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을 처방합니다> 2-(1)
[일러 두기] 제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은 지방의 중소도시로 아파트 임대 가격이 타지역과 상이할 수 있습니다.
서른 중반을 지나고 있는 나에게 누군가 이제껏 가장 잘한 선택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답할 수 있다. 그건 바로 혼자 살기 위해 용기를 낸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본가에 부모님과 살면서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았다. 또한 본가가 있는 시골에서 다니던 직장에서도 염증이 났기 때문에, 새로운 곳에서 일해 보고 싶은 생각도 컸다. 이러한 이유로 2019년에 본가와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으로 일터를 옮겼고, 혼자 살아보기로 결심을 했다.
직장 근처의 마땅한 집을 구하기 위해 시간이 나는 대로 여러 공인중개업소를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집을 구할 땐 발품을 팔아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을 실감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공인중개사를 직접 만나면 인터넷에서 확인한 것보다 매물이 훨씬 더 많았기 때문이다. 처음 집을 구해 보는 데다가 도와주는 사람도 없이 거의 혼자서 집을 보러 다녔기에,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당신의 집 보는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나의 경우 집을 구할 때 미리 생각한 조건은 이 정도였다.
소규모 아파트나 오피스텔(10~20평대)
전세 또는 반전세
접근성(직장과 차로 10분 내외 이하)
개별 도시가스 난방(웃풍 없는 곳)
안전하고, 조용하고, 채광이 좋아야 함
뭔가 중요한 게 빠진 것 같다면, 맞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 중요한 세 가지를 확정해 놓지 않고 나는 무작정 집을 보러 다닌 셈이었다.
가용 예산, 입주 시기, 계약 기간
집을 다 보고 온 다음에야 위의 세 가지 중에 안 맞는 게 있는 걸 발견해서 헛걸음 한 경우가 있었다. 집을 구할 때는 먼저 내가 최대로 쓸 수 있는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확실히 알아 두어야 한다. 중개사에게 가용 예산과 상한선을 말해 두지 않아서, 뜬금없이 예산 초과인 집을 소개받을 뻔한 적도 있었다. 어떤 집은 보고 와서 계약하려고 했더니 임대인이 부분 수리를 제안하며 보증금을 더 올려 받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최대로 쓸 수 있는 예산을 꼼꼼히 확인했다면, 임대인이 제시하는 변동 금액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집을 보러 다니기 전에 가장 먼저 미리 해야 할 것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돈을 계산해서 정확히 얼마인지 알아 두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다음으로 입주 시기도 매우 중요하다. 내가 계약할 집이 공실이라면 상관 없겠지만, 대부분 기존 세입자가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나의 전입 날짜와 기존 세입자의 전출 날짜를 맞춰야 한다. 나는 2월 내에 이사를 해야 했기 때문에, 집을 보러 가기 전에 이 부분을 먼저 통화로 확인했다면 헛걸음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계약 기간도 중요하다. 전세 임대 계약 기간은 보통 2년이다. 아무 것도 모르던 나는 전세도 1년 단위의 계약이 가능한 줄 알았다. 1년만 살아보고 다른 집을 또 알아볼 생각이었다. 이사가 정말 고되다는 것을 전혀 몰랐으므로, 한 집에 2년 사는 게 길다고 생각했나 보다. 당분간 이사를 원치 않는다면, 임대인이 가까운 시일 내에 집을 팔 의사가 있다고 할 때 그 집은 피하는 게 좋다. 만약 집이 팔려서 새 집주인이 이 집에서 살고 싶다고 하면, 계약 기간 2년이 끝나고 집을 비워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이사의 피로도가 큰 편이라 처음부터 장기간 살 수 있는 괜찮은 집을 구하는 게 안정적 거주 환경에 도움이 되었다.
시간이 되고 체력이 받쳐준다면 여러 집을 보러 다니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바로 내가 집에 대해 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본가에서 살 적에 낮에도 해가 잘 들지 않고 옛날에 지은 집이라 겨울에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집을 볼 때 남향의 채광 좋은 집이라면 높은 점수를 매겼다. 그리고 웃풍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했다. 한편으로 은근히 중요한 게 화장실이었다. 따뜻하고 온수가 잘 나오는 건 당연하고, 깨끗하고 쾌적한 욕실을 보면 내 마음이 확 기울어지는 걸 느꼈다.
그렇게 발품 팔아 구한 나의 첫 집은 내가 미리 생각했던 조건에 모두 부합하는 곳이었다. 영혼까지 끌어모은 6천만 원으로 전세 보증금을 겨우 맞췄던 기억이 난다. 연식은 25년 이상 됐지만 도배와 장판이 되어 있어 깔끔해서 맘에 들었다. 공급면적 26평(전용면적 21평) 아파트에 방이 3개라 혼자 사용하기에 공간이 여유로웠고 누군가를 초대하기에도 좋았다. 하얀 벽지와 바닥이라 더 넓어 보이고, 무엇보다 남동향이라 낮에 햇살이 거실에 가득 들어와서 온종일 집에만 있어도 만족감이 큰 집이었다. 계약기간 2년이 지나고 이사를 할지 고민했지만,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어서 아침이면 등교하는 어린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별것 아닌 것에도 까르르 웃음이 터지는 아이들의 모습에 알 수 없는 힘을 얻었다. 소소하지만 이런 게 삶의 기쁨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렇게 첫 집에서 좀 더 살아야겠다고 생각해 2년 더 살았다.
이 집에 더 살지 못한 이유는 월세 전환 때문이었다. 그 동네에 재개발 소식이 들리면서 임대인은 집을 팔 생각이었는지 전세를 월세로 돌리겠다고 했다. 나는 월세 55만 원을 내는 게 부담스러워서 이사를 하기로 했다. 전세로 살 집을 4년 만에 다시 구하러 다녔다. 집을 한번 구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두 번째 집은 비교적 수월하게 구한 것 같다. 계약할 때는 매번 혼자였기 때문에 중개사가 작성한 계약서라도 꼼꼼히 여러 번 확인했다. 첫 전세 계약서에는 오타가 있어서 수정을 요청했던 기억이 있다. 두 번째 계약서는 전세금의 안전을 위해 보증보험 가입에 대한 특약도 구체적으로 넣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두 번째로 한 전세 계약은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4년 동안 늘어난 이삿짐을 옮기는 건 쉽지 않았다. 역시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이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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