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을 처방합니다> 2-(2)
지난 글에서 혼자 집 구하는 과정과 집 보는 기준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 글에서는 집 보는 기준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고 이사 경험담으로 넘어가려 한다.
두 번째 집까지 혼자 살아 보면서 집 보는 기준은 2가지가 더 추가 되었다. 바로 퇴근 후 아파트 단지 내에 주차가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직장에서 야근을 주 2~3회 정도 해야 했는데, 첫 집의 경우 야근하고 집에 오면 단지 안에 주차할 곳이 없어 애를 먹었다. 단지 안을 빙빙 돌다 어쩔 수 없이 근처에 있는 공터에 주차를 하러 갔다. 그 날 타이어가 펑크가 나서, 밤 10시에 보험사에 전화해 긴급출동 서비스를 호출한 적도 있었다. 늦게까지 일하느라 피곤한 상태로 주차 자리를 찾아 헤매는 건 정말 고역이었다. 그런 이유로 두 번째 집은 무조건 주차 자리가 여유로워야 한다는 조건을 우선시하게 되었다. 다행히 두 번째 집은 주차 문제로 스트레스 받는 일이 거의 없어 만족스러웠다.
나머지 조건 하나는 속집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첫 집은 난방을 많이 하지 않아도 크게 춥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속집이라서 그런 줄을 몰랐다. 속집의 중요성을 모른 채로 두 번째 집을 구할 때 집 내부만 보고 계약했다. 속집이 아닌 집은 겨울이 되면 외벽과 마주한 방이 너무 추웠다. 난방비를 절약하려면 속집이 좋다는 걸 새롭게 깨달았다.
혼자 이사는 어떻게 할까?
이제 이사하면서 겪은 경험담을 나누려고 한다. 첫 집에 이사할 때는 짐이라야 옷가지와 이불 정도가 다였다. 생활에 필요한 가전은 입주한 후에 하나씩 장만했기 때문이다. 아파트가 처음인 나였기에 이사 최소 3일 전에 가스 연결 신청을 미리 해야 하는 걸 몰랐다. 뒤늦게 가스 신청을 하느라 가스 연결이 될 때까지 온수를 쓰지 못했다. 또 이사 하는 날에는 관리사무소에 이사 사실을 말해야 한다는 것도 몰랐다. 이사한 며칠 후에 관리사무소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의도치 않게 비밀리에 이사한 사람이 되었다는 걸 알고 당황한 기억이 있다. 또 아파트에서 쓰레기 처리를 하는 방법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분리 배출하는 방법이 헷갈려서 고민하며 하나하나 배워 나갔다. 음식물 쓰레기는 교통카드가 있어야 버릴 수 있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렇게 아파트에 처음 살면서 좌충우돌하던 기억들이 떠오를 때면 웃음이 난다.
두 번째 집으로 이사를 할 때는 업체의 도움이 필요했다. 4년 동안 냉장고와 세탁기 등 무겁고 큰 짐이 생겼고, 나도 모르게 하나둘 늘어나 버린 작은 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평소에 짐이 늘어나는 걸 늘 경계했기 때문에, 다행히 1톤 트럭 하나로 가능할 것 같았다. 우리 집은 놀러 온 지인이 콘도 같다고 했을 정도로 필수 가전만 있었고, 심지어 TV와 에어컨도 없었기에 비교적 가뿐한 이사가 가능했다.
이사 업체를 알아보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에 여러 업체의 사장님이 우리 집에 와서 견적을 보고 갔다. 사실 나는 이사 과정 중에서 업체 선정이 가장 힘들었다. 내가 낯선 집에 가는 것에 비해, 낯선 누군가가 나의 익숙한 공간에 들어오게 하는 게 몇 배로 더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견적을 최소한으로 보고 업체를 빨리 정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이사 방식은 크게 포장이사와 일반이사가 있는데, 포장이사는 내가 할 일이 거의 없어 보였다. 업체에서 사람이 와서 전부 포장해 주고, 옮겨 주고, 짐 푸는 것까지 전부 해주기 때문이다. 포장 이사는 비용이 꽤 들었고, 일반 이사는 저렴한 대신 짐만 옮겨 주는 것이라 이사가 끝나면 내 체력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 포장 이사는 견적이 90만 원인 곳도 있었고, 어떤 사장님은 일반 이사로 35만 원에 해주겠다는 곳도 있었다. 서비스에 따라 가격 차이가 엄청 나서 혼란스러웠다.
또 사다리차 이용 여부도 결정하기 어려웠다. 첫 집의 관리사무소에서는 엘리베이터가 노후화되어 상태가 좋지 않다며 이사 나갈 때 사다리차 이용을 권고했다. 알아보니 사다리차 비용이 10만원대 후반이었는데, 나의 경우 짐이 얼마 되지 않아 사다리차가 없이도 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서 사다리차 없이 엘리베이터로 이사하기로 했다.
마땅한 업체를 찾지 못해 고민하던 중에 인터넷 카페에서 반포장 이사 방식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반포장 이사는 옮길 짐만 내가 미리 정리해 두면, 업체에서 짐들을 박스에 넣고 포장해서 옮겨 주었다. 이사한 집에 가서는 냉장고, 세탁기처럼 큰 가전을 설치해 주고, 옷을 걸어주는 것까지 포함되었다. 그 외 짐들을 푸는 건 내 몫이었다. 반포장 이사 견적을 받아 보니 내가 미리 버릴 것들을 다 버리고 포장할 짐을 정리해 놓는다는 전제 하에, 엘리베이터로 이사가 가능하다고 했다.
여러 업체와 비교를 해 본 결과 용달 이사 사장님과 반포장으로 50만 원에 계약했다. 계약한 업체의 사장님은 견적을 보러 왔을 때 집을 살펴 보면서 내게 허락을 구하는 매너를 보여주셔서 믿음이 갔다. 또 이삿날 남자 2명을 쓰면 인건비가 비싸지니 남자 1명, 여자 1명으로 하는 게 좋겠다고 하셔서 다행이었다. 이사 날에 혼자인 나는 이사하는 내내 남자들과만 있어야 하는 것이 은근히 부담이었기 때문에 반가운 제안이었다. 이삿날 아침 일찍 짐을 싸서 전부 1톤 트럭에 실어 가서 새로운 보금자리에 짐을 다 내려 놓으니 12시 반이었다. 사장님이 노련하게 잘해 주신 덕분에 빠르고 무사하게 이사를 끝낼 수 있었다.
이사 다음 날에는 2월 중순인데 눈이 펑펑 왔다. 이사하고 나서 눈이 오면 잘 산다는 말이 있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 두 번째 집에서 3년째 사는 동안 슬픈 일도 있었지만 기쁜 일도 많았다. 첫 집을 떠날 때 정이 많이 들었는지 기분이 정말 묘했었는데, 이 집에서 떠날 때는 기분이 어떨까 궁금해진다.
[참고] 1인 가구를 위한 임대주택 정보
출처 : 지식채널e 제작팀, <1인용 인생 계획> 26~27쪽
행복주택 : 전국에 공급되는 임대주택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 홈페이지에서 확인
도시형 생활주택 : 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공급하는 것으로 무주택 세대주 신청 가능
두레주택 : 셰어하우스형으로 서울주택도시공사가 공급하는 수요자 맞춤 임대주택
청년협동조합형 공공주택 :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세~35세 이하 청년 대상의 공공주택
희망하우징 : 서울시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주거시설
도전숙 : 1인 창업가, 기업가, 청년 상인에게 공급하는 수요자 맞춤형 공공임대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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