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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자금성, 밤마다 들리는 속삭임

사라진 도시, 무너진 건축: 건축을 둘러싼 미스터리

by 이동혁 건축가
2부. 신전과 궁전, 권력과 음모의 공간 (16~30화)

글, 그림 : 이동혁 건축가


제19화: 자금성, 밤마다 들리는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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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요한 성벽, 그러나 살아있는 소리


"들었어? 그 소문 말이야."

2023년, 중국 베이징.

고고학자 리우 박사(Dr. Liu) 는 자금성(紫禁城)의 붉은 벽을 따라 걸었다. 980개의 건물로 구성된 이 거대한 궁전은 여전히 중국의 권위와 역사를 상징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날 밤, 리우 박사는 다른 무언가를 찾기 위해 그곳에 있었다.

"밤마다… 들린다면서?"

젊은 연구원 메이(Mei) 가 불안하게 물었다.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자금성 안에서 속삭임이 들린다고 했어요. 문이 저절로 열리고, 발자국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요."

리우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금성은 600년 동안 수많은 사건을 겪어 왔어. 수많은 사람들의 희망과 절망, 권력과 음모가 얽혀 있는 곳이지."

메이는 팔을 감싸며 말했다.

"하지만 그게 지금도 남아 있다는 건… 너무 무섭잖아요."

"무섭다기보단, 흥미롭지. 자금성이 왜 그렇게 속삭이는지 알아내고 싶지 않나?"

메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하지만 조금은 두렵네요."


2. 금지된 도시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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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성은 어떤 곳인가?

자금성은 명나라 영락제(永樂帝) 가 건설을 명령하여 1406년부터 1420년까지 14년 동안 건설된 거대한 궁전이다.

수천 명의 건축가와 장인, 그리고 무수히 많은 노동자들이 이곳을 만들었다.

자금성은 단순한 궁전이 아니라, 왕조의 권력과 신성성을 상징하는 장소였다.


"그곳에는 황제와 그 측근들만이 접근할 수 있었어. 그렇기에 '금지된 도시(Forbidden City)'라는 이름이 붙은 거지." 리우 박사가 설명했다.

그러나 그곳은 또한 수많은 음모와 죽음, 비밀이 얽혀 있는 장소였다.


3. 죽음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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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박사와 메이는 자금성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들었다는 속삭임은… 대부분 밤에 들린다고 했지."

"네. 주로 황제의 침전과 후궁들이 살았던 곳에서요."

리우 박사는 천천히 걸으며 말을 이었다.

"이곳은 수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어나간 장소이기도 해. 권력 다툼, 독살, 그리고 배신."

메이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럼… 정말로 귀신이 있다는 말인가요?"

"귀신이라기보다는… 흔적이지. 그들의 고통과 슬픔이 남아 있는 거야."


4. 황후들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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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박사는 메이를 데리고 자금성 깊은 곳의 후궁(後宮) 으로 향했다.

"이곳은 특히 많은 소문이 있어. 특히, 잔혹하게 죽임을 당한 황후들과 후궁들의 이야기가 많지."

메이는 불안하게 두리번거렸다.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어요. 경쟁에서 밀려나 독살당하거나, 반역 혐의로 처형된 여인들의 이야기."

리우 박사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영혼이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는 거지."

그때, 무언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들렸다. 메이는 깜짝 놀라며 리우 박사의 팔을 꽉 붙잡았다.

"방금 들으셨어요? 무슨 소리가…"

리우 박사는 조용히 말했다.

"바람 소리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들이 남긴 메시지일 수도 있지."

메이는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그들이요?"

"예전에 이곳을 지키던 사람들이나, 이곳에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사람들이 남긴 흔적 말이야."


5. 음모와 배신의 도시


가설 1: 황제의 저주

리우 박사는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자금성에서 들린다는 속삭임 중에는 황제의 목소리라는 이야기도 있어."

명나라 말기, 반란군이 자금성을 공격했을 때 마지막 황제가 자결했다고 전해진다.

그 황제는 죽기 전에 자금성 전체에 저주를 걸었다는 전설이 남아 있다.

그 저주가 지금도 자금성을 떠돌고 있다는 이야기다.


가설 2: 후궁들의 원혼

메이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 후궁들의 소리라는 건 뭔가요?"

"자금성은 권력 투쟁의 중심지였어. 황후나 후궁들이 서로를 시기하고, 독살하거나 추방하는 일도 비일비재했지."

특히 건륭제 시대(18세기) 에 후궁 간의 갈등이 극심했다.

궁 안에서 자살하거나 독살당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들의 울부짖음이 밤마다 들린다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


6. 살아있는 유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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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지자, 자금성은 더욱 어두워졌다.

리우 박사와 메이는 궁전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여기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소리를 들었다는 곳이야."

그때였다.

타닥. 타닥.

바닥을 긁는 소리가 다시 들렸다. 메이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저기요… 그건 분명히… 사람이 아니에요."

리우 박사는 조용히 말했다.

"아니, 어쩌면 이곳을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 보내는 메시지일 수도 있어."

메이는 두려움 속에서도 용기를 내어 물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요?"

리우 박사는 무겁게 대답했다.

"그들은 아마도… 여전히 그들의 존재를 알아달라고 외치고 있는 거겠지."


7.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자금성은 여전히 어둠 속에 있었다.

그 속삭임이 단순한 바람 소리일까? 아니면 진정으로 이곳에 갇힌 영혼들의 외침일까?

리우 박사와 메이는 조용히 자금성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었다.

과연, 자금성은 무엇을 말하려 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 그 대답은, 여전히 붉은 벽 속에 감춰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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