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4. 건축 시공과 관련된 궁금증
-홈트리오 건축가 3인방이 전하는 집짓기 입문 필독서-
저자 : 이동혁, 임성재, 정다운
우리들은 아파트를 사고파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건축 시기와 완공시기도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이사날짜에 맞춰서 계산합니다.
원론적으로 이거 자체가 문제인데, 이러한 생각이 문제라는 것을 인지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건축은 단순 지어진 것을 사는 것이 아니라 땅을 구매하고, 개발하고, 설계, 시공, 허가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뚝딱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너무 일이 잘 풀려서 한 번에 쭉 가면 좋겠지만 세상일이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 않죠. 그래서 내가 예상했던 시기보다 꼭 더 걸립니다.
우선 집을 지을 수 있는 시기가 정해져 있다는 것은 앞선 글에서 파악하셨을 것입니다. 아무 때나 공사를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그 시기에 맞춰서 다시 일정을 계산하셔야 합니다.
건축을 할 수 있는 시기와 대략적으로 완공되는 시점에 대한 계산이 서면 역산을 통해 언제부터 이 집 짓기를 시작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가장 첫 번째로 시작해야 하는 것이 땅 구입 후 건축가에게 설계 계약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백날 평당 단가 물어보면 뭐합니까. 설계도면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질문인데요.
전화로 평당 단가 물어보시는 분들도 이야기하다가 웃어버려요. 본인도 어이없는 것이죠. 옷 사러 갔는데 어떤 브랜드에 어떤 색상, 반팔인지 긴팔 인지도 모르고 그냥 '옷 얼마예요'라고 물어본 것과 동일하거든요.
모르는 것은 괜찮아요. 근데 알면서도 물어보는 것은 진짜 무지한 행동이에요. 설계도면을 그리는 이유는 내가 생각한 집이 도대체 얼마에 지을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이 설계도면 그리지 않으면 10년이 지나도 절대로 건축비 알 수 없습니다. 건축주가 뭘 원하는지 모르니까요.
집 짓기를 시작하는 것을 착공이라 합니다. 착공 시즌은 1년에 두 번. 3월 봄과 9월 가을. 이 시즌 놓치면 해 넘겨야 합니다.
역산을 해 볼게요. 일단 3월을 기준으로 설명드리면, 봄 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 한 달 전에 측량이던 착공계던 모두 나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1월 말에는 모든 공사 준비와 발주가 완료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1월 말에 준비를 마치려면 인허가 기간 2개월을 계산해야 하고, 그러면 전년도 11월 정도가 됩니다. 설계도면을 그리는 시간 3개월을 또 빼야 하니 8월 정도가 되고, 땅을 구입하고 잔금을 치르는 여러 가지 일을 진행하게 되면 6월 말 정도 또는 7월 초가 됩니다.
평균적으로 건설회사들은 5~6월 정도에 다음 해 봄 공사 계약을 마무리 짓습니다. 저희들도 거의 5월 정도 되면 그다음 해 봄 공사가 마무리되는 것 같아요.
단순 계산해도 마지노선이 7월입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축가에게 맡기려면 최소한 전년도 5월에는 계약을 의뢰해야 내가 원하는 날짜에 봄 공사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됩니다.
돈만 들고 가면 다 계약해 줄 것처럼 생각하지만 각 건축가들마다 1년에 할 수 있는 프로젝트의 개수가 정해져 있습니다.
항상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미리 준비하시는 것이 좋고, 계약 시점도 넉넉히 생각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급하게 하는 것은 좋지 않고, 충분한 상담을 통해 최종 계약에 이르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