완 수정된 후 〈페라귀스〉와 함께 〈13인당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샤르팡티에》 출판사 총서에 포함되어 출간되었다. 뒤이어 1843년에 《퓌른》에서 출간된 『인간희극』 총서에 세 편의 연작을 〈13인당 이야기〉로 묶여 「풍속 연구」 중 「파리생활 정경」에 수록되었다.


〈페라귀스〉에 포함된 서문에서 발자크는 ‘13인’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 “제정시대 파리에는 뜻을 같이하는 열세 명의 남자가 있었다. 그들은 모두 자신들이 하나의 사상을 충실히 지킬 수 있을 만큼 힘이 있고, 서로의 이해관계가 상반될지라도 절대 배신하지 않을 만큼 성실하며, 서로를 이어주는 자신들만의 신성한 관계를 폭로하지 않을 만큼 정치적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자신들이 모든 법 위에 군림할 수 있을 만큼 강하다고 여겼으며, 무슨 일이든 감행할 수 있을 만큼 대담하다고 자신했다. 대부분의 계획이 성공했던 만큼, 자신들은 운이 좋은 사내들이라는 생각도 품고 있었다. 그들은 아주 큰 위험에 처하기도 했지만 실패에 대해서는 절대 말하지 않았다. 두려움을 모르는 그들은 왕자든 사형집행인이든 죄 없는 사람이든 그 누구 앞에서도 공포에 떠는 법이 없었다. 그들은 사회적 편견을 버리고 그저 있는 그대로 서로를 인정했다. (중략) 그들은 아주 이상한 생각들, 말하자면 맨프레드나 파우스트 혹은 멜모스 같은 자들이 악마와의 계약이라는 삐뚤어진 방식을 통해 얻은 마력으로 상상해낸 기상천외한 발상들을 실천에 옮겼음에도 그들의 정체가 세간에 알려진 적은 없었다. 그래야 이 이야기의 어둡고도 신비로운 시정(詩情)에 한 치의 부족함도 없으리라. 게다가 그들의 조직은 이제 와해되었거나, 적어도 조직원 모두가 뿔뿔이 흩어졌다.”


〈13인당 이야기〉는 사랑과 질투와 복수를 주제로, 파리에서 일어난 13명의 구성원들의 모험 이야기이다. 13인당은 제정시대에 상류층 남자들로 구성된 비밀조직으로, 조직원들은 댄디의 상징인 노란 장갑을 끼고 호화로운 사륜마차를 타고 다니며 사교계를 드나들지만, 허위에 찬 사교계를 저주하고 비웃는 냉소적인 사람들이다. 범죄도 마다하지 않는 그들은 법 위에 존재하는 권력자들이며, 페라귀스는 그들의 수장이다.


비밀결사는 19세기 작가들의 꿈의 핵심이었다. 신비학에 심취했던 발자크 자신도 비밀결사를 무한한 권능이라고 여겨 문학적 비밀결사를 결성했다. 이 결사에 소속된 모든 회원들이 저마다 문학, 연극, 저널리즘 분야에서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뛰어난 재능의 작가들이었기에 ‘작가동맹(Cheval Rouge)’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레옹 고즐랑(Léon Gozlan)과 테오필 고티에(Théophile Gautier)가 이 결사에 가입했는데, 신념보다는 우정에 의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 결사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1840년에 해체되었다.




〈페라귀스〉는 사생활의 어두운 장면의 한 예로서 제시된다. 그는 세 번 사랑의 불꽃에 휩싸인다. 먼저, 사랑의 갈증을 해소하지 못하고 결국은 증오로 귀착되고 마는 사랑이다. 그가 사랑한 인물인 몰랭쿠르는 파리 탕아들의 모임인 13인회에 의해서 배제되고 만다. 둘째, 질투에 사로잡힌 아내와 나누는 부부간의 사랑이다. 마지막으로 페라귀스는 절대적인 부성애로 딸을 사랑하지만, 흠잡을 데 없는 딸 클레망스 데마레는 온갖 사회적 모순들이 들끓는 기괴한 파리에서 죄 없는 희생양이 되어 죽는다.


〈랑제 공작부인〉은 부분적으로 발자크가 카스트리 후작부인이 안겨준 사랑의 환멸에서 영감을 얻어 창조해낸 작품이다. 그 귀족 부인은 한때 발자크에게 정통왕당파를 옹호하는 뮤즈 역할을 했다. 따라서 이 소설의 여주인공은 카스트리 후작부인처럼 대귀족이며 교태스런 사교계 여자로 등장한다. 요컨대 랑제 공작부인은 당시 파리의 생제르맹 구역을 중심으로 모여 사는 귀족계급의 자존심을 한 몸에 구현한 인물로서, 발자크는 이 작품에서 그 오만한 상류계층의 정치적 맹목성과 경직성에 통렬한 채찍을 가한다. 몽리보 백작에 대한 앙투아네트(랑제 공작부인의 애칭)의 정열은 그녀를 승화시킨다. 몽리보는 13인회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앙투아네트가 은거해 있던 수녀원에서 납치를 시도하지만, 그녀는 체념 속에서 죽는다.


감각적이고 관능적이며 난폭한 소설인 〈황금빛 눈의 여인〉은 스캔들의 향기를 뿜어낸다. 거기서 발자크는 여자 동성애, 즉 질투하는 상 레알 후작부인과 현란한 눈을 가진 파키타 발데스 사이의 과격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그 주제는 우리 시대에 보아도 자극적이지만, 사실 인류의 문학이 몰두했던 주제이기도 하다. 나아가 발자크는 ‘사피즘’(여자 동성애)에다가 성적 애매성, 즉 ‘자웅동체’라는 주제를 가미하는데, 그것은 낭만주의 예술의 중요한 주제이기도 하다. 예컨대 라투슈의 〈프라골레타〉(1829)라든가 고티에의 〈마드무아젤 드 모팽〉(1835)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소설에서 댄디인 드 마르세는 여주인공 파키타 발데스의 애인이 되지만, 그녀가 상 레알 후작부인과 동성애 관계라는 사실을 알고는 13인당의 도움을 받아 그 애인을 죽이려 한다. 그러나 그는 너무 늦게 도착한다. 후작부인이 벌써 파키타의 시체 위에 맹렬한 공격을 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드 마르세는 자기와 외모가 비슷한 상 레알 부인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더들리 경의 사생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따라서 드 마르세와 상 레알 부인은 파키타를 매개로 일종의 근친상간을 벌인 격이며, 황금빛 눈을 가진 파키타는 같은 핏줄인 그 두 이복남매에게 충실했던 것이다.




분석


13인당 중에서 우리는 페라귀스, 몽리보, 롱크롤, 그리고 드 마르세 등 네 명의 인물밖에 모른다. 이 패거리는 발자크의 꿈, 즉 예외적인 인물들을 모아서 개인의 힘을 극대화시키기를 시도했던 결사체의 꿈을 구현한다. 발자크의 소설 속에서 그 13인회는 나폴레옹의 죽음과 더불어 해체되어버리며, 당대의 ‘리옹’인 앙리 드 마르세의 운명이 보여주듯이, 그 회원들은 사회를 지배하기 위해 다시 그 안으로 통합되고 만다. 『인간희극』에는 성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러한 비밀 결사체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시골 총각의 살림살이(La Rabouilleuse)〉(1842)의 ‘카페 랑블랭(Café Lamblin)’이 그것이다.



▶ 참고 문헌 : 〈13인당 이야기〉, 발자크 저, 송기정 역, 문학동네

▶ 참고 사이트 : 〈13인회 이야기〉, ABC북 맛보기 사전, 창해편집부 제작, 도서출판창해

▶ 작품 배경 / 줄거리 / 분석 모두 상기 참고 문헌과 사이트의 내용을 제 임의대로 압축해 줄거리 형태로 요약하거나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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