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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타지마할, 사랑이 만든 감옥

사라진 도시, 무너진 건축: 건축을 둘러싼 미스터리

by 이동혁 건축가 Mar 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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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신전과 궁전, 권력과 음모의 공간 (16~30화)  

글, 그림 : 이동혁 건축가


제18화: 타지마할, 사랑이 만든 감옥

브런치 글 이미지 1


1. 사랑의 증표인가, 고통의 유산인가?


"이게… 정말 사랑의 유산이라고요?"

2023년, 인도 아그라(Agra).

눈부신 햇살이 하얀 대리석 건축물을 감싸고 있었다. 새하얀 돔과 미나렛이 하늘로 뻗어 있는 이곳, 타지마할(Taj Mahal).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그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영원한 사랑의 증표."
 "무굴 제국의 황제 샤 자한(Shah Jahan)이 아내 뭄타즈 마할(Mumtaz Mahal)을 위해 지은 건축물."

그러나, 역사가 알리 박사(Dr. Ali) 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타지마할의 하얀 대리석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정말 이것이 순수한 사랑의 표현일까?"


2. 사랑의 건축물, 혹은 억압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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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마할의 기원

타지마할은 기원후 1632년부터 1653년까지 무려 22년에 걸쳐 건설되었다.   

무굴 제국의 황제 샤 자한은 자신의 사랑하는 아내 뭄타즈 마할이 14번째 아이를 낳다 세상을 떠나자, 그녀를 기리기 위해 이 거대한 무덤을 짓기로 했다.

최고의 건축가와 장인들이 인도 전역과 페르시아, 중앙아시아에서 불려왔다.

순백의 대리석과 보석들이 사용되었고, 미술과 공예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정말 아름답네요. 이걸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했을까요?"

알리 박사와 함께 온 젊은 연구원 사미라(Samira) 가 감탄하며 말했다.

그러나 알리 박사는 어둡게 미소 지었다.

"그 노력이란 게… 결코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었지."


3. 타지마할을 지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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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명령과 그 이면

알리 박사는 타지마할의 벽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샤 자한은 무굴 제국의 가장 강력한 황제였어. 그는 자신의 힘과 부를 과시하기 위해 이 건축물을 지으려 했지."

사미라는 의아하게 물었다.

"사랑을 위해서 지은 게 아니라는 말씀이세요?"

"사랑은 맞아. 그러나 동시에 그 사랑은 집착이었고, 그 집착은 폭정이 되었지."

알리 박사는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타지마할 건설에는 수만 명의 노동자가 동원되었다.

그들은 고된 노동과 극심한 환경 속에서 일해야 했다.


특히 건축이 완성된 후, 샤 자한은 장인들의 손목을 잘라버렸다는 전설

까지 전해진다.(비록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지만, 그만큼 타지마할의 건축이 고통스러웠음을 의미한다.)

사미라는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로 그런 일이 있었다면… 아름다움 뒤에 가려진 건 끔찍한 잔혹함이네요."


4. 감옥이 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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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 자한의 몰락

알리 박사는 타지마할에서 멀리 떨어진 아그라 요새(Agra Fort) 를 가리켰다.

"저곳을 보게. 샤 자한이 마지막 생을 보낸 장소지."   


타지마할이 완성된 후, 샤 자한은 권력의 정점에 있었다.

그러나 그의 아들 아우랑제브(Aurangzeb) 는 아버지를 반역죄로 몰아 아그라 요새에 감금해버렸다.

샤 자한은 창문 너머로 타지마할을 바라보며 남은 생을 보내야 했다.


"그는 결국 자신이 만든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갇혀 있었지. 사랑의 기념물이 결국 그의 감옥이 된 거야."

사미라는 소름 돋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타지마할은 사실 사랑의 상징이 아니라, 고통과 억압의 상징일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알리 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볼 수도 있지. 이 건축물은 황제의 사랑과 집착, 그리고 권력의 욕망이 만들어낸 결과니까."


5. 진실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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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 박사는 사미라와 함께 타지마할의 내부로 들어갔다.

그들은 벽면에 새겨진 정교한 무늬와 아름다운 보석 장식들을 바라보았다.

"그렇다고 해서 타지마할이 단순히 악의 산물이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 알리 박사가 조용히 말했다.

"왜죠?"

"타지마할은 분명히 아름다운 예술품이야. 그것을 만드는 데 참여한 사람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 거야.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최고로 발휘했지. 인간의 창의력과 기술이 만들어낸 경이로움이라고 할 수 있겠지."

사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네요."

"그렇지. 예술은 때때로 인간의 고통과 희생 위에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과 경이로움은 그 고통을 가리기도 하지."


6. 감춰진 진실, 그리고 새로운 시선


타지마할의 하얀 벽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알리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타지마할은 사랑의 기념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사랑이 만들어낸 감옥이기도 해. 역사는 항상 두 가지 면을 가지고 있지."


사미라는 조용히 대답했다.

"우리는 그 두 면을 모두 봐야겠네요. 아름다움과 고통, 사랑과 집착. 모든 것이 함께 어우러진 진실을 말이에요."

알리 박사는 타지마할을 돌아보며 말했다.

"맞아.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역사를 연구하는 이유일지도 몰라."

타지마할은 여전히 하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빛은 단지 아름다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권력과 집착, 그리고 인간의 역사를 담은 상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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