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화. 퇴근길 지하철에서 만난 작은 위로

『벚꽃길에서 마주친 인생의 찬란함』

by 이동혁 건축가
『벚꽃길에서 마주친 인생의 찬란함』
Screenshot 2025-03-28 at 18.44.19.JPG



2화. 퇴근길 지하철에서 만난 작은 위로


그날은 회사에서 큰 프로젝트 발표가 있던 날이었다.

몇 달 동안 야근을 하며 준비했던 발표가 생각보다 성과가 좋지 않았고, 팀장님의 실망스러운 표정을 보며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퇴근길 지하철 안은 늘 그렇듯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내 마음은 유독 공허했다. 지친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하루를 돌아보고 있었다.


그때 내 옆자리로 할머니와 어린 손녀가 앉았다.


손녀는 할머니 품에 기대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할머니, 나 오늘 너무 힘들었어. 친구들이랑도 싸우고 선생님께 혼나고…"


할머니는 따뜻한 손길로 손녀의 등을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


"많이 힘들었구나. 그래도 오늘 하루 잘 버텼어. 내일은 분명 더 좋은 일이 있을 거야. 할머니가 약속할게."


손녀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피어났고, 그 모습을 본 나는 가슴이 뜨거워졌다. 누구에게라도 듣고 싶었던 따뜻한 말이, 비록 나를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내 마음까지 포근하게 위로했다.


그 순간 이어폰을 빼고 지하철 안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시끄럽게만 들리던 소음은 어느새 나를 위로하는 듯했다. 그날 이후로 지하철은 나에게 삶의 작은 위로를 발견하는 따뜻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지친 하루 끝에서도 세상은 작은 위로들로 가득 차 있다.


'많이 힘들었지? 그래도 오늘 하루 잘 버텼어. 난 너가 너무 대견하다고 생각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