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동혁 건축가 Dec 24. 2015

전원주택 설계. 누구에게 맞기나요?

내 집의 품격을 결정하는 단계. 

출발.


지난 이야기를 통하여 설계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얼마나 중요한 과정인지에 대해서 인지 하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내 집의 품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단계인 설계를 어느 곳에 맡기는 것이 올바른 선택인지와 설계 시 챙겨야 할 부분에 대해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설계란 무엇인가요?


내 집을 책임질 설계사무소를 선택하기 전 좋은 설계가 무엇인지를 집고 넘어가야 합니다. 

상담을 진행하다보면 가장 첫 번째로 질문하시는 것이 “설계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와 “내 집 설계를 잘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입니다. 

결국에는 이 모든 질문들은 좋은 설계가 무엇인지라는 질문으로 집약되어집니다.^^ 

좋은 설계에 대한 모범답안이라 할 수 있는 답변은 솔직히 하기 힘듭니다. 지난 강의에서 말했듯이 공사가 용이한 설계가 있어도 절대적인 좋은 설계의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좋은 설계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로 정의내릴 수 있기 때문에 건축주님만을 위한 좋은 설계를 위한 설계사무소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설계사무소를 어떻게 찾나요?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고 합니다. 잘 정돈되어 있는 호텔 로비에서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고, 법당이나 교회에서 범죄를 모의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사람이 건축을 만들지만, 그 건축이 사람을 만든다는 영국 수상 처칠의 말도 이와 상통하는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건축학교에서 2학년 때 설계 수업을 시작하고, 첫 과제로 주택을 계획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열심히 창의적으로 혁신적인 주택을 설계하고자 노력하지만, 결과는 자기가 살던 집을 그려놓는데 그치고 만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어느 순간 자신이 살아온 주택환경에 답을 내려놓고 있었던 셈입니다.

문제는 환경입니다. 좋은 환경에서 일을 하면 비록 기본 지식이 부족하고, 창의적인 발상이 부족하다해도 오랫동안 몸에 베인 좋은 습관만으로도 훌륭한 건축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몸에 쌓입니다.

한 예로 맛있는 식당을 고르는 방법은 사람들이 많이 앉아 있는 곳을 고르면 된다고 합니다. 

과연 어느 설계사무소를 선택해야할지 망설여진다면 그 사무실의 대표건축사나 사장이 아닌 직원들의 표정과 눈빛을 살펴볼 것을 권해드립니다. 

좋은 설계가 거주자의 의도와 요구사항이 최적의 방법으로 구현되는 것이라면 이를 위한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은 필수적인 요소가 됩니다. 

열의에 차고 밝은 표정이 넘치는 직원으로 구성된 조직과 패배감에 사로잡힌 직원으로 구성된 조직, 둘 중 어느 쪽이 더 나은 설계를 할 수 있을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충분히 선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설계는 무료로 해주세요!


최근 힐링 열풍이 불면서 전원생활을 꿈꾸는 예비건축주님이 날로 늘어나고 있지만 내 집을 짓는 목적지까지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지역을 선정하는 것에서부터 토지매입, 설계, 건축, 그리고 입주까지 건축주가 고민하고 챙겨야 할 것들은 너무도 많이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민감하고 머리 아픈 것 중 하나가 바로 설계에 대한 '예산'입니다.

한정된 예산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해 집을 지어야 하는데 상담을 하거나 새 집을 짓고 입주해 살고 있는 분들을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 하나가 바로 설계비용에 대한 계획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건축에 있어 설계는 튼튼하고 아늑한 보금자리 마련의 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와 내 가족의 삶에 맞춰지지 않은 설계는 살아가는 내내 적잖은 불편을 줄 것이며, 공사 중에 발견되는 설계의 오류나 미비점은 수정, 보완하는 동안 공기를 지연시키게 됩니다. 이는 결국 시간과 금전적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제대로 된 설계는 오래토록 꿈꿔오던 전원주택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필수요소지만 이에 대한 투자나 정당한 대가 지불에는 인색한 것이 현실이라는 점은 분명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지난 강의에서 언급했듯이 수 천 만원에서 수 억 원에 달하는 건축비에서 설계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1~2%입니다. 어쩌면 총 공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기 때문에 무료설계를 요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트에서 파는 화장품이나 샴푸에 딸린 샘플처럼 말입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건축에 있어 설계의 중요성이 크고, 나와 내 가족의 소중한 집에 전문가의 더 많은 고민과 최적의 아이템을 더하기 위한 노력을 구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이에게 맞춰진 설계를 살짝 변형한 집에 나를 맞춰서 살 것인지 아니면 나와 내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최적화된 집에서 살 것인지, 판단은 건축주님의 몫입니다. 


작은 주택을 짓는데 설계가 필요한가요?


주택 신축 시 시공사에서 제시하는 기 시공된 주택도면으로 건축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경제적인 측면에서 비용절감에는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지만, 집을 짓는다는 것이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에 걸쳐 내 가족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우선, 다른 이를 위한 설계가 내 가족의 구성과 생활방식을 반영 했을리 만무하기에 살면서 많은 불편을 겪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좋은 설계도면은 건축 시 시행착오를 예방하고 건축비를 줄이며, 정확한 시공으로 하자 없는 건축물을 만드는 바탕이 되는 것은 물론, 유지보수 및 관리에도 중요한 자료로 사용되기에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됩니다. 입주 시점에서의 예산 절감이 오랜 세월 살아가는 동안 더 많은 비용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명심하여야 합니다.                                   

건축설계 시 무엇을 챙겨야 하나요!


건축설계 시 가장 기본적으로 챙겨야 할 부분은 세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자산 가치를 인지하는 것입니다.
집은 언젠가 자손에게 물려주거나 매각할 수도 있으므로 향후 환금성까지 고려하여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즉, 개인의 독특한 취향을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편성을 확보해 자산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튼튼하고 변경이 쉬운 구조 선택, 질리지 않고 편안하게 다가오는 외관, 주변 자연경관이나 이웃 주택들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절제된 변화와 균형미가 반영되는 설계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둘째, 공간의 용도 특성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주택설계 시 공간 계획은 진입조건과 향, 조망 등 대지 분석 내용을 감안하여 특성별로 크게 구분해서 설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가족구성원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동생활공간은 가족의 휴식, 대화, 식사, 접객, 취미활동, 행사 등의 행위가 이뤄지는 곳입니다. 이러한 공간은 각각의 개인생활공간에서 이어지는 동선을 편리하게 구현하고 가급적 오픈 공간으로 계획하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가족구성원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노인이 있는 집이라면 계단의 단 높이를 최대한 낮추고 주방과 화장실 등으로의 동선을 짧고 편리하게 구현하는 것이 좋으며, 유아가 있는 가정이라면 항상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동선을 구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쉬운 예로 메인침실과 주방, 거실과 주방 사이에 아이방을 두어 오고가며 수시로 아이가 노는 모습을 볼 수 있는 평면을 계획하는 것도 그러한 방법 중 하나가 됩니다.           


도착.                             


“설계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와 “내 집 설계를 잘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습니다. 이러한 질문은 결국에는 좋은 설계가 무엇인지라는 질문으로 집약되어집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좋은 설계가 무엇이고 나에게 맞는 설계사무소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드렸으며, 지난이야기에이어 설계의 중요성에 대해 현실적인 측면에서 설명 드렸습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설계사무소를 결정한 후 본격적인 설계를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과 미리 준비하면 좋은 사항들에 대해 이야기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이야기에 끝까지 귀 기울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쓴이 : 이동혁 건축매니저

이메일 : sunsutu@hanmail.net



작가의 이전글 전원주택 설계. 내 집 짓기의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