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독서

by 선 화

어려운 책이다. 분명 어려운 책이다. 특히 마지막, 뫼르소의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은 더욱 난해하게 다가왔다. 그 감정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인지, 준비가 된 상태인지, 아니면 해탈에 가까운 것인지 쉽게 알 수 없었다.


그가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 역시 너무 갑작스러워, 처음엔 소설에서 무언가를 놓친 줄 알았다. 인과관계를 되짚으며 여러 번 생각해 보았지만, 결국 '별다른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굉장히 철학적이다고 느꼈다.


9788937443848.jpg 알베르 카뮈, <이방인>, 김화영, 민음사, 2011.
p.9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양로원으로부터 전보를 한 통 받았다. '모친 사망. 명일 장례식. 근조.' 그것만으로써는 아무런 뜻이 없었다. 아마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p.32
나는, 일요일이 또 하루 지나갔고, 엄마의 장례식도 이제는 끝났고, 내일은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하겠고, 그러니 결국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
p.147
세계가 그토록 나와 닮아서 마침내 그토록 형제 같다는 것을 깨닫자, 나는 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여전히 행복하다고 느꼈다. 모든 것이 완성되도록, 내가 외로움을 덜 느낄 수 있도록, 내게 남은 소원은 다만, 내가 처형되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모여들어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뿐이었다.


2023년 여름, 키우던 강아지가 세상을 떠났다. 울음으로 가득한 목소리로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오늘 저녁 기차를 타고 올라가겠다고 했다. 내일 시험이 있었기에 공부할 것들을 챙겨 본가로 향했다.


생기를 잃고 눈을 뜬 채 누워있는 마루를 보았다. 나름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눈물을 참을 수 있었다. 손으로 눈을 감겨주며 지금까지의 고마움을 전하는 동시에, 아무것도 변하는 건 없다고 생각했다. 이는 세상에 사는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당연한 이치라고 여겼다.


장례를 치러주고 돌아가기 전, 장례식장에서 시험공부를 했다. 시간이 되어 새벽 기차를 타고 다시 학교로 향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시험공부를 하는 것이, 좋은 학점을 받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방인』을 읽으면서 뫼르소와 나에게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 그것은 기복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이 행위의 기저에는 '어차피 모든 사람은 죽고, 세상은 어떻게든 돌아간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비관적이다. 어차피 죽는 삶을, 죽으면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되는 이 삶을, 어떤 이유로 의미를 찾고 살아가야 할까. 내가 죽어도 시간은 흐르고 공간은 변할 텐데, 우주가 주는 이 거대함 속에서 느끼는 무력감은 너무나 부조리하다.


세상을 무의미하게 바라보던 뫼르소는 결국 죽음 앞에서 살고 싶다는 감정에 휘몰아쳤다. 그는 깨달은 듯하다. 세상은 본래 무의미하다는 것을. 그러나 그 무의미함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그는 지금 이 순간을 충만하게 살아내고 있다는 것을. 삶이 본래 의미를 가지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 사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그리고 나 자신 또한, 무의미한 세상 속에서도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가며 살아간다고 믿는다. 그것은 사랑일 수도 있고, 책임감일 수도 있으며, 나아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려는 마음일 수도 있다. 삶이 본질적으로 부조리하더라도, 우리는 그 안에서 각자의 세상을 만들어가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그러니 살아가야 한다. 자신의 세상을 지키기 위해,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과 마주하여 이방인이 된 채, 수많은 투쟁을 감내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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