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없이 조리하는 방법
1장: 절망에서 희망으로 (1~10일차)
글, 그림 : 이동혁 건축가
나는 쓰러질 것 같았다.
배가… 너무 고팠다.
몇 시간 전, 나는 무인도에서 처음으로 사냥에 성공했다.
작은 새 한 마리.
비록 크진 않았지만, 이것은 내게 생존의 시작을 의미했다.
그런데 문제는…
"…불이 없다."
나는 나뭇가지들을 태워 불을 키웠지만,
거센 바람에 불씨가 모두 날아가 버렸다.
불을 피우지 못하면?
나는 이 새를 날것 그대로 먹어야 한다.
하지만—
"날고기를 먹으면 죽을 수도 있다."
나는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이건 단순한 배고픔의 문제가 아니다.
날고기 = 기생충, 박테리아, 식중독.
자칫하면 내가 사냥한 이 새가 내 목숨을 빼앗아 갈 수도 있다.
나는 침을 삼켰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불 없이 고기를 조리하는 방법은 없을까?'
나는 머릿속을 뒤졌다.
다큐멘터리에서 본 영상, 책에서 읽었던 내용들…
"불이 없던 시절, 인간은 어떻게 고기를 먹었을까?"
나는 떠올렸다.
실제로 불을 피우지 않고도 고기를 익히는 방법은 존재한다.
* 불 없이 고기를 익히는 방법
돌을 이용한 조리법
태양열을 이용한 자연 건조법
소금과 흙을 이용한 간이 발효법
잎을 이용한 훈제법
나는 한숨을 쉬었다.
"일단 가장 현실적인 방법부터 해보자."
나는 새 사체를 내려다보았다.
이제 이걸 제대로 먹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 방법 개요
태양 아래에서 돌을 뜨겁게 가열한다.
그 돌 위에 고기를 올려 익힌다.
열전도를 통해 살균 효과를 얻는다.
나는 바닷가로 향했다.
그리고 가능한 한 넓고 납작한 돌을 찾았다.
"이 정도면 되려나?"
돌을 모아 햇빛 아래에 두었다.
문제는…
"이걸로 충분히 뜨거워질까?"
나는 손을 뻗어 돌을 만져봤다.
뜨거웠다.
하지만 이 정도로 고기를 익힐 수 있을까?
나는 과감하게 작은 조각을 돌 위에 올려보았다.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감쌌다.
"이걸로는 부족해."
태양열만으로는 부족하다.
나는 새로운 방법을 고민했다.
* 방법 개요
고기를 최대한 얇게 썬다.
햇빛 아래에서 말려 건조시킨다.
오래 걸리지만, 부패를 막고 생고기보다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
나는 작은 돌을 이용해 새의 살을 최대한 얇게 저며냈다.
"이렇게 하면 수분이 빠르게 증발할 거야."
그다음, 널찍한 나뭇가지에 고기 조각을 걸고, 태양 아래에 두었다.
"이대로 몇 시간 정도 기다리면…"
나는 희망을 가졌지만, 배고픔은 참기 힘들었다.
'몇 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고?'
배고픔이 점점 미쳐갈 정도로 몰려왔다. 나는 견딜 수 없었다.
나는 더 빠르게 조리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 방법 개요
고기를 땅속에 묻고 자연 발효를 유도한다.
흙과 잎을 이용해 잡균 번식을 막는다.
몇 시간에서 하루 정도 지나면 숙성이 진행된다.
이 방법은 오래된 원시 부족들이 사용하던 방식이었다.
나는 바닥을 파서 고기를 잎으로 감싸고,
소금 대신 바닷물을 묻혀 땅속에 묻었다.
"이렇게 하면 부패를 늦출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 방법도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결국 마지막 방법을 선택해야 했다.
* 방법 개요
잎으로 고기를 감싸 수분을 보존한다.
따뜻한 돌이나 잎으로 덮어 간접 열을 가한다.
불을 피우진 않지만, 훈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나는 불이 꺼진 자리에서 아직 따뜻한 돌을 이용하기로 했다.
돌 위에 고기를 올리고, 그 위에 잎을 덮어 천천히 훈제했다.
몇 분 후—
고기에서 희미한 연기가 올라왔다. 익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조각을 떼어 입에 넣었다.
……
"…살았다."
부드러운 식감,
그리고 은은한 나뭇잎 향.
완벽하진 않지만, 나는 불 없이도 고기를 조리할 수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해는 아직 중천에 떠 있었다.
불이 없어도, 도구가 없어도, 나는 살아남을 방법을 찾았다.
"내일은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나는 손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식량을 확보했으니, 다음 목표는 더 강한 무기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파드득!"
나는 몸을 굳혔다.
숲속 어딘가에서 나를 지켜보는 또 다른 존재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