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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생고기? 익히지 않으면 위험하다

불 없이 조리하는 방법

by 이동혁 건축가

무인도 100일: 첫날부터 죽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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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절망에서 희망으로 (1~10일차)

글, 그림 : 이동혁 건축가



8화: 생고기? 익히지 않으면 위험하다 - 불 없이 조리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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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배고픔은 공포보다 강하다


나는 쓰러질 것 같았다.
배가… 너무 고팠다.

몇 시간 전, 나는 무인도에서 처음으로 사냥에 성공했다.
작은 새 한 마리.
비록 크진 않았지만, 이것은 내게 생존의 시작을 의미했다.

그런데 문제는…

"…불이 없다."

나는 나뭇가지들을 태워 불을 키웠지만,
거센 바람에 불씨가 모두 날아가 버렸다.

불을 피우지 못하면?
나는 이 새를 날것 그대로 먹어야 한다.

하지만—

"날고기를 먹으면 죽을 수도 있다."

나는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이건 단순한 배고픔의 문제가 아니다.

날고기 = 기생충, 박테리아, 식중독.
자칫하면 내가 사냥한 이 새가 내 목숨을 빼앗아 갈 수도 있다.

나는 침을 삼켰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불 없이 고기를 조리하는 방법은 없을까?'


2. 인간은 어떻게 불 없이 고기를 익혔을까?


나는 머릿속을 뒤졌다.
다큐멘터리에서 본 영상, 책에서 읽었던 내용들…

"불이 없던 시절, 인간은 어떻게 고기를 먹었을까?"

나는 떠올렸다.
실제로 불을 피우지 않고도 고기를 익히는 방법은 존재한다.


* 불 없이 고기를 익히는 방법

돌을 이용한 조리법

태양열을 이용한 자연 건조법

소금과 흙을 이용한 간이 발효법

잎을 이용한 훈제법


나는 한숨을 쉬었다.
"일단 가장 현실적인 방법부터 해보자."

나는 새 사체를 내려다보았다.
이제 이걸 제대로 먹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3. 첫 번째 방법 – 뜨거운 돌을 이용한 조리법


* 방법 개요

태양 아래에서 돌을 뜨겁게 가열한다.

그 돌 위에 고기를 올려 익힌다.

열전도를 통해 살균 효과를 얻는다.


나는 바닷가로 향했다.
그리고 가능한 한 넓고 납작한 돌을 찾았다.

"이 정도면 되려나?"

돌을 모아 햇빛 아래에 두었다.
문제는…

"이걸로 충분히 뜨거워질까?"

나는 손을 뻗어 돌을 만져봤다.
뜨거웠다.
하지만 이 정도로 고기를 익힐 수 있을까?

나는 과감하게 작은 조각을 돌 위에 올려보았다.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감쌌다.
"이걸로는 부족해."

태양열만으로는 부족하다.
나는 새로운 방법을 고민했다.


4. 두 번째 방법 – 태양열을 이용한 자연 건조법


* 방법 개요

고기를 최대한 얇게 썬다.

햇빛 아래에서 말려 건조시킨다.

오래 걸리지만, 부패를 막고 생고기보다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


나는 작은 돌을 이용해 새의 살을 최대한 얇게 저며냈다.

"이렇게 하면 수분이 빠르게 증발할 거야."

그다음, 널찍한 나뭇가지에 고기 조각을 걸고, 태양 아래에 두었다.

"이대로 몇 시간 정도 기다리면…"

나는 희망을 가졌지만, 배고픔은 참기 힘들었다.

'몇 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고?'

배고픔이 점점 미쳐갈 정도로 몰려왔다. 나는 견딜 수 없었다.

나는 더 빠르게 조리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5. 세 번째 방법 – 소금과 흙을 이용한 발효법


* 방법 개요

고기를 땅속에 묻고 자연 발효를 유도한다.

흙과 잎을 이용해 잡균 번식을 막는다.

몇 시간에서 하루 정도 지나면 숙성이 진행된다.


이 방법은 오래된 원시 부족들이 사용하던 방식이었다.
나는 바닥을 파서 고기를 잎으로 감싸고,
소금 대신 바닷물을 묻혀 땅속에 묻었다.

"이렇게 하면 부패를 늦출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 방법도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결국 마지막 방법을 선택해야 했다.


6. 네 번째 방법 – 잎을 이용한 훈제법


* 방법 개요

잎으로 고기를 감싸 수분을 보존한다.

따뜻한 돌이나 잎으로 덮어 간접 열을 가한다.

불을 피우진 않지만, 훈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나는 불이 꺼진 자리에서 아직 따뜻한 돌을 이용하기로 했다.

돌 위에 고기를 올리고, 그 위에 잎을 덮어 천천히 훈제했다.

몇 분 후—

고기에서 희미한 연기가 올라왔다. 익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조각을 떼어 입에 넣었다.

……

"…살았다."

부드러운 식감,
그리고 은은한 나뭇잎 향.

완벽하진 않지만, 나는 불 없이도 고기를 조리할 수 있었다.


7. 인간은 적응하는 생물이다


나는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해는 아직 중천에 떠 있었다.

불이 없어도, 도구가 없어도, 나는 살아남을 방법을 찾았다.

"내일은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나는 손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식량을 확보했으니, 다음 목표는 더 강한 무기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파드득!"

나는 몸을 굳혔다.

숲속 어딘가에서 나를 지켜보는 또 다른 존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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