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정치 체제 하의 에피소드

풍속생활연구 - 정치생활정경 제1권

by 글섬

작품 배경


〈공포정치 체제 하의 에피소드(Un épisode sous la Terreur)〉는 1842년 《리브르 데 살롱(Livre des Salons)》 지에 〈1793년의 미사(Une messe en 1793)〉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단편 소설이다. 1845년에 《칠렌도브스키(Chlendowski)》 출판사에서 〈공포정치 체제 하의 에피소드〉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1846년 《퓌른(Furne)》에서 『인간희극』의 「정치생활 정경(Scènes de la vie politique)」으로 분류되었고, 발자크에게 법률 상식을 조언해준 기요네-메르벨(Guyonnet-Merville)에게 헌정되었다.




루이 16세(Louis XVI)가 사형된 다음 날인 1793년 1월 22일, 파리의 어두운 골목에 한 노파가 쏟아지는 눈길을 헤치며 걸어간다. 그녀의 뒤를 한 남자가 조용히 뒤따른다. 노파는 미행을 당하고 있다고 느끼지만, 자신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걸음을 재촉한다. 이윽고 노파는 한 제과점에 도착한다. 가게 주인은 노파에게 상자 하나를 비밀스럽게 건넨다. 노파의 복장과 품행으로 보아 당시 통제와 탄압의 대상이었던 귀족 계급의 일원임이 분명하다. 상자를 받아 든 노파는 가게 주인에게 금화 한 닢을 내밀어 값을 치르려 하지만, 가게 주인은 정중히 거절한다. 노파가 가게 주인에게 누군가 미행이 있었다고 말하자 가게 주인은 황급히 가게 밖으로 나가 동태를 살핀다. 이내 가게로 돌아온 주인은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노파에게 어서 돌아가시라고, 그리고 다시는 발걸음 하지 마시라고 말한다. 노파는 조용히 가게 문을 열고 추위와 냉기 가득한 겨울 거리로 다시금 발을 내딛는다.


한 시간쯤 뒤에 노파는 파리의 빈민가에 어느 허름한 건물로 들어간다. 잠시 후 노파의 뒤를 따라온 남자도 건물 앞에 당도한다. 노파는 다락방으로 올라간다. 다락방에는 나이든 남자와 또 다른 노파가 숨어 있다. 노파는 자신이 가져온 상자를 열어 보인다. 상자 안에는 미사에 사용되는 제병들이 빼곡히 들어 있다. 노파는 누군가 자신을 미행했다며 두려워한다. 이전에도 미행을 당했던 적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 불안에 떠는 그들은 셸(Chelles) 수녀원의 수녀들과 신부였다. 그들은 혁명 세력의 분노를 피해 다락방에 숨어 살고 있었다. 신부는 이제 곧 프랑스를 떠나는 데 필요한 모든 서류를 구비해줄 사람이 올 거라고 수녀들을 안심시킨다. 신부는 수녀들만 보내고 자신은 남을 작정이었다. 신부는 서류를 준비해줄 사람과 비밀 암호를 정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문가에서 발소리가 나더니, 이내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신부와 수녀들은 침묵을 지킨다. 문을 두드린 사내는 안에서 아무런 대답이 없자 성큼 집 안으로 들어온다. 그 사이에 신부는 몸을 숨기고, 수녀들만 남아 있다. 방 안은 팽팽한 침묵으로 긴장이 고조된다. 미지의 남자는 방금 전에 수녀를 따라온 그 남자였다. 그는 수녀들에게 다가가, 청이 있어서 왔노라고 말한다. 수녀가, 혹시 서류를 준비해준다던 사람이 아닐까 싶은 마음에 비밀 암호를 대보지만, 미지의 남자는 암호를 알지 못한다. 그들이 기다리던 사람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남자가 그들이 누구인지, 어떤 처지인지 알고 있다고 말할 때의 태도에 진심이 어려 있다. 신부는 남자의 진심을 간파하고 숨어 있던 곳에서 나온다.


신부를 보자 그 남자는 “육신이 축성된 땅에서 쉴 수 없는 어느 귀하신 분의 영혼의 휴식을 위해” 미사를 집전해달라고 청한다. 신부는 남자에게 자정에 다시 오라고 이른다.


자정이 되어 남자가 다시 온다. 그 사이에 신부와 수녀들은 또 다른 방에다 미사를 준비한다. 이윽고 미사가 진행된다. 미지의 남자는 온 마음을 다해 미사를 올린다. 신부와 수녀들, 그리고 미지의 남자가 한 마음으로 정성껏 미사를 올린다. 시신은 다른 곳에 있는 한 사람의 육신을 축성하는 미사였다. 미지의 남자는 죄책감에 휩싸인다. 수녀들은 왕이 포로로 감금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왕을 위해 기도한다. 미사를 마친 뒤, 신부는 미지의 남자에게 고해성사를 원하느냐고 묻는다.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그저, 혁명에 간접적으로 참여한 것만으로도 하느님의 벌을 받게 되는지 묻는다. 신부는 미사의 대가로 귀중한 물품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남자는 유품이 있다며 작은 상자 하나를 신부에게 건넨다. 그리고는 집안을 둘러보더니 그들에게 이곳은 안전할 거라고 확언한다. 남자는 내년에도 미사를 드리러 다시 오겠다고 말한 뒤 떠난다.


남자가 떠난 뒤, 상자를 열어보자 피와 땀으로 얼룩진 고급 손수건 한 장이 들어 있다. 손수건에는 왕실의 왕관 표시도 찍혀 있다. 신부로서는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신부와 수녀들은 누군가 그들을 보호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들은 장작과 음식, 옷감 등을 비롯해 각종 생필품들을 받는다. 심지어는 도시를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는 시민증까지 받는다. 그들은 그제야 미지의 남자가 은밀한 후원자임을 간파하고, 남자를 위해 기도한다.


일 년이 지난 1794년 1월에 미지의 남자가 다시 그들을 찾아온다. 그들은 기쁜 마음으로 남자를 반겨 맞이하지만, 남자는 냉정하기 그지없다. 그들의 바람과는 달리, 남자는 계속 미지의 남자로 남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들은 미사를 올렸고, 남자는 다시 떠났다.


1794년 7월, 혁명이 발발했다. 혁명을 빌미로 마음껏 거리를 활보할 수 있게 된 신부는 거리로 나갔다가 광장에 대규모로 운집한 군중을 목격한다. 무슨 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모였는지 알아보니, 이제 곧 사형집행인의 처형이 거행될 예정이었다. 로베스피에르(Robespierre)의 공범자들의 처형이 잇따르던 때였다. 이윽고 사형수를 실은 마차가 도착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마차에 실려 온 사형수는 바로 3일 전에 신부가 집전한 미사에 참석했던 미지의 그 남자였다. 신부는 그제야 미지의 그 남자가 바로 루이 16세의 목을 자른, 악명 높은 사형집행관 샤를 앙리 상송(Charles-Henri Sanson)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신부는 경악한다. 일 년 전, 미지의 남자가 신부에게 건네주었던 피 묻은 손수건은 바로 루이 16세가 죽기 직전까지 사용했던 손수건이었던 것이다.




분석


샤를 앙리 상송은 아버지의 대를 이어 사형집행관을 맡아 직무를 수행했다. 상송 집안은 4대째 사형집행관직을 수행했다. 이 작품에서 발자크는 언제나 그렇듯이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실재했을 수 있는” 사건과 실존 인물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발자크는 샤를-앙리 상송의 아들 앙리-니콜라-샤를-샹송을 직접 만난 적이 있고, 이 소설은 그를 만난 이후에 탄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이들의 대를 이은 끔찍한 직무에서 소설적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샤를-앙리 상송은 사형집행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열성적인 사형 폐지론자였다. 몇 번이나 사형 폐지 탄원서를 냈지만 실현되지 않았고, 오히려 인류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사형을 집행하게 된 장본인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왕당파로서 루이 16세를 열성적으로 숭배하였고, 루이 16세를 자신이 처형하게 된 것에 대해 평생 후회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루이 16세를 위해 신부를 숨겨두고 비밀 미사를 드렸는데, 프랑스 혁명 당시에 이는 사형에 처해질 만큼의 중죄였다고 한다.


이 작품에는 발자크가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역력하다. 이야기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구조에서, 특히 주인공의 신비스런 분위기와 마지막 장면의 드라마틱한 설정에서 낭만주의적 경향이 확연하다.



▶ 참고 사이트 : 불어판 위키피디아

▶ 작품 배경 / 줄거리 / 분석 모두 불어판 사이트의 내용을 제가 번역해서 발췌 및 인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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