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원도남, 상도녀 (2)

내향인을 위한 소개팅 성공률을 높이는 마음 가짐과 태도

by 청풍명월

그해 봄의 한가운데에는 노래를 듣다가 눈물을 떨구는 내가 있었다.

‘세월이 가면’ 듣다가 눈물이 또르륵 또르륵... 깊은 상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를 위로해 주는 듯했다. 남은 생을 더 행복하게 살다가, 먼길 떠나는 그때 먼저 간 이들을 웃으며 만나고 싶다.

곁에 있던 사람의 죽음이 주는 한 가지 조언이 있다면, 오늘 주어진 내 삶을 더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유언장을 미리 작성할 때 좋은 점은, 죽음 앞에서는 삶에 모든 불필요한 것들이 선명히 보인다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내 인생에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이치로 가족을 두 번 잃어본 경험은, 내 삶이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어 준 것이 아닐까.

깊은 상실감과 고민들 그 사이에서 곁에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지금만큼 내가 누군가를 필요로 한 적이 있었을까? 힘들 때 혼자 버티는 일에 한계가 왔음을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칠 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서로의 안식처가 되어 주는 관계를 원했다.

그래서 소개팅 제안을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이전 직장의 동료(이하 주선자)는 대학 동문 모임에 갔다가 평소 괜찮은 오빠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아직 혼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에게 소개를 받을 의향이 있냐고 물었더니 좋다고 했다며, 나에게 그의 연락처를 주었다.

솔직히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보다 주선자의 말에 큰 힘을 얻어서 용기를 냈다. 주선자는 내가 좋은 사람이라 좋은 사람이랑 만나게 해 주고 싶다고 했다. 지친 마음에 한 줄기 빛이 되어 주는 말이었다.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그녀의 제안을 따른다면 결과가 어떻든 괜찮을 것 같았다.

주선자는 강원도가 고향이고 거기서 일하고 있다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대학 인문학 동아리에서 알게 된 그는 성격이 원만해서 두루 잘 어울리고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대학 시절 밴드 동아리에 들어가 보컬을 맡기도 했고 지금도 지인들의 결혼식에 축가를 해줄 정도로 노래를 잘한다고 들었다. 주선자는 기혼자로서 해줄 수 있는 굉장한 칭찬을 했다. ‘결혼은 이런 사람이랑 해야 하는데 대학 다닐 적에는 못 알아봤다.’ 그 말의 참뜻을 미혼인 나는 완전히 알 수 없었으나, 결코 사람 보는 눈이 낮지 않은 주선자의 말은 신뢰가 갔다.

연락처를 받고 나서 몇 번 문자를 주고받았다. 당시 그의 직장이 바쁜 시기라 바로 만남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나도 크게 앓고 난 뒤에 회복의 시간이 필요했으므로 다행이라 여겼다. 그동안 주선자는 고맙게도 소개팅 꿀팁을 전수해 주었다. 주선자와 나는 둘 다 내향인이었기에 소개팅에 나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음에 공감했다. 주선자는 소개팅 경험치가 나보다 월등히 높았으며, 소개팅으로 남편을 만나 가정을 이룬 선배로서 아낌없는 조언을 해 주었다. 소개팅 성공률을 높이는 마음가짐과 태도에 대해 메모해 둔 것은 다음과 같다.

‘나는 즐겁다. 너는 나랑 있으면 즐거울 것이다.’라고 속으로 외친다.

내가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을 떠올리며 임하면 도움이 된다.

천천히, 조곤조곤 말하되, 말을 많이 하기 보다는 상대의 말을 많이 듣는다.

상대방의 말을 들을 때는 풍부한 리액션을 해줄 것.

대화 주제로는 음식이나 예술(음악, 영화 등), 여행 이야기가 무난함.

맛있는 거 먹고 이야기 잘 들어주고 나는 집에 간다는 마인드

허리 펴고 어깨 내리고 바른 자세 유지.

이제껏 소개팅에서 성공한 적이 없었던 나는 여러 가지로 걱정이 많이 되었다. 소개팅 심리에 관한 책이 도움이 되었다. 내가 그동안 소개팅에서 여러 번 쓴맛을 본 이유 중에 하나는 소극적인 태도가 문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만나 보고 싶은 상대를 만나면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현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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