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건축 설계와 관련된 궁금증
-홈트리오 건축가 3인방이 전하는 집짓기 입문 필독서-
저자 : 이동혁, 임성재, 정다운
설계를 돌입했을 때 많은 분들이 외부 디자인부터 잡고 내부를 구성하는 줄 알지만 실재로는 정 반대의 순서로 일이 진행됩니다.
내 땅에 맞게 1층 공간을 배치하고, 그 공간에서 2층으로 동선을 연결해 내부를 만들어 줍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실내 공간에 벽을 올리면 비로소 입면이라는 매스가 완성됩니다.
평면적으로 보았을 때와 벽을 올려 3D로 보았을 때의 느낌이 완전히 다릅니다. 그렇다고 다시 내부를 수정하게 되면, 완벽히 맞춰놓은 내부 동선이 다 꼬이게 되겠죠.
특히 모던 스타일을 원하시는 분들이 딱 이 부분에서 많이들 당황하십니다. 심플한 느낌, 그리고 박스형의 매스 디자인. 군더더기 없는 느낌을 원하셨던 분들인데 실상 나온 디자인은 그렇지 못하게 나오다 보니 중간에서 헤매버리시는 것이죠.
벽은 그나마 나아요. 지붕 디자인할 때 완전 멘붕입니다. 상담 때 분명 다 말씀드려요.
"처마는 무조건 존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자 발생되는 여지가 크다."
하지만 저희들 말 귀 기울여 잘 듣지 않죠. 여지없이 벽과 지붕의 선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느낌을 원합니다. 모던 스타일의 묘미가 거기에 담겨 있다 생각하는 것이죠.
"남은 그렇게 하는데 왜 나는 안되느냐?"
남의 집이 물 새면 건축주님 집에도 물 새도 괜찮나요?
네, 당연히 안되죠. 철근콘크리트 건물은 그나마 괜찮아요. 바로 물이 새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목조주택에서 처마를 없앤다(?)
저희들은 이런 분들보고 '바보'라고 부르기고 했습니다. 듣기 싫죠. 바보라니. 하지만 바보가 맞아요. 하자가 발생할 거 뻔히 알고 하는 것이거든요.
아무리 디자인도 좋지만 기본은 무조건 챙겨가야 합니다. 공법에 따라 중요도가 나뉘긴 하지만 그래도 처마의 중요성은 항상 상위에 랭크되어 존재합니다.
1. 누수
2. 골조의 부패
3. 단열
4. 외벽의 오염
처마가 가지는 효과가 딱 위의 4가지로 나타납니다. 과장하지도 축소하지도 않은 이유. 저 네 가지 이유 때문에 처마를 만드는 것입니다.
처마가 존재하지 않으면 디자인 적으로 평지붕 마감을 했을 경우가 큽니다. 설마 목조주택에서 그렇게 하지는 않겠죠. 물매 경사도는 필수로 존재해야 합니다. 그리고 벽보다 조금 더 처마가 나가야 외벽을 타고 비가 스며들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자연적인 물 끊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처마가 존재한다는 뜻은 처마 하부에 벤트라는 공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는 것을 내포합니다. 목조주택에서는 이 벤트 공간을 통해 지붕 속 공간이 숨을 쉬게 됩니다. 더 정확히는 공기가 순환된다고 하는 것이 맞겠네요. 자연 건조되는 공기 통로이기 때문에 항상 뽀송한 골조 상태를 유지시킵니다.
처마와 벤트 공간은 하나의 키워드로 뭉쳐지게 됩니다. 바로 단열. 박공지붕의 공기층이 자연 단열 공간으로 구성됩니다. 이 공간이 없으면 여름에는 덮고, 겨울에는 추울 거예요. 벤트가 없다면 공기층도 없다는 뜻일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외벽의 오염. 이게 가장 큰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모던 스타일의 주택들을 자세히 보면 첫 1년은 괜찮은데 그다음 해부터는 눈물자국으로 엄청 더럽혀져 있습니다. 특히 박스형 주택들의 지붕 라인을 보면 정말 말도 못 할 정도로 오염되어 있습니다. 지붕의 빗물을 처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에요.
디자인 따진다고 한 처마 없애는 결과가 이렇게 더 더러워진 건물을 만드는 것입니다. 모던 스타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내 집을 망친다고 생각합니다. 박스형 창고처럼 만들어야 느낌이 나는 것이 아니라 조화 속에서 박스형의 이미지가 만들어져야 비로소 랜드마크적인 모던 스타일 건축물이 탄생합니다.
너무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그리고 고집부리지 마세요. 취향은 존중하지만 집이 망가지는 길을 응원해 드릴 수는 없습니다. 아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