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돔, 반매립, 튜브형―중력에 맞선 세 가지

달에 건축으로 생존하기 프로젝트

by 이동혁 건축가
2부. 무重력에서 지은 집: 구조와 형태의 반란 - 지구 밖 건축의 구조적 혁신


제11화. 돔, 반매립, 튜브형 ― 중력에 맞선 세 가지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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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는 무게가 건축의 적이다.
그러나 달에서는, 무게의 부재가 구조의 위기다.
형태는 곧 생존의 언어다.”
— 정우, 구조체 형태 결정 전야


정우는 오늘 하루 종일 한 장의 도면 앞에서 머리를 싸맸다.
단순한 평면 위의 선들이 아니었다.
그 선 하나하나가,
‘달에서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는 세 가지 형태를 나란히 놓고 다시 비교했다.

돔형(Dome) 구조

반매립형(Half-Buried) 구조

튜브형 모듈(Tube-shaped Modular Unit)


그리고 그 옆에는
‘생존’, ‘건설 가능성’, ‘확장성’, ‘심리 안정’, ‘에너지 효율’이라는 항목이 적혀 있었다.


형태 1: 돔 구조 – 응력 분산의 완전체


정우는 먼저 돔 구조를 택했다.
이 구조는 지구에서도 수천 년 동안 사랑받은 방식이다.
그러나 달에서는 기압에 대한 내성과 방사선 반사 효율 면에서 더욱 뛰어났다.


기술적 특징:

내압구조 최적화: 내·외부 압력차(1기압)에 대해 균일 응력 분산

곡면의 방사선 반사: 입사각을 흘리는 구조, 부분 손상 시 전체 영향 최소화

자립형: 추가 구조 없이 스스로 하중을 지지


약점:

넓은 면적 확보에 한계

내부 공간 활용률 감소

모듈 연결 시 도킹 설계 복잡


정우는 중얼거렸다.

“이 구조는 하늘과 마주하기에 적합하지만, 땅을 확장하긴 어렵지…”


형태 2: 반매립형 – 지표를 품은 은신처


윤서가 권한 구조는 바로 이 ‘반매립형’이었다.
절반은 땅속에, 절반은 드러난 형태.
그것은 인간이 가진 **‘동굴 본능’**을 닮은 설계였다.


기술적 특징:

방사선 감쇠 극대화: 지하 1.5m 이상 시 GCR 감쇠율 85%

온도 안정성: 지표면의 극심한 온도 변화를 토양이 차단

자원 접근성: 레골리스로 직접 벽체 외피를 형성 가능


약점:

시공성 낮음 (지하 굴착 필요)

침수·가스 집적 위험 (밀폐 구조 강화 필요)

확장 시 구조 통합 복잡


정우는 이 구조를 보며 말했다.

“이건 살아남기 위한 설계다.
외부와 단절된, 조용한 은둔형 건축.
하지만 외로울 수도 있지…”


형태 3: 튜브형 – 연결과 확장의 유전자


마지막은 튜브형.
연결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구조였으며, 지금까지 NASA, ESA, JAXA 등 거의 모든 우주기구가 모듈형 튜브 설계를 채택해왔다.


기술적 특징:

모듈식 확장: 캡슐 연결을 통해 도시 규모로 확장 가능

전기/공기/데이터 라인 통합 쉬움

운송 최적화: 로켓 적재/이송 구조와 호환성 뛰어남


약점:

곡면부 응력 집중 → 내압 보강 설계 필수

단일 유닛 고장 시 전체 망 구조 마비 우려

방사선 감쇠에선 돔/매립보다 약함


정우는 도면의 튜브 구조 위에 빨간색 동그라미를 그렸다.
“이건 도시다.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구조지.”


� 최종 비교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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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의 선택: 하이브리드 구조


정우는 한참을 침묵한 채 도면을 바라보았다.
그의 앞에는 세 가지 구조의 도식이 겹겹이 펼쳐져 있었고, 그는 마침내 하나를 고르지 않았다.
오히려 각 구조가 ‘어떤 생존을 담당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배치를 시작했다.

“건축은 형태의 우열이 아니라, 기능의 조화로 생존을 증명하는 언어야.”


1. 주거공간 – 반매립형

― ‘지하의 품’에서 살아가는 설계


정우가 가장 먼저 선택한 구조는 반매립형이었다.
거주공간은 곧 사람의 심장이었다.
외부 방사선, 극단적 온도차, 운석 충격, 그리고 무엇보다 정신적 안정성이 가장 많이 요구되는 공간.


기술적 사유:

지표 아래 1.8m 매립 → GCR 감쇠율 89% 확보

상단은 반구형 투명 실드 → 은폐와 채광의 균형

열전달 최소화를 위한 복층 벽체 + 상변화물질(PCM) 내장


인간 중심 설계:

벽면 곡률은 시야 왜곡을 최소화해 폐쇄감 감소

수면 공간은 내부 조명으로 ‘지구의 하루’를 시뮬레이션

각 거주 유닛은 독립적이면서도 공용 통로로 연결


“지하에 묻히되, 빛은 여전히 그 안에서 살아야 한다.”


2. 작업/생산/통로 – 튜브형

― ‘확장 가능한 도시 인프라’로서의 구조


정우가 다음으로 택한 건 튜브형 모듈 시스템이었다.
이는 단순한 통로가 아니었다.
그는 이 구조를 기능 중심의 도시 설비 네트워크로 정의했다.


기술적 사유:

직경 3.5m, 길이 12m 단위 모듈 → 연결과 확장이 용이

전력, 공기, 데이터 통신선은 바닥 트랙 내 일체화

비상시 모듈 단위 분리 가능 (격리 셔터 내장)


운영 방식:

생산실: 무중력 적응형 수직 농업 시스템, 수경재배실

연구실: 실험 구역 및 자원 분석실, AI 학습 서버

통로: 각 구간 온도/조명 변화로 방향감각 유지


“튜브는 단순한 연결이 아니다.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숨 쉬고, 확장하는 도시의 동맥이다.”


3. 심리 회복 공간 / 커뮤니티실 – 돔형

― ‘달에서 하늘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건축’


마지막으로 정우가 가장 섬세하게 다룬 공간은 모두가 함께 모일 수 있는 돔형 커뮤니티실이었다.

이 구조는 생존과 무관해 보였지만, 그 무엇보다 생존에 중요한 공간이었다.


건축적 특징:

내부 반구 9.2m, 높이 6m, 천장은 복층 반투명 실드

태양광 반사경을 통한 자연광 투과

바닥은 미세 진동 감응형 매트, 심박수 기반 조도 조절


기능과 의미:

매일 아침, LED 돔 천장이 ‘해돋이’를 재현

각국의 언어로 된 ‘디지털 천정’이 하루 3회 전환

명상실, 음악 감상실, 지구 통신 전용 공간 포함


“이곳은 숨을 고르는 공간이야.


바깥이 건축이라면, 여긴 건축가가 만든 ‘심장박동’이다.”


전체 배치 개념: '생존 순환구조'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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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는 기지 배치를 순환 형태로 구성했다.

중심부: 돔형 커뮤니티

좌측 라인: 주거 → 통로 → 작업실

우측 라인: 농업 → 에너지 → 저장고

모든 경로는 8분 이내 이동 거리, 환형 동선 구성


“나는 하나의 형태를 짓지 않는다.
나는 그 형태들이 서로의 의미를 공유하게 한다.
그것이 달에서의 ‘건축’이다.” — 정우