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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자급자족형 건축의 재료 선정

종말과 재난에 대비한 건축-생존학개론

by 이동혁 건축가
9부: 생존 건축의 세부 기술과 응용

제53화. 자급자족형 건축의 재료 선정: 생존을 짓는 본질


1. 자급자족 건축의 본질은 ‘재료’에 있다


지속 가능한 생존 건축은 그저 튼튼한 외벽이나 밀폐된 공간을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모든 생존형 공간의 시작은 ‘어떤 재료로 만들 것인가’에서 출발한다.
이 재료는 단순히 구조를 지탱하는 물성이 아니라, **생존 기간을 연장시키고, 자원 순환을 가능하게 하며, 심지어 인간의 정신 건강을 지켜주는 ‘생명체’**에 가깝다.


2. 재료 선택의 4대 기준: 강도, 지속성, 순환성, 생태적 안정성


1) 구조적 강도 – 극한 상황에서 버틸 수 있는 재료

지진, 홍수, 강풍, 방사능 등 재난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내구성이 핵심이다. 최근에는 철근 콘크리트보다 섬유강화복합재(FRC), 탄소 섬유, 자기 치유 콘크리트 등의 하이브리드 재료가 주목받는다.

✅ 예시
일본은 지진 대비를 위해 ‘탄소 나노튜브 콘크리트’를 실험 적용하고 있으며, 이는 진동 흡수율이 일반 콘크리트보다 3배 이상 높다.


2) 지속성 – 시간의 흐름을 견디는 재료


생존 건축은 단기간이 아닌 수십 년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부식, 곰팡이, UV 손상에 강한 재료가 필요하다. 지오폴리머 콘크리트: 시멘트 대체제로 내화성 뛰어남.

코르크, 대나무, 천연 수지: 내구성과 동시에 자연 친화적.

✅ 실제 적용
덴마크의 자급자족 생태 주택 ‘Earthship Biotecture’는 천연 대나무와 바위, 재생 고무를 외벽에 적용하여 40년 이상 유지되고 있다.


3) 순환성 – 재료가 ‘버려지지 않는 구조’

건축 재료가 해체 후에도 다시 사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자급자족 구조가 된다.
모듈형 조립 구조와 3D 프린팅형 생분해 재료가 주요 흐름이다.

✅ 사례
네덜란드는 '순환 도시(Circular City)' 계획의 일환으로, 각 건축물의 80% 이상을 모듈화된 재생재료로 제작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4) 생태적 안정성 – 인간과 환경에 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

지하 공간이나 밀폐된 실내에선 재료에서 나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나 유독 가스가 생존자를 위협할 수 있다.

✅ 적합 재료

황토, 석회, 천연목재, 수소 실리카 겔 기반 패널

자가정화 미생물 기반 벽체 (Bio-brick): 유해 물질 흡수 가능


3. 건축의 자립을 위한 주요 재료군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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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생존을 위한 ‘지역성’ 재료 활용 전략


자급자족형 건축은 운반 비용이나 외부 의존을 최소화해야 하므로, 해당 지역에서 바로 얻을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 극지방: 빙설 압축 패널, 섬유 복합 텐트

◆ 사막 지역: 점토, 초목 기반 벽체

◆ 해양 부유식 구조물: 플라스틱 재활용 블록, 해조류 기반 구조재

◆ 도시 내부 방공호: 폐건축물에서 채취한 콘크리트 조각 및 금속재


✅ 미래형 적용 사례
UAE의 ‘Desert Shelter Project’는 낙타 뼈, 사막 식물 섬유를 혼합해 구조체를 제작, 실제 45℃ 이상 고온에서 생존 가능 테스트를 완료했다.


5. 결론: 재료는 단순한 자원이 아닌 ‘건축적 윤리’다


자급자족형 건축의 재료 선정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기술적 효율만을 고려해선 안 된다.
그 재료가 사람의 몸에 닿을 때, 숨을 쉴 때, 시간이 흘러갈 때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 재료는 인간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가?

이 재료는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가?

이 재료는 공동체 전체에 공정하게 분배 가능한가?


건축가는 기술자이기 이전에, 생존을 설계하는 철학자이자 감각 있는 윤리 실천가가 되어야 한다.
재료는 콘크리트나 금속 이전에, 생존의 언어로 쓰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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