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마르카

풍속생활연구 - 정치생활정경 제4권

by 글섬

작품 배경


〈Z.마르카(Z. Marcas)〉는 1840년에 《르뷔 파리지엔느(La Revue parisienne)》 지에 연재된 단편 소설로, 단행본으로는 1841년 10월에 《데스사르(Dessessart)》에서 〈야심가의 죽음(La Mort d’un ambitieux)〉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이후 1846년에 《퓌른(Furne)》에서 〈Z.마르카〉로 제목을 변경해, 『인간희극』의 「정치생활 정경」으로 분류해 출판되었다.


당시 프랑스 문단에서 가장 권위 있던 문예지는 《르뷔 데 되 몽드(Revue des Deux Mondes)》였다. 그러나 이 잡지의 편집인들은 발자크의 작품이 이 잡지에 게재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들은 발자크의 작품을 《르뷔 데 되 몽드》의 부속지 성격을 띠는 《르뷔 드 파리(Revue de Paris)》에만 허락한다. 이로 인한 발자크의 누적된 불만이 폭발해 당시 정치문예지 중 경영난에 빠져 있던 《크로니크 드 파리(Chronique de Paris)》의 인수를 결심하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뜻을 마음대로 펼칠 수 있는 무대를 갖고자 했던 이 시도는 변변한 성과 하나 거두지 못하고 막대한 빚만 가중시킨 채 1836년 7월 막을 내리고 만다. 이 1836년의 환멸은 1840년 그가 다시 독립적으로 창간하는 정치문예지 《르뷔 파리지엔느》에 실린 자신의 소설 〈Z. 마르카〉에서 다루어지는 위대한 정치인의 환멸이라는 주제로 되살려진다. 발자크는 《르뷔 파리지엔느》의 발간사에서, 정치 비평의 관행이 되어버린 저마다의 계산을 감추고 있는 “위선적인 말의 성찬”을 걷어내고 “공적인 일들에 대한 진정한 시평”을 보여주겠다고 공언한다. 발자크는 정치 현실에 대해 어떠한 환상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는 《르뷔 파리지엔느》를 통해, 저열한 정치인들보다 훨씬 위대한, 그러나 그들로부터 홀대받는 문학가들과 예술가들의 권리를 옹호하며 부르주아 왕정의 저열한 정치인들에 대한 맹공을 퍼부었다.


당시의 파리를 무대로 한 이 소설은, 한 뛰어난 정치 전략가가, 그가 권력을 장악하도록 지원해준 정치인들로부터 더 이상 유용하지 않은 카드로 판단되어 버림받게 되는 내용으로, 위대한 정치인의 흥망성쇠와 환멸을 다루고 있다. 이 천재적인 주인공은 그보다 재능은 떨어지되 사회적 권력은 강한 사람들로 인해 그의 진정한 잠재력을 달성하지 못하게 된다.


발자크는 파리의 한 양복점 간판에서 "Z. Marcas"라는 상호를 우연히 발견한 후에 이 소설의 영감을 얻었다. 이 소설은 구성요소와 스토리 면에서는 발자크 특유의 사실주의적 요소들과 인물 재등장 기법이 그대로 적용되어 있지만, 주된 테마는 무엇보다 정치적 테마들이다. 정통주의자인 발자크는 프랑스가 과감한 리더십이 부족해 몰락의 길을 걷고 있으며, 재능 있는 인재들이 외면당하거나 불행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프랑스의 젊은이들이 정부에게서 버림받을 위험에 처해 있다고 주장하며 향후 몇 년 내에 동요가 일어날 거라고 예견했다.




이야기는 먼저, 한 사람의 이름이 그 사람의 운명에 강력한 표지가 된다는 발자크의 신념에 따라, 이름의 속성과, Z. 마르카라는 이름의 본질에 대한 상념으로 시작된다. “마르카! 두 음절로 구성된 이 이름을 반복해서 읽어보십시오. 그 어떤 불길한 의미가 깃든 것 같지 않습니까? 순교할 운명의 이름 같지 않은가요? 기이하고 잔인한 이름이긴 하지만, 후세에 남겨질 가치가 있는 이름입니다. 구성이 조화롭고, 발음하기 쉬우며, 유명한 이름에 요구되는 간결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죠. Z라는 문자의 구조, 그 자체에서 엇갈린 행보가 보이는 것 같지 않습니까? 기이하고 불안하게 지그재그로 삐뚤어진 Z의 형태에서 파란만장한 삶이 그려지지 않습니까?”


화자인 샤를 라부르댕(Charles Rabourdin)은 법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 대규모 하숙집에 의대생 친구인 쥐스트(Juste)와 함께 산다. 거의 대부분 학생들로 가득한 이 하숙집에 유일한 중년의 이웃인 제피랭 마르카(Zéphirin Marcas)는 식당에서 잠깐씩 마주칠 뿐이다. 샤를과 쥐스트는 마르카의 직업이 카피스트(copyist)이고, 극도로 적은 월급으로 생활한다는 걸 알게 된다. 어느 날, 샤를과 쥐스트가 담배 살 돈이 부족했는데, 마르카가 갖고 있던 담배를 나눠 주었고, 이를 계기로 그들은 친구가 된다. 마르카는 그들에게 과거 자신의 정치 이력에 대해 얘기해준다.


마르카는 자신이 정치에 대해 예리한 견해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이른 나이에 자각하고, 지혜와 통찰력이 부족한 어느 전직 장관의 정계 진출을 지원해주기로 협약했다. 그 정치인은 정치 고문 역할에 마르카를, 대변인에는 또 다른 남자를 구해 한 팀을 이루어 화려하게 정계에 진출했다. 그러나 막상 공직에 오른 뒤 마르카의 효용가치가 떨어지자 마르카를 버렸다. 그리고는 얼마 후 마르카가 다시 필요해지자 마르카를 다시 고용했다가 또 다시 버렸다. 이 과정에서 정계에 환멸을 느낀 마르카는 정계에서 물러나 극히 적은 보수를 받고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복제해주는 일로 연명하고 있다.


샤를과 쥐스트에게 마르카는 위대한 인물이 될 운명을 지닌 존재로 보였다. 그는 엄청난 정신력과, 분별력 있고 빠른 판단력, 민중에 대해 해박하고 포괄적인 지식을 갖춘 인물이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권력을 향하고 있었지만, 과거에 불행만을 안겨준 권력이기에 권력을 취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역력했다. 샤를과 쥐스트는 마르카의 이야기를 통해 “지성과 사상, 시정(詩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대한 권력의 잔인한 무관심에 놀랐다.”


그러나 얼마 후, 그 정치인은 또 다시 마르카에게 도움을 청한다. 마르카는 그의 제안을 일축해버리려다가 샤를과 쥐스트에게 조언을 구한다. 샤를과 쥐스트는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다시 도전해보라고 그를 설득한다. 석 달 뒤, 마르카는 몹시도 지치고 병든 몸으로 하숙집으로 다시 돌아온다. 정치인은 단 한 번도 마르카의 병문안을 오지 않았고, 마르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둔다. 마르카의 장례식에 유일한 조문객이었던 샤를과 쥐스트는 마르카의 비극에 깊이 절망한 나머지 프랑스를 떠난다.




분석


이 소설의 화자인 샤를 라부르댕은 〈관리들(부제: 우월한 여인)(Employés ou la Femme supérieure)〉에서 공무원으로 등장했던 자비에 라부르댕(Xavier Rabourdin)의 아들이다. 〈관리들〉의 말미에서, 라부르댕은 그의 아내에게 사업적으로 성공을 거두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는데, 〈Z. 마르카〉에서 그의 아들로 등장하는 샤를 라부르댕의 가난한 처지로 보아 사업에 실패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샤를 라부르댕과 마르카의 관계는 샤를의 아버지 라부르댕이 그의 공직 이력에서 경험했던 고충들을 반영한다. 비평가 허버트 J. 헌트(Herbert J. Hunt)가 지적한 바와 같이, 마르카는 “정치 분야를 대변하고, 라부르댕은 행정 분야를 대변한다.” 알랑 H. 파스코(Allan H. Pasco)는 “샤를은 자신의 아버지와 마르카를 통해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것을, 정치계에도, 행정계에도, 사업계에도, 능력이 뛰어난 남자들은 그 어디에서도, 적어도 프랑스에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지적한다.


정계에서 성공하려는 열성적인 추진력과 예리한 지각력, 그리고 정의와 미덕을 추구하는 순수한 야망을 보여주는 주인공 Z. 마르카는 『인간희극』의 다른 천재적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발자크 자신의 자아와 욕망이 반영된 인물이다. 알베르 사바뤼스(Albert Savarus)와 함께, 발자크와 흡사한 외모와 정신을 가진, 이른바 “거울의 유령”(fantôme du miroir)이라 불리는 Z. 마르카는, 그의 진지한 정치적 열정과 소명의식 역시 작가와 함께 공유하고 있다. 마르카처럼 발자크도 긍정적인 영향력과 명성을 열망했다. 마르카가 재능도 없는 평범한 인물들에게 이용만 당하고 버려진 것처럼, 발자크도 자신이 그러한 존재라고 여겼다. 심지어는 밤을 새워 책상에서 힘겹게 일하는 습관까지도 발자크와 유사하다. 현실 정치 속에서의 그들의 좌절과 실패는 그 현실 정치가 발자크의 이상과 얼마나 먼 거리에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작품은 발자크의 정치적 견해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도처에 평범한 인물들뿐인 공화당에서 능력과 재능을 갖춘 인재들을 홀대하고,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방기하는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파스코는 “〈Z. 마르카〉는 단지 특정인의 정치적 실패담이나, 프랑스를 버리고 말레이시아(Malaisie)로 떠나는 젊은 정치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재들을 낭비해 쇠약해진 프랑스가 결국엔 가장 위대한 자원인 젊음을 잃게 되는 이야기이다.”라고 지적한다.


발자크는 7월 왕정의 빈약한 리더십으로 인해 재능 있고 진실한 인재들이 정실(情實) 인사라는 이름으로 외면당했다고 생각했다. 마르카는 이러한 발자크의 견해를 대변하는 인물로, 학생에 불과한 샤를과 쥐스트는 일찍부터 마르카의 가치를 알아본 반면에, 루이 필립(Louis-Philippe) 왕정의 권력자들은 이 소중한 인재를 알아보지 못한다. 마르카가 권력의 회랑에서 경험하는 개인적인 고통들은 발자크의 이러한 정치적 견해를 강력하게 뒷받침해주고 있다. 마르카를 통해 발자크는 프랑스의 젊은이들이 정부 관리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들의 동요와 반란을 예언하고 있다. “젊음은 증기 기관의 보일러처럼 폭발할 것이다. 프랑스에는 젊은이들의 출구가 없다. 저평가된 능력과 들썩이는 정당한 야망의 소용돌이가 운집하고 있다. 작금에 젊은이들은 결혼하지 않으며, 가족들은 자녀들의 동요에 대해 어찌 해야 할 바를 모른다. 이 거대한 무리의 동요를 촉발시킬 천둥은 과연 무엇일까? 나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은 정중앙을 향해 무너져 내리며 모든 것을 전복시킬 것이다.” 발자크의 이 예언은 1848년의 혁명을 정확히 내다보고 있다. 그해 2월, 루이 필립 왕정에 대한 민중의 저항이 폭발해 루이 필립이 강제 폐위되고 제2 제정이 수립되었다.



▶ 참고 사이트 : 영문판 위키피디아

▶ 발췌 논문 : 〈발자크 작품세계의 변모과정 연구 - 르뷔 파리지엔느 와 1840년대 소설을 중심으로〉,

이철의(상명대), 한국프랑스학논집

▶ 작품 배경 / 줄거리 / 분석 모두 상기 발췌 논문의 내용을 제 임의대로 압축해 줄거리 형태로 요약한 것이거나 불어판 사이트의 내용을 제가 번역해서 발췌 및 인용한 것입니다.

▶ 볼드 처리된 문장은 논문 작성자가 원작을 번역한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 문장이거나 불어판 사이트의 내용을 제가 번역해서 발췌 및 인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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