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속생활연구 - 정치생활정경 제2권
〈음모(Une ténébreuse affaire)〉는 1841년에 발표된 소설로, 나폴레옹 시대의 음흉한 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다. 당시, 유력한 정치가이자 경찰 총장이었던 조제프 푸쉐(Joseph Fouché) 측과 황제 측으로 나뉘어 암투를 벌이던 귀족들이 결국엔 무산된 왕당파 음모의 흔적을 지우려 하는 내용이다.
일간지 《르 코메르스(Le Commerce)》에 처음 발표된 이 작품은 1843년에 《수브렝 에 르코(Souverain et Lecou)》 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 이후 1846년 《퓌른》에서 『인간희극』의 「정치생활 정경」으로 분류되었다.
말랭(Malin) 납치 사건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으로, 1800년에 도미니크 클레망 드 리(Dominique Clément de Ris)가 투렌(Touraine)의 보베(Beauvais)에 위치한 자신의 성에서 납치된 사건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도미니크 클레망은 당시 탈레랑(Talleyrand)과 푸쉐와 함께 나폴레옹에 반하는 음모에 연루되었던 상원의원이다. 당시 투르(Tours)의 공무원이었던 발자크의 아버지가 클레망을 알게 되어 이 사건의 전말을 아들에게 들려주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연루된 1803년의 음모는 실제 있었던 음모였다. 이 작품은 음모가 실패하고, 음모의 주동자였던 카두달(Cadoudal), 피슈그뤼(Pichegru), 모로(Moreau)가 체포되는 경위를 암시하고 있다.
프랑스 아르시쉬르오브(Arcis-sur-Aube)에 살고 있는 젊은 귀족 로랑스 드 생시뉴(Laurence de Cinq-Cygne)는 그녀의 후견인 오트세르(Hauteserres) 부부와 함께 살고 있다. 오트세르 부부의 아들 로베르(Robert)와 아드리앙(Adrien)은 나폴레옹에 대항하기 위해 외국으로 망명한 망명 귀족이었다. 로랑스는 아름답고 우아한 외모를 앞세워 인형처럼 마냥 유약한 여인인 척 행세했지만, 사실 그녀의 미모 뒤엔 강력한 의지와 호전적인 성품이 숨어 있었다. 오트세르 부부에게는 그녀가 그저 재미 삼아 들녘에서 승마를 즐기는 척했지만, 실은 은신 중인 그녀의 쌍둥이 사촌 시뫼즈(Simeuse) 형제에게 전령 역할을 하느라 오가는 것이었다. 혁명으로 인해 부모가 단두대에서 처형된 시뫼즈 형제 역시 망명 귀족이었다. 오트세르 부부는 그들의 아들들도 이들과 뜻을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른 채, 그저 나폴레옹의 징집을 피하기 위해 망명해 있다고만 생각했다. 1803년, 당시 집정관이었던 나폴레옹을 전복하려는 왕당파의 음모에 로랑스가 가담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망명 귀족인 시뫼즈 형제와 오트세르 형제가 인접국들의 왕가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 나폴레옹을 전복하고 왕권을 복구하려는 음모를 실행하기 위해 비밀리에 프랑스로 돌아오고, 로랑스는 그들의 은신을 돕는다.
경찰총장 조제프 푸쉐(Joseph Fouché)는 시뫼즈 형제가 원래는 그들의 소유였다가 혁명 때 몰수당했던 말랭 드 공드르빌(Malin de Gondreville)의 영지를 되찾고 싶어 한다고 의심해, 자신의 휘하의 경찰인 코랑탱(Corentin)과 페이라드(Peyrade)를 아르시쉬르오브로 내려 보내 그들의 뒤를 추적한다. 푸쉐는 시뫼즈 형제에게서 압수한 영지를 자신의 심복들 중 하나인 정치인 말랭에게 제공했기에 시뫼즈 집안의 영지는 이제 물랭의 소유로, 공드르빌 영지였다. 사실 공드르빌 영지에는 위험한 문서가 숨겨져 있었다. 실은 푸쉐도 나폴레옹 전복을 꾀했던 적이 있었는데, 푸쉐가 기획했던 나폴레옹 전복 음모의 전말이 담긴 문서와, 말랭이 루이 18세와 거래했던 내역이 기록된 문서들이 그것이다. 말랭은 이 위험한 문서들을 공드르빌 영지에다 숨겨두었다. 일찍이 나폴레옹 전복 음모를 꾀했던 푸쉐는 1800년 6월, 마렝고(Marengo) 전투에서 나폴레옹의 승전보가 전해지자 권력을 장악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걸 깨닫고 모든 계획을 무산시켰다. 말랭은 시뫼즈 형제와 오트세르 형제에게 푸쉐와 자신의 나폴레옹 전복 음모에 대한 책임을 전가시킴으로써 음모의 전말을 은폐할 심산이었다.
공드르빌 영지에 서서 말랭은 그의 공증인 그레뱅(Grévin)에게, 시뫼즈 가문이 공드르빌 영지를 소유했을 적부터 토지 관리인으로 일했던 미슈(Michu)가 시뫼즈 가문에 공드르빌 영지를 되찾아주려는 것 같다며, 로랑스와 시뫼즈 형제, 오트세르 형제도 가담되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한다. 토지 관리인 미슈가 이들의 대화를 엿듣는다. 미슈는 옛 주인인 시뫼즈 가문에 여전히 충직했기에, 곧장 로랑스에게로 달려가 음모가 발각되었다고 알려준다. 미슈와 로랑스는 시뫼즈 형제와 오트세르 형제를 폐허가 된 숲 속의 한 수도원에 숨긴다. 코랑탱과 페이라드는 이들의 은신처를 끝내 찾아내지 못하지만, 망명 귀족의 나폴레옹 전복 음모는 결국 좌절된 셈이다.
나폴레옹의 황제 즉위식 직전에 아버지 오트세르가 아들들과 시뫼즈 형제의 시민권을 복원시켜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한다. 이는 각료회의를 통해 나폴레옹의 승인을 얻게 되어 시뫼즈 형제와 오트세르 형제는 숨어 있던 은신처에서 나와 로랑스의 집으로 돌아온다.
로랑스는 시뫼즈 형제 두 사람 모두에게 사랑을 느꼈고, 형제도 모두 그녀를 사랑했기에 그녀는 두 사람 중에 누구와 결혼할지 결정해야 했다. 아드리앙도 남몰래 그녀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로랑스의 친척 어르신인 샤르주뵈프(Chargebœuf) 후작은 시뫼즈 형제에게 나폴레옹 군대에 입대해야 한다고 종용하지만 시뫼즈 형제는 이를 거부한다. 이들은 여전히 로랑스와 함께 나폴레옹에 반하는 활동에 전념한다.
미슈는 언젠가 시뫼즈 형제에게 도움이 되는 날을 위해 혁명이 발발하기 전에 시뫼즈 가문의 재산이었던 금 주머니를 공드르빌 영지의 나무 밑에 묻어 두었다. 미슈는 로랑스와 시뫼즈 형제, 그리고 오트세르 형제를 데리고 공드르빌 영지로 가서, 나무 밑을 파헤쳐 금 주머니를 되찾아준다. 망명 귀족들로서는 매우 유용할 재산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바로 그 날, 말랭이 공드르빌의 저택에서 다섯 명의 복면 괴한에게 납치된다. 하필이면 복면 괴한들의 신장이 시뫼즈와 오트세르 형제의 신장과 동일했기에 로랑스와 시뫼즈 형제, 오트세르 형제, 그리고 미슈까지 모두 납치 혐의로 검거되어 재판에 회부된다. 트루아(Troyes) 지방법원에서 재판이 벌어지는 동안 괴한들은 말랭의 저택에서 위험한 문서들을 찾아내 모두 불태우고, 예전에 시뫼즈 형제와 오트세르 형제가 은신해 있던 숲 속 수도원에 말랭을 숨겨둔다. 샤르주뵈프 후작이 나서서 유능한 변호사들의 도움으로 재판을 유리하게 끌고 간다. 이들 변호사들은 공명정대한 검사대리 그랑빌(Granville)과 연계해 매수당한 판사가 유죄를 선고하지 못하도록 재판을 진행한다. 그러나 재판이 불리해지자 코랑탱이 음모를 꾸민다. 코랑탱은 미슈를 말랭 납치범으로 만들기로 작정하고, 이에 대한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 미슈의 필체를 모방해 작성한 쪽지를 미슈의 아내 마르트(Marthe)에게 전달한다. 쪽지에는 포로에게 음식을 가져다주라고 쓰여 있다. 마르트는 코랑탱의 속임수에 속아서 남편의 지시라고만 믿고 말랭에게 음식을 가져다주다가 체포된다. 결국 말랭이 돌아와, 그의 증언에 따라 미슈에게는 사형이 언도되고 네 명의 귀족은 감옥에 수감된다.
샤르주뵈프 후작은 파리로 가서 외무장관 탈레랑(Talleyrand)에게 시뫼즈 형제와 오트세르 형제의 사면을 요청한다. 탈레랑은 나폴레옹에게 사면을 청하는 편지를 써주면서, 로랑스가 나폴레옹을 직접 대면하고 사면을 청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말랭 납치 사건의 배후에 코랑탱이 있었다고 알려준다. 후작과 로랑스는 탈레랑의 편지를 들고 나폴레옹이 군대를 이끌고 주둔 중인 프러시아(Prusse)로 향한다. 그들은 1806년 10월에 예나(Iéna)에 도착한다. 그들이 도착한 날은 바로 예나 전투가 일어나기 하루 전날이었다. 나폴레옹은 시뫼즈 형제와 오트세르 형제에게는 사면을 승인해준다. 그러나 미슈에 대해서는 사면을 승인하지 않는다.
로랑스는 미슈의 사형이 집행되기 직전에 프랑스로 돌아온다. 시뫼즈 형제와 오트세르 형제는 나폴레옹 군대에 장교로 입대한다. 몇 년 뒤, 시뫼즈 형제와 로베르는 모두 전사한다. 아드리앙만 부상을 입고 돌아와, 로랑스와 결혼한다.
세월이 흘러 1833년, 어느 연회에서 로랑스는 말랭과 우연히 조우한다. 로랑스는 말랭을 보자 격분하고, 말랭은 당혹스러워 한다. 연회에 참석해 있던 앙리 드 마르세(Henri de Marsay)가 나서, 다른 손님들에게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1800년에 탈레랑과 푸쉐, 그 밖의 공모자들이 나폴레옹 전복 음모를 공모했다가 실패하는 과정에 말랭이 개입했던 경위와, 말랭이 이들의 음모를 은폐하는 과정에서 로랑스가 겪어야 했던 고통들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대혁명이 나폴레옹 제국으로 이어지는 프랑스 근대사의 혼란 속에서, 〈음모〉는 귀족계급(로랑스 드 생시뉴)과 시민계급(말랭 드 공드르빌) 사이, 말하자면 대혁명 1세대의 사회적 갈등과 음모를 그려낸 소설이다. 탐정 소설과 추리소설의 성격을 모두 지닌 이 작품은 음모와 반전, 배신과 반역으로 가득하다. 보다 세련되고 정교한 필치에 호전성은 경감된 문체가 발자크의 또 다른 소설 〈올빼미당(Les Chouans)〉을 연상시킨다. 왕당파 세 무리의 삼각 구도와 책략이 뛰어난 필치로 숨 가쁘게 전개된다. 이 소설의 서문에서 철학자 알랭(Alain)은 다음과 같이 매우 열광적인 평을 싣고 있다. “발자크의 가장 위대한 작품들 중 하나인 이 소설은 내전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추적해간다. 그 과정에서 코랑탱과 경찰이 등장하고,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황제, 왕정복고를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사회계층이 제시된다. 동시에 당시의 평범한 한 시민의 모습까지 조망할 수 있다. 이러한 정치적 분석은 그 어떤 문학에서보다 탁월하다.”
알랭은 또한, 이 소설의 빠른 전개로 인해 소설을 이해하기 쉽지 않으리라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 분석, 이른바 사회학적 접근이 이야기와 동시에 이루어지거나 이야기 그 자체이지기 때문에 이 소설을 제대로 인식하고 완전히 파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며, 가장 난해한 소설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사실, 이 작품은 무엇보다 정치 소설이다. 발자크는 이 소설에서 나폴레옹을 모반하려는 진보주의 왕당파들(시뫼즈 가족, 로랑스 드 생시뉴)과, 새로운 정치체제를 구축하려는 보수적인 왕당파들(오트세르 가족, 결국엔 로랑스가 타협하게 되는 샤르주뵈프 후작), 그리고 옛 자코뱅당원들(미슈와 그의 아내 마르트. 마르트는 시뫼즈 부부의 단두대 처형을 구형한 지방 검사의 딸로서 그 기억으로 인해 혐오감과 반감을 갖게 된 인물)을 연속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당시의 정치 상황을 구현하고 있다. 여기에 교활한 경찰인 코랑탱까지 재등장해, 경찰총장 푸쉐가 나폴레옹이 황제로 등극하기 전인 마렝고 전투 직전에 나폴레옹 모반을 꾀하자 푸쉐의 권세에 가담할 태세를 갖춘다.
이 작품에서 발자크가 거의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며 왕당파의 모든 열정과 무관한 것처럼 보인다면, 이는 발자크가 자신의 소설 전반에 걸쳐 나폴레옹에 대한 일종의 경외심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발자크의 나폴레옹 찬양은 『인간희극』의 거의 모든 작품에 배어 있는 감정이다. 나폴레옹은 운명을 거머쥔 인물이기에 필연적으로 “발자크적인 인물”일 수밖에 없다. 로랑스 드 생시뉴조차도 예나 전장에서 나폴레옹을 직접 대면했을 때 비로소 그의 영웅성을 인정하게 된다. 결국 나폴레옹을 암살하려는 음모를 꾸몄던 푸쉐도 모두가 패전을 예상했던 마렝고 전투에서 나폴레옹이 승리하고 돌아오자 암살 음모를 포기해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허버트 J. 헌트(Herbert J. Hunt)는 자신의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평한다. “발자크의 가장 강렬한 신념 중 하나는 정치 활동의 영역에서는 개인의 도덕원리가 궁지에 몰린다는 것이다. 발자크는 1846년에 ‘통치자라면 개인의 도덕을 지배하는 원리들에 결코 지배당하면 안 된다’고 썼다. 발자크의 이 미심쩍은 격언은 그가 1830년부터 1843년까지 비교적 오랜 시간 집필했던 역사소설 〈카트린 드 메디시스에 관하여(Sur Catherine de Médicis)〉에도 피력되어 있다. 이 소설에서는 발자크가 푸쉐와 탈레랑과 같이 부도덕한 정치인들의 정치적 음모에 대해 기본적으로 인정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이는 나폴레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 참고 사이트 : 불어판 위키피디아
▶ 작품 배경 / 줄거리 / 분석 모두 불어판 사이트의 내용을 제가 번역해서 발췌 및 인용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