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사하다

<둘이 살 수 있을까> 인사 드립니다.

by 청풍명월

전입신고를 하고 주민 등록 등본을 떼 보았다. 7년 동안 나만 홀로 있었던 등본이 익숙했는데, 지금은 세대주 아래 칸에 내 이름이 있어 조금 어색했다. 나는 서류상 동거인의 자격으로 이 집에 전입했음이 이제야 실감이 났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집은 내가 본가에서 나온 이후 세 번째 집이다. 남향이라 오후 늦게까지 거실에 햇살이 가득 들어와 마음에 든다. 이 집에서 새롭게 써 나갈 이야기는 나와 그리고 함께 사는 사람, 둘의 이야기이다. 어쩌다 둘이 살게 되었는지는 다음 글에서부터 차차 다루고 싶다.

작년에 살고 있던 전셋집의 집주인에게 이사할 의사를 밝혔다. 집주인은 공인중개사에게 연락해 집을 내놓는 데 빠르게 협조해 주었다. 전세 매물이 귀해서인지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꽤 있었다. 그러나 집을 보여준 지 두 달이 다 되어 가는데도 계약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서 초조해졌다. 집 보러 오는 사람이 있을 때 집을 더 깨끗이 치워 놓고,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집을 계약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고, 이삿날은 다음 달로 정해졌다.

이번에 이사할 짐은 지난번보다 줄었지만, 힘든 건 더했다. 내가 입주할 새집에는 이미 살림살이가 거의 다 갖춰져 있었으므로, 내가 가져갈 큰 짐이라고는 255L 냉장고와 책상 정도 뿐이었다. 세탁기는 중고 업체에 문의했으나 뚜껑 부분이 망가졌다고 해서 급히 폐가전수거를 알아보았다. 폐가전 무상 방문 수거 서비스는 사전에 예약이 필수이므로 이삿날에 맞춰 수거를 원한다면 반드시 미리 예약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큰 짐이 얼마 없으니 의류와 잔짐은 내가 스스로 포장할 생각으로 일반 이사 업체에 문의했다. 3년 전 이사할 때 계약한 사장님에게 견적을 보았더니 일반 이사는 어렵다며 반포장 이사를 하라고 했다. 다른 용달 이사 업체에 문의해 몇 군데 견적을 더 보았다. 그 중에서 가격대가 합리적이고 사장님 인품이 좋아 보이는 업체와 계약했다.

다만 큰 짐을 옮길 때 내가 도와주는 조건이 붙었다. 다른 업체의 견적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비용을 아낄 수 있었기에, 조건을 수용할 수 있었다. 사장님 외에 사람이 더 오는 경우 이사 비용이 인건비(15~20만 원)만큼 상승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일반 이사이므로 이사 당일 짐을 바로 옮길 수 있도록 내가 미리 짐을 싸 두어야 했다. 사장님이 이사용 박스를 미리 가져다 주면 짐을 박스에 담아 두기로 했다. 짐을 정리하다 보니 버릴 것도 많고 가져갈 짐이 은근히 많아서 할 일이 많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난감했던 것은 따로 있었다. 이사용 박스에 먼지가 굉장히 많아서, 짐 싸는 와중에 재채기가 계속 나오고 피부에 붉은 두드러기 같은 게 올라와서 깜짝 놀랐다. 다행히 간지럽지는 않아서 큰 문제는 없었고 이사를 끝내고 나니 증상이 사라졌다. 역시 무슨 일이든 저렴한 비용으로 해결하려면 그만한 대가가 따른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도 사장님이 매너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분이라 원활하게 이사를 마칠 수 있었다. 이사 업체를 고를 때 사장님의 인품을 중시한 건 정말 잘한 선택이다. 다음에 무거운 짐을 옮길 일이 있다면 이 사장님에게 연락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사를 마치고 원래 계약한 금액에 5만 원을 더해 송금해 드렸다.

집에 가득 쌓인 박스들을 싹 치우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 잔짐 정리는 아직 덜했지만 마음에 조금 여유가 생겨났다. 이삿짐을 옮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다시금 깨달으면서, 몸살이 나는 걸 방지하기 위해 푹 쉬기로 했다. 며칠 푹 쉬고 나니 기운이 났고, 새집에서 적응하면서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 이사 과정은 힘들었지만 이사 끝의 휴식은 참으로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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