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레골리스 집짓기–Sulfur Concrete

달에 건축으로 생존하기 프로젝트

by 이동혁 건축가
2부. 무重력에서 지은 집: 구조와 형태의 반란 - 지구 밖 건축의 구조적 혁신


제12화. 레골리스로 집짓기 – Sulfur Concrete와 Sintered Br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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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 하나를 쌓기 위해, 우리는 암흑과 진공, 방사선과 충격 속에서 흙이라는 존재의 정의부터 다시 써야 했다.”
— 정우, 현지 재료 기반 건축 노트 중


정우는 작업장 한복판에 두 가지 구조체를 나란히 놓았다.
하나는 거칠고 어두운 회색, 다른 하나는 매끄럽고 유리질의 윤기를 띤 적갈색 블록.

둘 다 레골리스, 달의 토양에서 태어난 ‘벽돌’이었다.
하지만 그 내부 구조와 설계 원리는 전혀 달랐다.


소재 1: Sintered Brick – ‘달빛으로 구운 벽돌’


소결 벽돌은 가장 원시적이지만, 가장 달의 현실에 가까운 재료였다.

“레골리스를 그대로 압축해서 쓰는 건 불가능해.
응집력이 약하거든.
대신 고열로 표면을 녹여 서로 결합시키면 돼.
말 그대로, 흙을 ‘녹여’서 붙이는 거지.”


정우는 실험 데이터를 펼쳤다.


Sintering Process:

온도: 1100~1200℃

방식: 레이저/전자빔/고온 가열판

소요 시간: 한 블록당 20~45분


특성:

밀도: 1.6~1.9 g/cm³

강도: 약 15~25 MPa

열전도율: 낮음 → 단열재로 효과적

방사선 차폐율: 레골리스 자체 기준 약 70%까지 가능


그러나 그는 곧 균열을 확인했다.
“문제는 내부 응력. 중심부는 식으면서 수축하고, 외피는 유리질로 경화되니 미세 균열이 생기기 쉬워.”

“그래서 보강재가 필요해.
아니면 다층 레이어 적층으로 응력을 분산시켜야 해.”


소재 2: Sulfur Concrete – ‘접착제가 없는 콘크리트’


윤서는 두 번째 블록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이건 지구에서도 거의 쓰이지 않았던 방식인데, 달에서는 훨씬 유효하겠지.”

**황 콘크리트(Sulfur Concrete)**는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황(Sulfur)**을 가열해 액화한 뒤, 레골리스와 섞어 굳히면 바로 강도가 생기는 ‘비수경성’ 재료다.


제조 과정:

황 가열: 140~160℃

혼합비: 황 30% + 레골리스 70%

냉각: 자연 냉각 (2~3시간)


특성:

압축강도: 25~40 MPa

제작 속도: 빠름

접착성 우수, 재활용 가능

내수성/방사선 차폐는 상대적으로 낮음


정우는 말했다.
“단점은… 황이 고온에선 기화되거나 부식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자외선과 산화에 취약하지.”

그러나 장점도 분명했다.
물 없이 시공 가능, 모듈 조립이 용이, 현지 자원 활용 비율 높음.


실험: 구조물 압축 테스트


그는 각각의 블록을 0.3기압 진공 환경에서 압축기로 눌렀다.
소결 벽돌은 33.2MPa에서 파단, 황 콘크리트는 39.6MPa에서 균열 발생 후 파단.

“결과적으로, 강도는 황 콘크리트가 더 낫고,
방사선 차폐력은 소결 벽돌이 더 뛰어나.
대신, 균열 저항성과 재활용성에선 황 콘크리트가 유리하고.”


정우의 결정: 복합 다층 재료 전략


정우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의 재료로 모든 조건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는 ‘혼합’과 ‘레이어 설계’를 제안했다.


새로운 구조체 단면 설계 - 하나의 벽, 세 가지 생존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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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는 벽 하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건 단순한 구조체가 아니야. 이건 살아 있는 생명조직과 같아. 겉은 방패, 중간은 근육, 안은 피부. 그리고 그 안엔 사람이 숨 쉰다.”


그가 제안한 구조체는 세 개의 층으로 구성된다.
각 층은 역할이 분명히 나뉘어 있었고,
중복이 아닌, 상호 보완적 시스템으로 작동되도록 설계되었다.


[ 외피 ] – 소결 레골리스 벽돌


“우주의 포격을 막는 피부”

정우는 가장 바깥층에 Sintered Regolith Brick을 선택했다.
달에서 직접 채취한 레골리스를 레이저 소결하여 만든 이 벽돌은 기계적 강도는 물론, 방사선 감쇠 성능도 매우 뛰어났다.


구성과 기능:

소결 깊이: 3~5cm

입자 융착 밀도: 1.9 g/cm³

차폐 성능: GCR 감쇠율 최대 72%

물리 특성: 고경도, 미세 표면 균열 있음


기술 메모:

표면은 태양광 반사율을 고려해 미세 요철 설계

다층식 쌓기 방식 + 이음새 없는 점접착 (기계팔 자동화)


“이 외피는 단순히 ‘막는 것’이 아니라, **‘충격을 흘려보내는 곡면 방어막’이야.”
— 정우


[ 중간층 ] – 황 콘크리트 단열 블록


“하중을 지탱하는 뼈대, 동시에 열을 차단하는 방열실”

외피 뒤에는 Sulfur Concrete가 자리 잡는다.
이 층은 구조체의 물리적 지지체이자, 열교를 차단하는 핵심단열부로 기능한다.


구성과 기능:

혼합비율: 황 30% + 레골리스 70%

냉각 방식: 자연경화, 블록화된 유닛 구조

강도: 30~40 MPa

열전도율: 매우 낮음 (0.03 W/m·K)


설계 전략:

프리패브 단위 조립식 → 로봇 자동 시공 가능

일정 간격마다 진동 흡수 레이어를 포함 → 우주진동 대비


“이 중간층이 없다면,
내부의 압력은 온도차에 의해 곧장 파괴된다.
이건 열과 충격을 버티는 '생존의 근육'이다.”


[ 내벽 ] – PVDF 복합막 + 환경 센서 계통


“사람과 직접 맞닿는 숨결의 표면”

내부에서 정우는 가장 섬세한 재료를 선택했다.
그건 바로 PVDF(Polyvinylidene Fluoride) 기반의 복합 고분자 필름.
얇고 유연하지만, 압력 유지력과 기밀성은 군용 수준이다.


구성과 기능:

필름 두께: 0.8~1.0 mm

내기압 유지력: 최대 2기압

통합 센서망: 온도/습도/미세 진동 감지 포함

항균 코팅 + 자가복구형 수지 조성


실내 설계:

곡면 마감 + 빛 반사율 조정 → 시각 피로 최소화

정서 조절용 LED 패널 내장 → 생체 리듬 유지


“이 벽은 사람과 직접 맞닿는다.


그래서 단단하기보다 살처럼 부드러워야 하고, 단열보다 심리를 먼저 지켜야 한다.”


유기적 통합 설계 – “단면이 아니라 생명계”


정우는 이 세 층을 하나의 ‘건축 단면’이 아니라, **“하나의 생물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된 계통”**으로 설계했다.

외피는 충격을 흘리고,

중간층은 에너지를 분산하며,

내벽은 기압을 유지하고 생체 반응을 감지한다.


그는 이 구조체를 이렇게 불렀다.

“BMS – Bio-Mimetic Structure” 생물의 층위를 모방한 생존 구조체”


그리고 오늘, 그는 이 설계로 달에 첫 번째 완전 자립형 구조물을 세우기 시작했다.
손에 쥔 벽돌은 하나지만, 그 안엔 수많은 생존의 선택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이건 더 이상 재료가 아니다.
이건 생존의 알갱이들을 압축한 구조물이다.”


에필로그: 첫 시공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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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는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봤다.
검은 우주, 별은 침묵했고 지평선 너머에는 태양빛이 아직 도달하지 못한 죽음의 온도가 깔려 있었다.
바깥 기온은 영하 162도.
진공에 가까운 공기, 발뒤꿈치에서부터 레골리스의 냉기가 올라왔다.

그러나 지금, 그의 손 아래엔 무언가 ‘따뜻한 것’이 쌓이고 있었다.


모듈 A-13, 기지 외곽에 설치된 소형 단위 실험 주거구.
정우는 기초 플레이트 위에 레골리스 소결 벽돌을 올리고, 그 위에 황 콘크리트 블록을 하나씩 안착시켰다.

각 벽돌은 ‘건축 재료’가 아니라 그의 결정, 그의 해석, 그의 직관이 물성으로 응축된 결과였다.

그는 장갑 낀 손으로 블록의 모서리를 다듬으며 한쪽 모듈의 외벽을 조심스럽게 완성해나갔다.
센서가 내장된 PVDF 내피가 펼쳐졌고, 기밀 유지를 위한 복합막이 자동으로 부풀어 오르며 구조를 밀폐시켰다.

“지금 이 공간 안에는
내가 고른 벽, 내가 결정한 구조,
그리고 내가 버텨야 할 모든 시간이 담겨 있다.”


정우는 조용히 안으로 들어섰다.
외부 문이 닫히고, 기압 조절 모듈이 1기압에 도달하자, 기지 안쪽 조명이 천천히 깨어났다.

방 안의 공기는 따뜻했다.
정확히 섭씨 21도, 습도 42%, 산소 농도 21%.
인간이 숨 쉬기 위한 조건들이 이 작은 캡슐 안에서 완벽히 구현되었다.

그는 무릎을 꿇고 바닥을 손으로 쓸었다.
그 표면은 완벽하지 않았다.
울퉁불퉁한 질감, 다소 거친 이음새, 하지만 그것이 바로 달에서 최초로, 흙으로 지은 실내 구조물의 현실이었다.

“이 벽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여기에 나는 숨을 쉴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실만으로도, 이 구조물은 이미 ‘건축’이다.”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의 귀엔 기압 밸브의 미세한 떨림, 공기 환기음, 그리고 자신의 심장이 벽 너머에서 반향처럼 되돌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정우는 미소 지었다.
이제, 달의 표면 위에 ‘사람이 만든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이 의심이 아닌 현실로 증명되었다.

바깥은 여전히 영하 160도.
그러나 이 안엔,인간의 숨결과, 온기, 그리고 건축가의 결단이 살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